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는 "내가 하는 일에 비해서는 많이 받고, 내가 할수 있는 일에 비해서는 너무 적게 받는다"고 했다는데, 적어도 앞부분 절반은 무슨 뜻인지 이해할 거 같다. 간혹 강연이나 방송 출연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땀을 흘린 대가가 아니라 나를 판 대가로 돈을 번 게 아닐까 의심에 빠진다.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잃는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더 그렇다. - P223

과연 어떤 책이 최후의 순간 나의 간택을 받을 것인가? 내가 쌓아 올린 ‘읽지 않았지만 읽고 싶은 책들의 왕국‘에서는 내가 왕이고 대통령이고 슈퍼스타다. 메모 앱 문서의 목록을 훑어볼 때면 좋은 책들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온다. 자신을 읽어달라고, 그런데 이 왕국에서 나는 상당히 ‘나쁜 남자‘라, 별 이유도 없이 유력 후보들을 물리치고 우연한 즉석만남을 즐기기도 한다. - P234

흔히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라는 말을 한다. 어떤 책을 읽고 특정 주제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을 읽고, 거기서 또 다른 책으로 나아가는 식으로 책이 책을 부르며 앞이 넓어지는 선순환을 일컫는다. - P243

책과 독서 문화의 미래에 대해 나는 비관적 긍정이랄까 낙관적 체념이랄까, 그런 상태다. 책이라는 매체에 대해서는 분명한 믿음이 있다. 길고 복잡한 의미를 전하는 도구로 이보다 충실하고 효율적인 수단은 없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책이 멸종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거 같다. 일간지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가끔 내 커리어에 대해 "망하는 업계에서 망하는 업계로 이직했다"고 농담하는데,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내심 빨리 망하는 업계에서 천천히 망하는 업계로 옮겨왔다고 생각한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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