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인문학의 느낌으로 물리를 이야기해보려고 했다. 나는 물리학자다. 아무리 이런 노력을 했어도 한계는 뚜렷하다. 그래도 진심은전해지리라 믿는다. 내가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꼈던 설렘이 다른이들에게 떨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울림은 독자의 몫이다.
- P7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 말없이 서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떨고 있다. 그떨림이 너무 미약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다. 소리는 떨림이다. 우리가말하는 동안 공기가 떤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의 미세한 떨림이 나의 말을 상대의 귀까지 전달해준다. 빛은 떨림이다. 빛은전기장과 자기장이 시공간상에서 진동하는 것이다. 사람의 눈은가시광선밖에 볼 수 없지만 우리 주위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빛으로가득하다. 우리는 전자기장의 떨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상은 볼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 P5

볼 수 있는 떨림, 느낄 수 있는 떨림도 있다. 집 앞의 은행나무는 영국왕실의 근위병같이 미동도 않고 서 있는 것 같지만, 상쾌한 산들바람이 어루만지며 지나갈 때 나뭇잎의 떨림으로 조용히반응한다. 사랑고백을 하는 사람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린다. 그고백을 듣는 사람의 심장도 평소보다 빨리 떤다. 우주의 숨겨진 비밀을 이해했을 때, 과학자는 전율을 느낀다. 전율은 두려움에 몸을떠는 것이지만 감격에 겨울 때에도 몸이 떨린다. 예술은 우리를 떨게 만든다. 음악은 그 자체로 떨림의 예술이지만 그것을 느끼는 나의 몸과 마음도 함께 떤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세상을 떠난 친구의 사진은 마음을 울리고, 영화<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는 심장을 울리고, 멋진 상대는 머릿속의 사이렌을 울린다.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이렇게 인간은 울림이고 떨림이다.
떨림과 울림은 이 책에서 진동의 물리를 설명할 때 등장한다.
진동은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현상이다. 공학적으로도 많은 중요한 응용을 갖는다. 따지고 보면 전자공학의 절반 이상은 진동과 관련된다. 이공계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의 대부분이 진동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동은 떨림이다.
- P6

우리는 달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달은 불길한 것이다.
축제의 대상이다. 달빛 속에서 프러포즈를 할 수 있지만, 곤히 김든 적들을 향해 기습공격을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달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지만, 또 누군가는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다. 달에서 보면 우리가 사는 지구도 하나의 행성이다. 달에서 보는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르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올바른 세상이다.
살다 보면 남과 다툴 일이 있다. 여기에는 자기가 옳고 남은틀리다는 생각이 깔린 경우가 많다. 지구에서 보는 우주만이 옳은것이 아니라 달에서 본 우주도 옳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아니라 우리가 달 위에 정지해 있는지도 모른다. 다투기 전, 달에한번 갔다 오는 것은 어떨까.
- P142

하지만 달을가리키는데 왜 손가락을 보느냐는 화두가 있다. <인터스텔라>의 과학적 진위를 두고 말들이 많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시지는다른 데 있는 게 아닐까? 지구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며,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지구가 우리를 버리면 우리는 멸종되거나떠나는 수밖에 없다. 인생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거다. 우주도 그렇다. <인터스텔라>의 진짜 주인공은 블랙홀이 아니라 지구다. 영화는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지구가 나가라면 나갈 수밖에 없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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