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마음에 드는 철학서적을 읽었다. 과거에 <생각의 탄생(2007년 , 미셸 루트번스타인)> 내용과 비슷하나 더 철학적이고, 더 근원적으로 인간의 생각에 대해서 접근한다.
삼성 이재용 회장이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했고, 대학원을 경영학으로 일본에서 공부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선친의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경영학은 나중에 배울 수 있지만, 그 그 원인 되는 사회학, 더 근원이 되는 철학을 우선 공부해야 다른 학업으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이건희 회장, 이병철 창업주의 가르침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나 역시 이제 와서 내 인생을 그렇게 접근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학과 같은 근원 학문에 대한 갈증이 매우 크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왜 공부를 잘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내 학습 방법은 무엇이 문제였길래 이렇게 능률이 안 오르는지 스스로를 원망도 많이 했었지만, 학습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기에는 때는 늦은 고3이었다. 대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놀 것 다 놀고 좋은 학점을 받는 친구들도 많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소위 일머리가 좋다는 친구들은 급속도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였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유전자에 대해서 원망하였다. ( 물론, 이 책에서도 나 역시도 타고난 머리에 대해서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만 신경을 쓰자.)
요새 들어서는 나름 머리 쓰는 것에 자신도 있고, 머리싸움에 대해서 기초 체력 및 근육량이 뛰어나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무작정 책을 읽다 보니, 인문학 책들이 이야기하는 주요 사상이 있었고, 과학책들이 말하는 주요 원리가 있었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머리 쓰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늘기는 했지만, 더 근원적으로 학습의 원리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공부하는 법", "유아 교육" 이런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인간의 두뇌는 백지상태로 태어난다. 태어나면서 글을 본능적으로 읽고, 쓰며, 과거 부모가 했던 경험 및 학습을 유전받으며 태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면 어떤 식으로 학습을 하길래 빠르게 많은 것을 습득하고, 머리가 좋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돌머리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사람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이 책에서는 새로운 (창의적) 생각을 탄생시키는, 도구의 역할을 하는 생각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책 포지에 쓰여있는, 메타포라 (metaphora :은유), 아르케 (arche:원리), 로고스(logos:문장), 아리스모스 (arighmos: 수), 레토리케(rhetorike:수사)가 그것이다. 그리스 어이며 어떻게 그리스인들이 이 5개의 생각의 창조 도구를 만들어 냈는지 살펴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민족 무역국가이며, 폴리스와 같은 민주적 정치 단위 (도시국가)가 자연현상을 예측하고,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 생각도 구들이 발전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처음으로 갖는 생각은 바로 "범주화"다. 카테고리를 만드는 작업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메바의 입장에서는 먹을 수 있는 것, 먹지 못하는 것 두 가지로 세상을 보는 범주가 나뉠 것이고, 모기의 경우 통과할 수 있는 공간, 나를 막는 벽이란 개념이 생길 것이고, 개의 경우는 좀 더 고차원 적으로 모기에게는 없던 문이라는 개념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개에게 있어서 책, 컴퓨터, 스피커와 같은 물건들은 먹지는 못하지만, 밟고 올라설 수 있는 도구 정도로 같은 범주에 포함이 될 것이다. 인간은 입에 물건을 넣어보며, 먹을 수 있는 것, 먹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 활동을 시작하며, 무서운 정도로 범주화를 빠르게 진행한다. 그 범주화를 통해 물건 및 사상을 묶어서 공통점을 찾기도, 차이점을 찾기도 한다. 그다음이 위에서 언급한 5개의 생각의 도구들을 사용한다. 처음으로 나오는 "메타포라"의 범주화를 통해 유사성과 차이점을 통해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도 확장하기도 한다.
"시간이 돈이다"라는 문장을 보면, 시간이 소중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라", "시간을 다 써버렸다", "시간을 아껴 써라" 등 무형의 시간을 돈이라는 유형의 물체와 동일하게 개념을 정립하며, 그 개념들이 인류가 갖는 보편성이라는 생각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확장하기도, 전달하기도 한다.
결국 머리가 좋다. 생각의 스킬이 좋다는 평가는 자신의 생각을 확장시키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공부하는 학문의 대다수는 서양에서 왔다. 우리가 현재 서양 철학을 공부하며, 서양 논리학을 배울지 언정, 우리 조상님이 만든 이황 선생의 성학십도, 이이 선생의 성학집요를 사상적으로 공부하지 않지 않는가? 결국 서양 철학이 말하는 생각하는 방법, 생각을 키우는 도구가 되는 생각에 대한 방법이 확실하게 잡혀있는 친구들은 계속 생각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반면, 철학이 부족한 친구들은 학업에 대한 확장이 어렵고, 지식들이 사상누각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4차 산업에 접어들면,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얻을 수 있는 파편화된 지식은 쓸모가 없다. 하지만 기계를 지배하고,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지적 활동은 더 원초적으로 생각의 도구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