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마을 주치의! - 의사 일과 사람 6
정소영 글.그림 / 사계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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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보면 우리들의 직업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가지를 쳐서 외적은 것은 물론 내적으로도 갖추어야할 것들도 가르쳐 주고 있어 진정한 직업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내일의 꿈을 품고 키워가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잇다. 또한 지금의 나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는 계기도 갖게 해준다. 그것도 글과 함께 실려 잇는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림의 현장감이 글에 녹아들어 생동감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우리 마을 주치의’ 말만으로도 믿음이 전해져 온다. 비 오는 날 마음껏 뛰어놀던 지원이는 그날 밤, 감기에 걸려 식구들의 걱정을 듣게 된다. 열이 나고 기침도 심해 식구들은 지원이 이마에 얼음봉지를 올려놓고 따뜻한 물에 귤을 먹이며 간호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지원이는 엄마 손을 잡고 ‘우리 가정 의원’을 찾아갔다. 이 의원의 의사선생님, 하얀 가운을 입고 목에는 청진기를 걸고 웃음 짓고 있는 여의사 선생님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고 병을 치료해주는 의사 선생님은 환자들이 아프지 않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진료실 안에는 체온계, 혈압을 재는 기구, 상처를 소독하거나 꿰매는데 쓰는 도구들 등 여러 가지 의료기기들이 갖추어져 있다. 지원이는 아기 때부터 이 병원에 다녔기 때문에 편안하게 진찰 받을 수 있었고 약도 받았다. 그리고 밥 잘 먹고 물 많이 먹고, 푹 쉬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도.

이 병원에서는 아침이 가장 바쁜 시간으로 환자들은 기다리느라 지루한 시간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보냈다. 다음으로 소현이가 예방주사를 맞으러 들어왔는데 울음을 터뜨렸고 그러면 몸 상태를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선생님은 안경과 함께 붙어있는 커다란 코, 그 밑에 콧수염이 달린 재미있는 물건으로 소연이의 호기심을 끌어 진찰을 했다. 이번에는 어르신들을 진료할 시간이다. 감기로 오신 지화자 아주머니는 영양제 대신 맛있는 음식을 드시게 하고, 뇌졸중을 앓고 계시는 김만록 할아버지에게는 핏줄이 다시 막히지 않게 하는 약과 짜고 기름진 음식을 드시지 말라는 당부를, 당뇨 진단을 받은 고양순 할머니께는 음식을 적게 드시고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처방을. 이렇게 노인들은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을 많이 앓기 때문에 약도 중요하지만 매일 운동을 하고 음식도 잘 가려 먹어야 한다. 그래서 평소에 건강한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나는 가정의원의 모습에 반가웠다. 규모는 작지만 소아과부터 내과, 외과까지 함께 치료하는 모습이 우리 동네에 있는 병원과 같기 때문이었다. 나도 지원이처럼 아기 때부터 그 병원을 다녔기 때문에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의사선생님이 식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자그마한 진료실은 대부분 아는 얼굴들로 마치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도 준다.

내 꿈은 약사이야.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한 번은 밤중에 급체를 하는 바람에 동네 약국에 갔는데 약사님이 사관을 따주고 약도 챙겨주어 낳은 적이 있었다. 아마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는 내 꿈을 이루려는 것이 내가 누구에겐가 도움이 되는 것 보다는 나 혼자만의 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는 것 보다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하고 졸업하고 나서도 취업을 하지 못해 몇 년 때 취업 준비생으로, 어니면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선배들을 보며 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 더 커져 약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다지곤 했었다. 그래서 작년에 도전을 했지만 실패했고 이번 여름방학 때 다시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는 것으로 재도전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또 다시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집중을 하지 못하곤 한다. 그러다가 책 속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을 보니 기본적으로 내가 갖추지 못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마음가짐이었다. 자신만의 명예나 부보다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힘이 되어주는 그런 마음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해야 직업을 통한 만족감도 얻게 될 것이고 그 만족감으로 다시 내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환자가 아닌 서로 함께 하는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이 책속에는 감기는 왜 걸리는지, 감기를 이겨내는 방법, 예방주사는 왜 맞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사선생님이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어 아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도 갖게 해주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운동 삼아 동네를 한 바퀴 도는데 그 때도 마주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진료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오후진료를 시작한다.

꽃님이 할머니는 걷기도 힘들고 무척 피곤하다고 하셔서 지난번에 여러 가지 검사를 했었는데 오늘 그 결과를 보니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높아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당부를 들였다. 다음으로는 우리 병원에 처음 온 어린이 환자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감기는 늘 달고 살고, 아토피까지 앓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아 상담과 놀이로 마음도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한테 보냈다. 환자들이 뜸해지면 의사선생님은 진료의뢰서를 쓴다. 환자들 중 더 자세한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할 환자에게는 진료의뢰서를 써서 맞는 의료 기관을 소개해준다. 뿐만 아니라 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을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의학책과 연구 자료를 보며 늘 공부해야 하고 검사 결과를 살펴봐야 하고 국민건강보험 공단에 진료비도 처리해야 한다.

나는 의사선생님의 하루를 보며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환자를 아프지 않게 도와주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었다. 더구나 우리가정 의원처럼 동네주민 위주의 병원이다 보면 그 곳을 찾는 화자들이 그저 단순한 환자가 아니라 마치 식구처럼 느껴져 굳이 진료실이 아니더라도 만나게 되면 건강을 챙기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의사로서 고혈압, 당뇨로 고생하시다가 의사선생님의 관심으로 7 년 만에 멋쟁이 신사로 다시 태어난 한용삼 할아버지를 뵐 때면 뿌듯하지만 고치기 어려운 병을 앓고 계셨지만 왕진 갈 때마다 늘 반겨주시던 홍순남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래도 다시 또 진료실에서 환자를 맞을 수 있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도록 도와주어 아픈 사람들이 병이 나아 건강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서 만난 의사선생임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무엇보다 이 선생님은 의사라는 신분으로 얻을 수 있는 부와 명예보다는 작은 마을의 주치의가 되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을 택했다는 것이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돌보며 그 속에서 기쁨과 희망을 얻어 새로운 내일을 열어가는, 진료를 할 때도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세한 설명으로 궁금증을 풀어주고 치려할 때도 미리 알려주고, 낫기 위해서 해야 할 일도 알려주고, 선생임의 자상한 웃음이 그려진다. 또 마을 주민과 함께 운동모임도 하고 건강학교도 운영한다고 하니 우리 의사선생님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도 내 꿈을 이루려는 바탕에는 이렇게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이웃으로,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겠다. 그래서 어젠가는 우리약사님이 되어야겠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편다. 우리 약사님이 되기 위한 당당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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