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사, 저 밖에 골칫덩어리가 있었어." 그가 창문을가리키며 말한다. "난 단지 당신의 지지와 도움을 바란 거였다고"
그러나 클래리사의 귀에는 이성적인 논리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의 쉰 목소리와 "바란 거였다고"라고 과거시제를 쓴 것이 그가 자기 연민에 빠져 그녀를 비난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여 그녀는 화가 난다. - P133

과학계에서 실패했다는 느낌과 내가 기생충 같고 주변인 같다는 느낌이 나를 떠난 적은 별로 없었다. 아니, 전혀 없었다. 예전부터 느껴왔던 불안감은 로건의 추락 사건으로 인해, 혹은 패리문제로 인해, 혹은 클래리사와의 관계에 틈이 생기고 소원해진 느낌으로 인해 다시 강렬해졌다. 분명한 것은, 서재에 앉아 열심히생각한다고 해도 내 불안감의 원인이나 해결책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20년 전이었다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았겠지만,
어느 순간엔가 대화 치료법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내눈엔 고상한 사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P151

나는 클래리사를 그녀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나를 패리로부터 구해줄 작정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화목하게 잘살 수 있게 해준 그 사랑과 유대감을 새로이 확인할 생각이었다. 확인해서 내 의심에 아무 근거가 없으면, 의심을 버려야 했다. 나는 그녀가 최근에 받은편지를 모아둔 서랍을 열었다.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정도가 심해지면서 내 행동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었다. 내가 나쁜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무감각해졌다. 질기고 단단한 무언가가-방패막이나 껍질 같은 것이나 자신을 양심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생겨나고 있었다. 내 합리화의 변명이 정의라는 편적인 개념 주위에서 단단해졌다. 나는 무엇 때문에 클래리사가 패리에 대해 내 기대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알 권리가 있었다.
무엇이 그녀가 내 편이 되지 못하게 막는 것일까?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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