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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ㅣ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두툼한 두 권의 책이 전해주는 묵직함은 저자인 이국종 교수가 털어놓은 속내로 중증외상센터에 있어 이 책은 유효한 골든아워를 각인시켜주고 있다. 책 속에 기록되어 있는 중증외상센터 16년간의 기록은 개인이 아닌, 한 분야에 관한 것으로, 나아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으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라는 단어는 이국종 교수로 부터였다. 전국안의 관심을 받았던 석해균 프로젝트를 마치 군사작전처럼 완수해내는 것은 물론 석선장의 완쾌로 수면 밑에 잠겨있던 중증외상센터 시스템의 필요성을 전하는 이교수를 보며 보다 굳건한 의료를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는 총상을 맞고 귀순한 북한군 병사로 다시 한 번 집중을 받게 되었고 그 또한 건강하게 퇴원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이 교수의 중증외상센터의 절실함은 변함이 없었다. 그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생과 사의 경계선이라는 중증외상센터 수술실은 감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처절함으로 그곳에서 죽음으로부터 목숨을 끌어오는 모습은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부와 명예보다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팀원들, 나아가 몸을 사리지 않고 헬리콥터 조종에 나서는 소방대원들의 묵묵한 열정, 그리고 중증외상센터 시스템을 정착 시키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몫을 해내는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서로 이끌고 밀어주고, 곁이 되어줌으로써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전국 권역지점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고 지금은 경기남부 외상센터장으로 한걸음 더 내딛고 있다.
우리들이 중증외상센터에 대해 알게 된 후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동안 그들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 보낸 숨 가쁜 날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진다.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군 병가, 그 외에 중증외상센터 팀의 힘으로 살아난 많은 사람들의 건강한 웃음은 그들의 일이, 중증외상센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보람. 희망보다는 좌절, 절망으로 지친 발걸음을 내딛는 현실에 가슴 저 밑으로부터 무언가 꿈툴거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겉으로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외치면서도 정작 속으로는 권력이 실질적인 주인인 것을, 그래서 눈앞에서 수백 명의 학생들이 죽어가는 세월호참사 때도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고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위한 지원도 말만 있을 뿐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증외상센터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힘든 발걸음을 내딛는 이국종 교수를 비롯한 팀원들, 그 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맡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며 이제는 내가, 우리가 나서서 문제의 본질을 짚어보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
그냥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가는 데 까지 간다는 이국종 교수의 다짐에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그 희망이 존재하는 지금이 중증외상센터 시스템 정착의 골든아워라는 사실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