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지요. 그 열정이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녔으니까요. 그게 그를 신령한 향수(愁)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의 마음속에 들어선 마귀는 무자비했어요. 세상엔 진리를 얻으려는 욕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진리를 갈구하는 나머지 자기가 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셔버리려고 해요. 스트릭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진리 대신 미를 추구했지만요.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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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에 두라고강요한다. 그것이야말로 개인을 전체 집단에 묶어두는 단단한사슬이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 제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인 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됨으로써, 주인에게 매인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급기야는 왕이 매로 어깨를 때릴 때마다 아양을 떠는 신하처럼 자신의 민감한 양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왜냐하면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릭랜드가 자신의 행위가 불러일으킬 비난에 정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는 그 무서운 사람을 피해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 P77

육체와 결부된 존재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위대한 무엇인가를 향해 뜨겁게 타오르는, 고뇌하는 영혼이 그것이었다. 나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추구하는혼을 언뜻 보았던 것이다.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이 사내, 남루한 옷차림에 코는 커다랗고 눈은 번쩍이며 수염은 붉고 머리칼은 더부룩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건 겉껍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육체를 벗어난 하나의 혼과 대면하고있었던 것이다.
「좋아요, 가서 당신 그림이나 구경하죠」 내가 말했다. - P207

스트릭랜드보다 더 단일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처럼 자의식이 없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자기 예술을 그만한 숙달의 경지에 이르게 하기까지 그가 거쳐야 했던 힘든 과정을 내가 여기에서 묘사할 수 없음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패에도 결코 꺾이지 않고 불굴의 용기로 절망을 이겨내며, 예술가의 가장 힘겨운 적이라 할 수 있는 자기 회의에 부닥쳐도 완고하고도 끈질긴 정신을 잃지 않는 인물로 그를 그릴 수만 있다면, 매력이라고는 어지간히도 없어 보이는개성에 대해서도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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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인간은 의미 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다. 비록 그 의미라는 것이 상상의 산물에 불과할지라도 그렇게사는 게 인간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상상의 체계 속에서 자신이 만든 행복이라는 상상을 누리며 의미 없는 우주를 행복하게 산다. 그래서 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
- P251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태도였다. 모를 때 이는 체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다. 또한 내가 안다고 할 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질적 증거를 들어가며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우리는 이것을 과학적 태도라고 부른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다.
- P269

과학은 무지를 인정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무지를 인정한다는 것은 아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충분한 물질적 증거가없을 때, 불확실한 전망을 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과학의 진정한 힘은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 데에서 온다. 결국,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하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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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인문학의 느낌으로 물리를 이야기해보려고 했다. 나는 물리학자다. 아무리 이런 노력을 했어도 한계는 뚜렷하다. 그래도 진심은전해지리라 믿는다. 내가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꼈던 설렘이 다른이들에게 떨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울림은 독자의 몫이다.
- P7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 말없이 서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떨고 있다. 그떨림이 너무 미약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다. 소리는 떨림이다. 우리가말하는 동안 공기가 떤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의 미세한 떨림이 나의 말을 상대의 귀까지 전달해준다. 빛은 떨림이다. 빛은전기장과 자기장이 시공간상에서 진동하는 것이다. 사람의 눈은가시광선밖에 볼 수 없지만 우리 주위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빛으로가득하다. 우리는 전자기장의 떨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상은 볼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 P5

볼 수 있는 떨림, 느낄 수 있는 떨림도 있다. 집 앞의 은행나무는 영국왕실의 근위병같이 미동도 않고 서 있는 것 같지만, 상쾌한 산들바람이 어루만지며 지나갈 때 나뭇잎의 떨림으로 조용히반응한다. 사랑고백을 하는 사람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린다. 그고백을 듣는 사람의 심장도 평소보다 빨리 떤다. 우주의 숨겨진 비밀을 이해했을 때, 과학자는 전율을 느낀다. 전율은 두려움에 몸을떠는 것이지만 감격에 겨울 때에도 몸이 떨린다. 예술은 우리를 떨게 만든다. 음악은 그 자체로 떨림의 예술이지만 그것을 느끼는 나의 몸과 마음도 함께 떤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세상을 떠난 친구의 사진은 마음을 울리고, 영화<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는 심장을 울리고, 멋진 상대는 머릿속의 사이렌을 울린다.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이렇게 인간은 울림이고 떨림이다.
떨림과 울림은 이 책에서 진동의 물리를 설명할 때 등장한다.
진동은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현상이다. 공학적으로도 많은 중요한 응용을 갖는다. 따지고 보면 전자공학의 절반 이상은 진동과 관련된다. 이공계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의 대부분이 진동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동은 떨림이다.
- P6

우리는 달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달은 불길한 것이다.
축제의 대상이다. 달빛 속에서 프러포즈를 할 수 있지만, 곤히 김든 적들을 향해 기습공격을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달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지만, 또 누군가는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다. 달에서 보면 우리가 사는 지구도 하나의 행성이다. 달에서 보는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르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올바른 세상이다.
살다 보면 남과 다툴 일이 있다. 여기에는 자기가 옳고 남은틀리다는 생각이 깔린 경우가 많다. 지구에서 보는 우주만이 옳은것이 아니라 달에서 본 우주도 옳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아니라 우리가 달 위에 정지해 있는지도 모른다. 다투기 전, 달에한번 갔다 오는 것은 어떨까.
- P142

하지만 달을가리키는데 왜 손가락을 보느냐는 화두가 있다. <인터스텔라>의 과학적 진위를 두고 말들이 많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시지는다른 데 있는 게 아닐까? 지구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며,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지구가 우리를 버리면 우리는 멸종되거나떠나는 수밖에 없다. 인생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거다. 우주도 그렇다. <인터스텔라>의 진짜 주인공은 블랙홀이 아니라 지구다. 영화는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지구가 나가라면 나갈 수밖에 없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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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경제 발전을 이루고 우선 먹고사느라고 문화 쪽에 신경을 많이 못 썼습니다. 또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너무나 많은소중한 우리 문화가 파괴되었습니다. 특히 문화 쪽에서는 일제강점기보다도 광복 후 미국 영향하에서 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일제하에서는 일본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이라도 있어서 우리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남아 있었지만, 미군이 밀가루 포대를 싸들고 와서 도와 주는 척 하니까, 그만 뱃속의 간과 쓸개까지 아무 생각 없이 내주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문화는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각분야에 훌륭한 분들이 많이 남아 계십니다. 전통을 이어야 합니다. 광복 후 일본인들이 제 나라로 떠났을 때, 그들이 남긴 알량한 공장에는이를테면 대리급 사원도 한국인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랬던 나라가 광복 50년 만에 황량한 불모지를 딛고 서서, 이제는 세계 11대 교역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세상에 열심히 일한 민족이 우리뿐이었겠습니까?
이것은 유구하고 빼어난 우리의 문화 전통을 빼고는 설명 되지 않는 기적입니다.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침략했던 프랑스 장교는 썼습니다.
이 약하고 초라한 나라 조선, 그러나 형편없이 무너져가는 시골 초가집속에도 반드시 몇 권의 책은 있었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한다고 말입니다. 자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 그것은 장차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자신감으로 연결됩니다. 여러분, 어느 분야에계시든 간에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자부심을 가지고일하셔서, 큰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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