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인사이트·디자인
터너 더크워스.자일스 링우드 지음, 정상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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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이 아무리 정교한들 사람들은 그것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 디자인에 가장 금기시되는 표현이 있다면 바로 '그냥 좋아서'이다. 디자인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품 출시 과정의 한 부분이기에, 이성적 사고와 합리성, 논리적 설득에 대한 중요성과 압박은 필연적이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런 말을 했다간 전문가로서의 신뢰성이 폭싹! 무너질 수 있다. 게다가 이제는 이미지조차 프롬프트로 생성하는 시대가 되면서, 계획과 논리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과는 반대로, 세계적인 디자인 에이전시 '터너 더크워스(Turner Duckworth)'는 '직감'을 자신들의 디자인 파워로 내세운다. 이들이 말하는 일명 '소프트 파워'다.

✅️ 터너 더크워스는 아마존, 맥도널드, 코카콜라, 크리넥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창조하고, 칸 라이언즈 국제 광고제를 비롯한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을 수상한 명망 있는 에이전시다. 『브랜딩·인사이트·디자인』은 터너 더크워스의 팀원과 협업 파트너들이 '옳다고' 느껴서 내린 결정들을 엮은 책이다.

이들은 데이터나 합리적인 사고과정보다 직감을 더 신뢰한다. 직감은 창의성의 필수 요소이자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고 여긴다.

그들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디자인의 차별점은 '호감 가는 사람'과 같다. 친근하고 매력적이며 진정성 있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다소 독특해서 주목을 끌 수 있어야 한다. 과하게 애쓰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마이너스 요소다.

🌟 좋은 예시가 바로 아마존이다. 터너 더크워스가 아마존의 로고 디자인 요청을 받았을 당시, 아마존은 책과 CD를 팔던 회사였고 제프 베이조스는 사업 확장을 꾀하던 시기였다. 프로젝트 요청서에는 참고 이미지도, 경쟁 환경 정보도, 고객 세분화 데이터도 없었다고 한다. 그저 고객 서비스에 최대한 집중하기, '모든 것'을 판매한다는 비전. 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터너 더크워스 팀은 실용적인 측면보다 본질에 집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고객 서비스를 상징하는 미소 표시가 A부터 Z를 이어주는 형태의 로고다. 박스에도 브랜드명을 빼고 스마일 로고만 있다.

복잡한 기획을 배제하고 직감을 활용한 디자인 과정, 독립적인 위치와 친밀함을 동시에 인식시킨 결과물, FedEx 로고 속 화살표처럼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즐거움, 브랜드의 미래 비전까지 완벽하게 실현시킨 프로젝트였다.

📌 "우리는 늘 같은 공식을 따랐다. 스타일이 아니라 아이디어에 관한 공식이었다. 주의를 기울인 사람들에게 보상을 주고 더 오래 기억되도록, 어쩌면 웃음까지 띠도록 시각적 재치를 더하는 것. 우리는 호감이란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느껴지는가'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마존 프로젝트는 결정적으로 직감의 힘을 공유하는 팀워크와 비즈니스 목표가 확고한 클라이언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에 소비자가 브랜드 가치를 자연스레 포용하는 성공적인 디자인을 원한다면, 그냥 좋다고 느껴지는 아이디어라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더군다나 직감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키워야 하는 능력인 만큼 이런 집단적 이해는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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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고 다양한 인사이트가 궁금하다면 꼭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브랜딩, 디자인 작업기와 사진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합리적이고(!) 풍성한 책이다.

✅️ 탑 디자인 에이전시의 작업기가 궁금한 분
✅️ 창의성을 키우고자 하는 디자이너, 마케터
✅️ 직감의 진면모가 궁금한 창작자
✅️ 선형적이지 않은 디자인 과정에 지쳐 공감을 얻고 싶은 분
✅️ 20명이 넘는 창작자들의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독자분에게 일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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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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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 방식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이념의 역설을 파헤치며 ‘부정적 과정’이라는 접근법을 처방하는 책입니다.

책의 저자이자 불편한 진실 수집가라고 불리는 저널리스트 '올리버 버크먼'은 동기부여 연설 현장부터 현대의 스토아 학파 철학자와의 인터뷰, 명상 프로그램, 에크하르트 툴레와의 만남, 메멘토 모리와 죽음을 일상적으로 의식하는 멕시코 여행을 통해 부정적 과정을 밟아갑니다.

삶 그 자체인 불확실함, 불안정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낙관론은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요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더 떠오르듯이, 부정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역설적으로 더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선 내가 긍정적인가? 하며 반복적으로 자기검열을 해야 하고요. 따라서 저자는 부정성에서 달아나려 애쓰지 않아야 하고, 근본적으로 불확실함이 우리 그 자체라는 진실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스토아 철학에 따르면, 외적인 사건 그 자체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그것에 관해 품고 있는 우리의 마음이 고통을 야기합니다. 심지어 직장이나 사람을 잃는 일조차 마찬가지고요. 이런 주장은 긍정적 사고 옹호자들과 비슷해보이지만 한발짝 나아가면 정반대입니다. 긍정적 옹호자는 미래에 대해 가급적 긍정적 기대 하기를, 스토아 학파는 최악의 결과를 직시하면서 깊이 생각해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최악의 결과 상상하기의 혜택은 행복의 원천을 얻어도 금방 시들해지는 ‘쾌락 적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하여 단기적으로 마음을 안심시키는 것은 불안이 일어나는 것을 재앙이라고 느껴지게 만들 수 있는데, 어떻게 잘못될지 생생하게 상상하고 실행 해보면 대개는 두려움이 과장됐음을 깨닫게 됩니다. 즉 ‘몹시 나쁘다’는 판단과 ‘절대적으로 끔찍하다’라는 판단의 차이점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이유들로 최악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일이 더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는 길이자 평온함의 원천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책은 여기서 불교의 가르침으로 나아가 그 판단 자체를 하지 않고 마음을 마치 날씨처럼 관찰하는 자세를 권하면서, 이 관점으로 ‘미루기’를 바라보기도 하는데요. 자기 계발 구루들은 동기가 부여돼야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일을 하지 않는 것은 할 마음이 없어서라며 동기를 충전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처방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적으로 확실히 실행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때도 별로 없거니와 마음과 실행은 별개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교적인 태도로 하기 싫은 마음을 관찰하고 그저 실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 태도는 확실한 계획보다 자신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과 재료를 검토 후,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반(反)목표 접근법’의 토대가 됩니다.

책은 불교적 가르침을 살펴본 이후, 에크하르트 톨레가 말하는 ‘에고’의 경계에 대한 재정의를 살펴봅니다. 하루종일 중얼거리는 생각과 ‘나’를 동일시하는 사고를 지적하며 근본적으로 우리는 의지할 기반이 없는 조건 속에서 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건 오히려 곤경이 닥쳤을 때 강한 회복력과 현실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책은 실패, 성장, 인간의 필명성을 직시하며 ‘메멘토 모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을, 낙관적인 사람을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취급하며 추구하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요? 행복 역설을 깨닫고 보니 이건 마치 더위를 피하겠다고 에어컨 앞만 사수하다가 감기에 걸려 열을 앓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자기 계발 도서와 행복 해지는 방법에 관한 서적을 읽어도 행복해지지 않고 오히려 이상에 관해 집착만 더해져 갔는데요. 그렇게 현실과는 멀어지고 불행과 자기 비난만 쌓여갔던 경험을 한 건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에 ‘부정적 과정’의 추를 달아 균형을 맞춰줄 현명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널리스트의 경험을 토대로 나아가는 전개가 재미도 있으면서 기대보다 더 깊은 주제를 파고들어 사유할 거리도 많습니다.

행복을 좇다가 역설적으로 긴장에 빠진, 긍정과 부정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이 되길 바라는 독자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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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아이들 -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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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메세지는 유의미하다. 그러나 저자가 인용한 학자들의 정보를 확인해보다가 놀랐다. 100의 98은 백인이다. 2는 그나마 백인 혼혈이다. 소수자가 겪는 환경 따위는 저자와 아이들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극좌파, 진보를 비난하지만 그에 대비해 극우적 편향이 녹아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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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설계자들 - 알고리즘이 세상을 왜곡하는 방식에 대하여
터바이어스 로즈-스톡웰 지음, 홍선영 옮김 / 시공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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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며칠 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가 불법 행위 은폐와 자료 제공 요청에 대한 비협조를 이유로 체포됐습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절대적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했고요. 또 마크 주커버그는 팬데믹 시절, 허위 사실 유포 방지를 위한 콘텐츠 검열에 강경하게 입장을 표명하지 못했던 걸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언론의 자유와 검열의 이슈가 떠오르고 있는 요즘,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분노를 야기하고 이용하는지에 관한 내용들을 전문적인 시선으로 폭넓게 담아낸 이 책이 시의적절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 《분노 설계자들》은 소셜미디어, 사회 및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미디어 연구원, 작가이자 기술 전문가인 터바이어스 로즈 스톡웰이 집필한 책입니다.

책을 읽기 전 '알고리즘이 세상을 왜곡하는 방식에 대하여'라는 카피를 보고 단순히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미치는 부작용과 방식을 이야기하는 책인 줄만 알았는데요. 물론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기대보다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알고리즘을 다루고 있는 책이였습니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의 영향을 이해하기 위한 인터넷의 역사, 저널리즘의 작동 방식, 도덕적 감정, 집단적 정체성, 자유민주주의의 적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가장 큰 이점은, 분노를 유발하는 유인책 가득한 기계 안에서 나도 많은 도덕적 감정을 학습하고 유발당했구나 또 주의력이라는 자원을 제공해왔구나 하는 선명한 깨달음. 그리고 정보를 다루고 있는 뉴스와 소셜미디어에 심어져있는 속임수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피드와 기사들이 마치 주의력을 빼앗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터처럼 느껴졌습니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설계된 것이다. 당신이 방금 전 굴러 떨어진 디지털 세계의 토끼굴은 당신을 겨냥한 광고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다. 당신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무료 앱이나 서비스는 무의식 중에 당신의 눈길이 닿는 것을 돈으로 바꾸기 위한 은밀한 절차에 의존하며 이를 확실히 수행하는 정교한 절차를 구축해놓았다.' 72p

더하여 저를 괴롭히고 있는 주의력과 판단력 부족의 심화도 2009년, 소셜 미디어가 극적으로 변한 시기와 관련 있을지도 모릅니다. 책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는 '알고리즘 피드'와 '사회적 지표', '원 클릭 공유'라는 세 가지 주요 특징을 통해 지식의 속도가 빨라지고 현대의 바이럴 시대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빠른 바이럴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거짓일 확률이 높으며, 동시에 우리의 빠른 직관에 의존합니다. 따라서 넘치는 거짓 정보의 폭포 속에서 합리적인 판단력과 주의력은 점점 얕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주의력은 제로섬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 그 시간은 영영 사라진다. 유한한 존재인 우리가 잃어버린 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은 점점 더 가장 부족한 자원이 되어간다.' 77p

저자는 도덕적 옳고 그름에 대한 감정은 거의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며 판단은 그 이후에 이루어진다고 하는데요. 알고리즘은 이용자를 '피드백의 무한 고리'로 밀어 넣어 직관과 그로인한 정체성은 갈수록 굳건해진다고 합니다.

당파적인 정보만 접하게 되고 반대 의견을 접하면 쉽게 분노가 유발되며 더 나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도, 경험도, 능력도 적어집니다. 분열은 심해지고, 결국 민주주의에도 큰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미래에 우리는 센스메이킹을 위해 소셜 미디어에 점점 더 의지하게 될 것이다(저널리스트들은 이미 트위터를 사용한 뒤에 피드를 제공하고 있다). 서로 맞물린 이런 관계를 명확히 정의 내리고 알고리즘 자체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혼란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책임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틱톡 및 기타 여러 플랫폼에 미루고 말 것이다. 511p

대알고리즘 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기계가 우리의 주의력을 얻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는 지를 깨닫고 그 작동방식에 대해 배우는 것은 어찌보면 기본 교양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소셜 미디어와 뉴스를 접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500페이지에 걸쳐 많은 지식을 담아낸 풍부한 책이라 저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재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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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낯선 나 - 정신건강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대하여
레이첼 아비브 지음, 김유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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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 중에서 여러 의미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인간을 정신의학적 진단과 질병명으로 설명하는 그 납작함의 경계를 의지적으로 해체한다. 사회적 분위기, 문화, 시기와 맞물려 그에 따라 변화하는 정신의학적인 설명이 오히려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6인의 이야기를 통해 추적해나간다. 그 추적 과정의 토대가 일기와 편지, 인터뷰, 증언, 문학, 과학적 지식을 넘나든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 '이 책은 그가 말한 '진리적 체계' 그 '바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삶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에서 펼쳐지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언어로 묘사할 수 없는 인간 경험의 바깥 가장자리, 다시 말해 '정신의 오지(psychic hinterlands)'라고 불릴 만한 곳에서 펼쳐진다는 점이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이러한 소통 불가능성을 극복하려고 했던 환자들의 이야기와 그 세계를 번역하고자 한다. 46p

첫 장에서는 거식증에 걸린 본인 '레이첼'의 이야기를 통해서 병식과 자아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추후 인생에 미치는 변동성. 동시에 사회 문화적 압력, 감정 표현 방식에 관련한 맥락도 포함하며 나아간다.

우울증 환자로 설명하는 '레이'의 이야기는 과거 성공에 대한 집착, 남성에게 사회적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당시의 분위기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또 당시 최고의 정신병원으로 불리던 '체스트넛 롯지'의 입원과 소송 과정을 통해 정신분석학, 정신생리학 등 변화하는 정신의학 속에서 자아를 증명하려는 그의 집착에 가까운 노력. 이를 통해 정체성의 복잡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인도의 가족 문화와 여성을 향한 대우가 종교적 조현병으로 설명되는 증상의 발현 과정을 볼 수 있는 '바푸'의 이야기. 흑인에 대한 차별과 저항, 출산과 되물림이 복잡하게 엮인 '나오미'의 이야기로 그저 질환으로만 설명하기 힘든 사회 문화적 압박과 여러 방면으로 뻗어나가는 상호작용 현상들을 관찰해 나간다.

그리고 '로라', 저자가 6살 당시 거식증 병실에서 만났던 '바하'의 약리학적 과정 기록으로 우울증 약의 딜레마와 '회복이 아닌 변신이 우리의 길이 된다'는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즉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기 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일관된 정체성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고 복잡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나는 이해했다.

언어만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 경험의 바깥 가장자리'를 글을 통해 설명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그 자체와 책이 나아가는 과정이 '복잡함'의 방증이 되어주고 있다. 개인들의 인생을 기둥으로 사회적, 의학적 맥락을 엮어 나가는 방식은 사회와 개인은 떼어놓을 수 없다고, 편향된 책임론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 하다.

또 언어적 불가능성을 파고드는 저자의 의지와 다양한 매체에서 길어올린 인용들은 읽으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이다.

✅️ 인간의 복잡성, 정신의학적 진단에 대한 비판적 보고, 정신적 경험에 대한 다양하고 섬세한 표현들을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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