바퀴, 세계를 굴리다 - 바퀴의 탄생, 몰락, 그리고 부활 사소한 이야기
리처드 불리엣 지음, 소슬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바퀴, 세계를 굴리다"는 부제처럼 바퀴의 탄생, 몰락, 그리고 부활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간 그러려니 혹은 그럴듯하다는 이유로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총,균,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나 "말, 바퀴, 언어"의 데이비드 앤서니의 입장중에서 바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이는 악의적인 조롱이나 폄하가 아닙니다.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역사적 현실과 개연성에서 저장의 주장으로 다시 보면 과연? 이라는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옮긴이 소슬기 씨가 얘기하듯 어쩌면 우리는 '보고 싶은 결과'를 보기 위해 마음이 움직여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아주 간단히 요약을 하면, 바퀴의 발명과 관련된 전체 개념이 오도된 것이라는 과감한 주장입니다. 저자는 세 가지 개념적으로 다른 유형의 바퀴(윤축, 독립 차륜, 캐스터)가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발명되었고, 그 사용은 수 세기에 걸쳐 매우 다양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p.12)  바퀴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20 세기에 시작된 신화일 뿐이라고 일축합니다. 바퀴의 세 번째 유형인 캐스터 (1700 년경 발명된 바퀴)의 보급 때문에 우리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었다는 주장입니다. 과연 19 세기에 아무도 바퀴가 대단한 발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자도 증기 엔진은 분명히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임은 인정합니다.  
청동기 시대 이후부터 바퀴의 개념을 이미 알고 있는 많은 사회들이 나름의 여러 가지 이유로 교통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결코 몰라서 안 쓴 것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로마시대 하면 떠올리는 마차에 대해서 영화 글래디에이터, 벤허에 나오는 멋진 마차를 연상하지만, 제대로 고증을 거치지 않고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마트에서 장볼 때 쓰는 카트의 바퀴가 캐스터이고, 오늘날 자전거 앞바퀴도 대부분 캐스터입니다.  
단단한 오크나무였을 최초의 나무 바퀴가 구르고 굴러서, 또 닳고 닳아서 오늘날의 자전거 바퀴로 이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면 참 감개무량합니다.  

19세기 중반 이전에는 일본에서의 운송에 바퀴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1869년에 인력거가 발명되고서야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됩니다. 저자의 주장은 기원전 300년에서 1800년 사이에 수송용 바퀴는 없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있었을 것 같은 편한 상상과, 앞에 말이나 소가 끄는 수레가 늘 있었을 것이라는 머릿속의 그림을 여지없이 파괴합니다.  

유럽의 수레에 쓰인 바퀴와 중국의 수레 디자인에 대해서도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를 두지 않습니다. 유럽의 기술이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발달한 토착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 늘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해외에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늘 기민한 관찰자였다는 보장도 없고,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항상 잘 이해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습니다.  

Jared Diamond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서반구의 대형 가축 부족으로 바퀴 달린 차량이 발명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은 늘 우리가 익숙해진 것에 의문을 품지 않는 게으름에 경종을 울리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톤헨지는 바퀴가 없이 지어졌습니다. 가장 초기의 마차는 무거운 돌을 운반할 만큼 강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바퀴는 무거운 돌을 움직이게 하는 롤러에서 진화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증거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p.119의 그림 34를 두고 저자가 조목조목 반박하는 부분이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굴림대가 끝이 바퀴처럼 작동할 만큼 충분히 마모되었다면 바퀴처럼 끝이 모든 무게를 견뎌야 되고, 그러면 굴림대의 장점은 사라집니다. 경사면, 스키드 및 많은 사람을 동원해서 끄는 것이 큰 돌로 기념비적인 건물을 짓는 데 굴림대나 바퀴보다 더 유용했을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바퀴의 문제는 호모 사피엔스가 짐을 나르는 데 약 9 만년 동안 바퀴를 사용하지 않았고 이후에 가축의 등으로 옮겼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짐을 어떻게 나누어 운반할 수 있는지 이미 정확하게 알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저자의 추측은 새로운 유형의 하중이 직면했을 때 바퀴가 발명되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피라미드를 만들면서 돌을 움직이다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집트나 다른 곳에서 피라미드를 만들 때는 바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새로운 유형의 하중을 구리 광산에서 출발했던 것으로 추측하면서 자신도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저자는 특히 캐스터의 역사를 조사하면서 놀랬다고 합니다. 쇼핑 카트, 유모차, 휠체어, 사무실 의자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유형인 캐스터는 축 또는 피벗 축으로부터 오프셋 된 회전을 가지며 측면에서 밀 때 방향을 바꾸거나 뒤에서 미는 다른 측 방향 압력이 작용할 때 사용합니다. 따라서 오랫동안 바퀴에서 아킬레스건이었던 방향 조정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바퀴를 사용하고 안 하고는 어느 문명이 앞서고 뒤처졌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선택의 문제였을 뿐입니다. 

아쉬운 점은 세 번째 바퀴의 얘기가 11장 하나로 끝이 나버리는 바람에 뭔가 기대했던 바램을 아쉽게 접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점을 넘어서는 이 책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말, 바퀴, 언어"(데이비드 앤서니, 공원국, 에코리브르, 2015)나 "총,균,쇠"(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진준, 문학사상사, 2005)를 다시 읽어보게끔 만든다는 것입니다.  

오래간만에 좋은 책 경험하게 되어 2016년 겨울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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