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널 겁주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고마워‘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책속에서 알게 된 이 말이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든든함으로 가슴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책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그 누구에게라도 마음의 여유를 되찾게 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 특히 글과 함께 실려 있는 그림은 마치 작품을 연상하게 할 만큼 한참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찾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 어린 소년의 순수한 마음, 지금 자신의 모습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칼포니는 플로리다 숲 속 작은 마을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어린여자 아이로 시를 잘 지어 자신의 마음을 시로 표현하곤 했다. 칼포니에게는 버기호스라는 강아지가 있어 언제나 함께 했다. 평화로운 숲속 마을에 위기가 찾아왔는데 그것은 물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칼포니는 생선 파는 일을 하는 아빠를 돕기 위해 무작정 집을 나선다. 마을에서 제일 지혜로운 아비타 아주머니에게 들은 비밀의 강을 찾아 버그하우스와 숲으로 들어간다. 칼포니가 준비한 것은 낚싯대와 물고기 밥으로 쓸 종이 장미꽃, 그리고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는 아비타 아주머니의 말씀 뿐, 그런대도 아무 걱정이나 의심도 없이. 이럴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비밀의 강이 있는지, 없는지,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 가는 게 가능한지, 이러 저리 재보고, 따져보느라 감히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내가 물고기를 잡는 게 이로운지, 해가 되는지부터 고민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는 순수한 마음이 없다는 사실에 괜히 민망스러워진다. 칼포니가 숲에 들어가자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 갈 수 있도록 토끼가 나타나고, 파란 어치가 고개를 돌리게 하고. 그렇게 해서 찾아간 비밀의 강, 그곳에는 정말 많은 물고기들이 있었고 칼포니는 나무에 묶어둔 배를 타고 원하는 만큼의 메기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배를 타고 나와 메기들을 뻣뻣한 실유카 이파리를 이용해 엮어 낚싯대에 꿰어 집으로 돌아올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나는 마치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또 다른 그림들이 숨겨져 있어 마치 비밀의 숲에 온 듯한, 나무들 가지와 잎 사이에 숨어있는 물고기의 모습, 삼나무 주름 사이로 보이는 얼굴, 부엉이의 깃털 하나하나에 또 다른 부엉이가 숨겨있는 그림을 찾을 때면 비밀을 풀어가는 즐거움도 갖게 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비밀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날이 어두워져 숲 속의 짐승들이 칼포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럴 때마다 칼포니는 메기를 먹잇감으로 내어주며 숲길을 나오게 되었다. 만약 칼포니가 메기를 주지 않았다면 큰 변을 당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칼포니도 속으로는 짐승들이 두려웠지만 자신이 지었던 시처럼 오히려 짐승들의 마음을 먼저 잃어주었기 때문에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고 메기를 줄 수 있었다. 비밀의 강에서 얻은 메기는 자연이 준 선물이기 때문에 배고픈 짐승들에게도 나눠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나눔은 칼포니의 아빠에게, 다시 또 마을 사람들에게 계속 이어져 결국 마을이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맞게 되면 누구를 탓하거나 의존하려 하기 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칼포니는 어려운 시절이 얼른 지나갈 수 있도록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조언해주었다. 비밀의 강은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찾을 수는 없지만 자신이 원할 때 눈을 감고 마음을 들여다보면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간절함으로, 순수함으로, 누구에게라도 아낌없이 나눌 수 있을 때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책장을 덮고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어본다. 비밀의 강을 찾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