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팻말을 들고.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은 엄마의 파업 이야기 ㅣ 희망을 만드는 법 9
다이애나 콘 글, 프란시스코 델가도 그림, 마음물꼬 옮김 / 고래이야기 / 2014년 5월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라는 제목과 함께 곁 표지에 실려 있는 노동자들의 파업시위현장 모습은 나른하게 풀려있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손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소년의 소리 없는 외침은 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활해왔다는 사실에.

이 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은 엄마의 파업이야기로 카를리토스라는 소년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함께 그림이 실려 있다. 파업이라는 딱딱한, 그래서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해주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카를리토스는 멕시코에서 살다가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 미국으로 건너와 엄마,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로스엔젤레스 시내에 있는 고층건물을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밤에 일을 시작해 아침에 끝나기 때문에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해야 했다.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하는, 늘 시간이 부족해서 아픈 할머니와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해도 힘들게 살아야 하는 현실에 엄마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은 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 일에 앞장 선 엄마는 카를리토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카를리토스도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 방법은 알 수 가 없었다.

엄마를 도와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카를리토스를 다독여주고 싶어진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열심히 일한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카를리토스의 엄마처럼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곳은 우리 주변에도 많다. 전문적인 배움이 없다는 이유로,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그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힘을 모아 조합을 만들고 자신들의 목소리로 처우개선을 요구하게 되고, 경영주와 협상을 통해 뜻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파업은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것 중 하나로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파업이 시작되자 엄마와 청소노동자들은 거리로 나가 행진을 하고, 집회를 열고 온갖 모임에 참석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파업에 동참했고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지지해주었다. 카를로토스는 같은 반 친구들의 아빠, 엄마도 파업에 동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로페즈 선생님도 같이 파업행진에 동참한다는 사실에 힘이 났다. 그러다가 뉴스에서 엄마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고는 엄마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것은 행진할 때 손에 들 팻말로 응원의 문구를 넣어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카를리토스는 로페즈 선생님, 친구들과 손 팻말을 들고 행진에 참여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응원을 받았다. 그렇게 3주일이나 이어졌던 파업은 임금을 올리고 더 좋은 노동조건을 만드는 것으로 엄마와 청소노동자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 후로 카를리토스네 집은 경제적으로 많이 나아졌고 여유 있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또한 엄마는 다른 노동자들을 돕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파업현장으로 달려갔고 카를리토스도 함께 했다. 손 팻말을 들고.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카를리토스가 만든 손 팻말을 보니 더 이상 아무 말이 필요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팻말이라며 거실 벽에 걸었던 엄마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청소노동자인 엄마가, 사랑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카를리토스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카를리토스는 엄마를 통해, 파업행진에 함께 하며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자신이 일한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잘못된 부분을 고치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아 싸워야 한다는 것도. 그 바탕에는 자신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다는 것도.......

이 책의 내용이 2000년 로스엔젤레스에서 8000명의 청소노동자가 펼친 파업의 승리로 어린 카를리토스가 들려줌으로써 우리들은 물론 어린 아이들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나중에 노동자다 되었을 때 당당하게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주리라고 생각하니 든든해진다.

나도 카를리토스가 그랬던 것처럼 가슴 속에 알 수 없는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혼자의 힘으로는 꿈만 꾸었던 것을 함께 하면 현실로 이룰 수 잇다는 말에 공감하며 근로자들에게 노동조합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주변에도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한 크고 작은 일들이 지속되고 있다. 전태일 열사가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택했던 분신자살도, 2011년 홍익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의 파업까지.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노동자들이 권리를 되찾아 좀 더 나은 노동조건을 얻게 되었고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이. 내가, 내 아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카를리토스와 엄마의 바람이고 나의 바람이며 우리들 모두의 바람인 것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거리를 행진하는 노동자들을 응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팻말을 가슴에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