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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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 방식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이념의 역설을 파헤치며 ‘부정적 과정’이라는 접근법을 처방하는 책입니다.

책의 저자이자 불편한 진실 수집가라고 불리는 저널리스트 '올리버 버크먼'은 동기부여 연설 현장부터 현대의 스토아 학파 철학자와의 인터뷰, 명상 프로그램, 에크하르트 툴레와의 만남, 메멘토 모리와 죽음을 일상적으로 의식하는 멕시코 여행을 통해 부정적 과정을 밟아갑니다.

삶 그 자체인 불확실함, 불안정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낙관론은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요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더 떠오르듯이, 부정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역설적으로 더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선 내가 긍정적인가? 하며 반복적으로 자기검열을 해야 하고요. 따라서 저자는 부정성에서 달아나려 애쓰지 않아야 하고, 근본적으로 불확실함이 우리 그 자체라는 진실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스토아 철학에 따르면, 외적인 사건 그 자체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그것에 관해 품고 있는 우리의 마음이 고통을 야기합니다. 심지어 직장이나 사람을 잃는 일조차 마찬가지고요. 이런 주장은 긍정적 사고 옹호자들과 비슷해보이지만 한발짝 나아가면 정반대입니다. 긍정적 옹호자는 미래에 대해 가급적 긍정적 기대 하기를, 스토아 학파는 최악의 결과를 직시하면서 깊이 생각해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최악의 결과 상상하기의 혜택은 행복의 원천을 얻어도 금방 시들해지는 ‘쾌락 적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하여 단기적으로 마음을 안심시키는 것은 불안이 일어나는 것을 재앙이라고 느껴지게 만들 수 있는데, 어떻게 잘못될지 생생하게 상상하고 실행 해보면 대개는 두려움이 과장됐음을 깨닫게 됩니다. 즉 ‘몹시 나쁘다’는 판단과 ‘절대적으로 끔찍하다’라는 판단의 차이점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이유들로 최악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일이 더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는 길이자 평온함의 원천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책은 여기서 불교의 가르침으로 나아가 그 판단 자체를 하지 않고 마음을 마치 날씨처럼 관찰하는 자세를 권하면서, 이 관점으로 ‘미루기’를 바라보기도 하는데요. 자기 계발 구루들은 동기가 부여돼야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일을 하지 않는 것은 할 마음이 없어서라며 동기를 충전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처방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적으로 확실히 실행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때도 별로 없거니와 마음과 실행은 별개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교적인 태도로 하기 싫은 마음을 관찰하고 그저 실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 태도는 확실한 계획보다 자신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과 재료를 검토 후,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반(反)목표 접근법’의 토대가 됩니다.

책은 불교적 가르침을 살펴본 이후, 에크하르트 톨레가 말하는 ‘에고’의 경계에 대한 재정의를 살펴봅니다. 하루종일 중얼거리는 생각과 ‘나’를 동일시하는 사고를 지적하며 근본적으로 우리는 의지할 기반이 없는 조건 속에서 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건 오히려 곤경이 닥쳤을 때 강한 회복력과 현실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책은 실패, 성장, 인간의 필명성을 직시하며 ‘메멘토 모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을, 낙관적인 사람을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취급하며 추구하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요? 행복 역설을 깨닫고 보니 이건 마치 더위를 피하겠다고 에어컨 앞만 사수하다가 감기에 걸려 열을 앓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자기 계발 도서와 행복 해지는 방법에 관한 서적을 읽어도 행복해지지 않고 오히려 이상에 관해 집착만 더해져 갔는데요. 그렇게 현실과는 멀어지고 불행과 자기 비난만 쌓여갔던 경험을 한 건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에 ‘부정적 과정’의 추를 달아 균형을 맞춰줄 현명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널리스트의 경험을 토대로 나아가는 전개가 재미도 있으면서 기대보다 더 깊은 주제를 파고들어 사유할 거리도 많습니다.

행복을 좇다가 역설적으로 긴장에 빠진, 긍정과 부정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이 되길 바라는 독자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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