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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휼, 예수님의 심장
하재성 지음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14년 10월
평점 :
"아브라 카타브라" "옴마니 반메훔"
이방신들의 경우, 그들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움직일 수 있는 일종의 주문들이 있습니다.
우리 기독교에도 그런 주문이 있을까요?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마가복음 10:47)
복음서의 두 장애인은 이 짧은 한 마디로, 가던 예수님의 발걸음을 멈추어 세웁니다. 그들의 외침을 들은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러 가시는 그 다급하고 초조한 중에도 잠시 멈추어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깊은 긍휼을 통해 그들을 치료해주셨습니다.
예수님을 뛰게 만드는 그 힘, 예수님의 심장. 바로 '긍휼'입니다.
하재성 교수님의 책 <긍휼, 예수님의 심장>을 읽기 전까지 저는 '긍휼'에 대해 조금은 삐뚤어진 오개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긍휼이란, 단순히 가진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품는 안따까운 심정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전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고, 아무쪼록 누구에게나 긍휼을 풍성히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가 긍휼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불쌍히 여겨진다는 것,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봐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내 안의 자아와 인정욕구들이 계속해서 긍휼을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인간적인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높아지려는 원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예수님과 어느정도는 기브엔테이크(?) 하기를 원했습니다.
감히 하늘의 하나님과 피조물인 내가 동등한 가치의 그 어떤 무엇을 주고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잘 것 없어보이는 것일지라도) 주님께 뭐라도 드리고 받아야지, 그냥 받기만 하는 건 너무 뻔뻔해 보였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정말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벼랑끝에 서 있는 자들입니다. 더이상 자신의 것을 주장할 수 없고, 희망이 없고, 미래가 없고, 자신이 없고, 용기도 없는 자들입니다.
1장, 소경 바디매오 이야기.
2장, 수가성 우물가의 여인 이야기.
3장, 나인성 과부 이야기.
4장, 회당장 야이로와 혈루증을 앓았던 여인 이야기.
5장, 폭풍우와 싸우는 제자들 이야기.
6장, 바리새인 시몬의 집에 초청받지 못한 여인 이야기.
7장, 날 때부터 맹인이었던 장애인의 이야기.
8장, 간음한 여인 이야기.
9장, 안식일에 치료받은 여인 이야기.
10장, 안식일에 치료받은 병자 이야기.
하나같이 병들고, 소망 없고, 가진 것이 없는... 그래서 예수님밖에는 희망이 없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예수님은 단 한번도 외면하지 않고 품어주셨습니다.
회당장과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공격하기 위해 일부러 곤란한 상황을 만듭니다. 모든 노동을 금해야 하는 안식일에 예수님과 병자가 만나게 한 것입니다. 병자를 만난 예수님은 어떻게 행동하셨을까요?
"그들은 예수님께서 그 장애인을 보시고 긍휼을 느끼시는 즉시 지체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병을 고치실 것을 예상하였다. 한나절만 미루어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예수님께서는 기다리지 않으셨다." (170p)
"예수님께서는 긍휼 때문에 또 한 번 덫에 걸려드셨다. 그분의 긍휼은 참 조급한가 보다. 그분의 심장이 유난히 다급하게 뛰나 보다." (171p)
"하나님께서 하실 일은 뻔했다. 하나님께서는 무한하시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고 측량할 수 없는 분이시지만, 적어도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에 관해서는 우리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더욱이 연약한 한 사람에게 우리 예수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시고 행동하실지는 뻔히 예상이 가능한 일이다. 원수들의 예상대로, 예수님께서는 정확하게 그렇게 하셨다." (172p)
"원수들의 예상대로, 예수님께서는 정확히 그렇게 하셨다..."
냉정하게 따져 보면 굳이 안식일에 치료하지 않으셔도 될 일이었습니다. 한나절만 미룬다고 그 사이에 병자가 죽진 않습니다. 하지만 원수들은 예수님이 병자를 보는 즉시 치료해주실 것을 알았고, 우리 또한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예측대로 예수님은 그렇게 행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음해하려는 속셈을 다 알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심장이 이끄는 대로, 자신의 성품대로 행하셨습니다. 긍휼을 느끼시고,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긍휼'이란 단순히 '누군가 불쌍해 보여서 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긍휼은 '저 사람이 불쌍하니 도와주자'라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긍휼은 '생각'이 아니라, '성품' 그 자체였습니다. 예수님은 긍휼을 베푸실 수 밖에 없는 분이셨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그분의 본질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의 본성이 죄라면, 주님의 본성은 사랑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자연스레 죄로 끌려 가듯이, 주님의 마음은 자연스레 긍휼로 끌려갑니다.
우리가 만일 주님의 긍휼을 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주님 그 자체를 놓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주님이 긍휼이시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모두가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의 처지는 정말 끔찍합니다. 죄와 자아 속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우린 모두 긍휼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예수가 필요합니다.
'긍휼'에 대해 깊은 성찰과 묵상을 담고 있는 이 책 <긍휼, 예수님의 심장>을 통해서 그 분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