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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에 태워줘
애덤 마스-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에이유앤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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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두 가지 의미에서 '상호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주인공 콜린과 레이 사이의 지배/복종 관계에서 비롯되는 일방성이다. 이 종속 관계는 첫 만남부터 형성된다. 나무에 기댄 채 발을 쭉 뻗고 누워 있던 레이, 그리고 그의 발에 걸려 넘어진 콜린. 콜린은 레이의 조각 같은 외모에 감탄하면서도 곧 다른 부위로 시선을 옮긴다. 레이는 자신만만한 비웃음과 함께 범상치 않은 일체형 가죽 슈트의 지퍼를 부욱 내리고, 어리둥절한 콜린에게 그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연달아 보여준다.



그렇게 콜린은 레이에게 빠진(fall for) 것이 아니라 넘어졌다(fall over). 파도처럼 밀려와 풍덩 빠진 사랑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낭떠러지로 떨어져 상대를 우러러보게 된 관계가 발생한 것이다. 원래 BDSM은 명확한 동의와 협상,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6년 동안 경험 많은 성인이 순진한 소년에게 보인 행동에서는 그런 절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의미의 일방성은 이야기의 서술 방식에서 나타난다. 소설이든 영화든 둘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레이는 바이크 클럽의 리더답게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자신의 바이크를 빈틈없이 세차한다. 2층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콜린. 레이 역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 눈치챘을 테지만, 한 시간 내내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지 않는다. 콜린은 그 의도적인 무시에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안도감과 묘한 흥분을 느낀다.



그 거리감과 수치심이 콜린에게는 관계의 핵심이다. 그는 레이의 마음이 궁금하면서도, 정작 알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근위병처럼 흔들림 없는 그가 윙크라도 한다면, 직업이나 가정환경 같은 사적인 면을 알게 된다면, 미천하고 못생긴 자신을 선택해 준 레이라는 황홀한 존재감이 무너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을 알지 못하는 화자 콜린은 레이의 심리를 끝없이 추측하고, 자신의 자기연민을 끊임없이 해설한다. 그 과정 자체가 그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방식처럼 보인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홀로 나이 든 그는 비로소 둘의 관계를 다른 방향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역전까지 이루는, '상호 일방적인' 관계처럼 읽혔다.



저자는 이 작품을 진실된 러브스토리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사랑과 진실은 무엇일까.



사랑은 달콤한 감정보다 어떤 사건에서 촉발되는 것에 가깝다.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욕망은 타인을 통해 발견되고, 학습되며, 어느새 삶의 방식이 된다. 그리고 레이의 가죽 옷들처럼 가장 솔직하다고 믿었던 욕망조차, 사실은 자신의 못남을 감추기 위한 껍데기일 수도 있다. 그럼 껍데기 욕망이 더 진실에 가까운 게 아닐까. 레이에게는 그 가죽 재킷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존재가 필요했고, 콜린은 바로 그 역할에서 만족을 느꼈다. 그렇다면 6년간 이어진 그들의 관계를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우리는 기꺼이 거짓된 모습에 현혹되고, 자신과 타인에게 끊임없이 서사를 부여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진실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진실은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정원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사랑과 희생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행동들은 어느새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변해 서로에게 독성 짙은 뿌리를 내리기도 한다. 그 결과 인생의 한 부분은 존재론적 불안으로 물든다. 콜린의 부모처럼 말이다. 그 불안을 인정하고, 밑동까지 한 번 잘라내는 경험을 거쳐야 비로소 삶의 다른 부분들이 새롭게 자라고 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사랑이 하는 역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주절주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어쨌든 수치심에서 흥분을 찾는 서브미시브처럼, 가장 못난 러브스토리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내게 여전히 새롭고 흥미로웠다. 물론 윤리적으로 뜨악하는 장면들도 있다. 하지만 권력과 복종을 다루는 이야기에 회초리를 들이대며 재단하는 것 역시 우스운 일처럼 느껴져, 판단을 잠시 내려놓고 읽었다.



영화의 팬이라면 원작과 영화 사이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일반 독자 역시 자존감 낮은 화자의 구구절절한 자기연민과 상대를 숭배하는 주접에 피식 웃다가, 어느 순간 뜻밖의 공감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대담한 러브스토리를 찾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뒷자리에태워줘 #뒷자리에태워줘원작



말장난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두 가지 의미에서 '상호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주인공 콜린과 레이 사이의 지배/복종 관계에서 비롯되는 일방성이다. 이 종속 관계는 첫 만남부터 형성된다. 나무에 기댄 채 발을 쭉 뻗고 누워 있던 레이, 그리고 그의 발에 걸려 넘어진 콜린. 콜린은 레이의 조각 같은 외모에 감탄하면서도 곧 다른 부위로 시선을 옮긴다. 레이는 자신만만한 비웃음과 함께 범상치 않은 일체형 가죽 슈트의 지퍼를 부욱 내리고, 어리둥절한 콜린에게 그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연달아 보여준다.



그렇게 콜린은 레이에게 빠진(fall for) 것이 아니라 넘어졌다(fall over). 파도처럼 밀려와 풍덩 빠진 사랑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낭떠러지로 떨어져 상대를 우러러보게 된 관계가 발생한 것이다. 원래 BDSM은 명확한 동의와 협상,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6년 동안 경험 많은 성인이 순진한 소년에게 보인 행동에서는 그런 절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의미의 일방성은 이야기의 서술 방식에서 나타난다. 소설이든 영화든 둘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레이는 바이크 클럽의 리더답게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자신의 바이크를 빈틈없이 세차한다. 2층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콜린. 레이 역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 눈치챘을 테지만, 한 시간 내내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지 않는다. 콜린은 그 의도적인 무시에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안도감과 묘한 흥분을 느낀다.



그 거리감과 수치심이 콜린에게는 관계의 핵심이다. 그는 레이의 마음이 궁금하면서도, 정작 알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근위병처럼 흔들림 없는 그가 윙크라도 한다면, 직업이나 가정환경 같은 사적인 면을 알게 된다면, 미천하고 못생긴 자신을 선택해 준 레이라는 황홀한 존재감이 무너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을 알지 못하는 화자 콜린은 레이의 심리를 끝없이 추측하고, 자신의 자기연민을 끊임없이 해설한다. 그 과정 자체가 그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방식처럼 보인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홀로 나이 든 그는 비로소 둘의 관계를 다른 방향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역전까지 이루는, '상호 일방적인' 관계처럼 읽혔다.



저자는 이 작품을 진실된 러브스토리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사랑과 진실은 무엇일까.



사랑은 달콤한 감정보다 어떤 사건에서 촉발되는 것에 가깝다.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욕망은 타인을 통해 발견되고, 학습되며, 어느새 삶의 방식이 된다. 그리고 레이의 가죽 옷들처럼 가장 솔직하다고 믿었던 욕망조차, 사실은 자신의 못남을 감추기 위한 껍데기일 수도 있다. 그럼 껍데기 욕망이 더 진실에 가까운 게 아닐까. 레이에게는 그 가죽 재킷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존재가 필요했고, 콜린은 바로 그 역할에서 만족을 느꼈다. 그렇다면 6년간 이어진 그들의 관계를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우리는 기꺼이 거짓된 모습에 현혹되고, 자신과 타인에게 끊임없이 서사를 부여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진실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진실은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정원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사랑과 희생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행동들은 어느새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변해 서로에게 독성 짙은 뿌리를 내리기도 한다. 그 결과 인생의 한 부분은 존재론적 불안으로 물든다. 콜린의 부모처럼 말이다. 그 불안을 인정하고, 밑동까지 한 번 잘라내는 경험을 거쳐야 비로소 삶의 다른 부분들이 새롭게 자라고 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사랑이 하는 역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주절주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어쨌든 수치심에서 흥분을 찾는 서브미시브처럼, 가장 못난 러브스토리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내게 여전히 새롭고 흥미로웠다. 물론 윤리적으로 뜨악하는 장면들도 있다. 하지만 권력과 복종을 다루는 이야기에 회초리를 들이대며 재단하는 것 역시 우스운 일처럼 느껴져, 판단을 잠시 내려놓고 읽었다.



영화의 팬이라면 원작과 영화 사이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일반 독자 역시 자존감 낮은 화자의 구구절절한 자기연민과 상대를 숭배하는 주접에 피식 웃다가, 어느 순간 뜻밖의 공감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대담한 러브스토리를 찾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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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와의 안전 이별 - 보복 없이 손해 없이 나르시시스트와 멀어지는 법
레베카 정 지음, 고영훈 옮김 / 생각정거장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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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나르시시스트의 개념이 대중적인 상식으로 급부상하면서 이제 서로를 나르로 의심하며, 간혹 내 이야기인가..? 뜨끔 하기도 한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최대 15%가 자기애성 성격장애 혹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대부분은 나르시시스트를 생각보다 자주 만났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나르시시스트에게 감정적, 신체적으로 착취를 당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 ‘레베카 정’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 중 한 명으로 20년 이상 가정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어느 날, 이런 그에게 솔깃한 제안과 부드러운 매력을 한 가득 안은 채 비즈니스 파트너를 제안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저자는 왜 이제 나타났나! 싶을 정도로 끌렸다고 한다. 비록 예상보다 빠르게 추진하려는 느낌이 들었지만 저자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비즈니스의 파트너를 맺게 된다. 이게 수동형 나르시시스트와의 만남의 시작이다. 점점 연락의 빈도가 늦어지고, 거짓말을 하며, 어느새 ‘내 탓’이 되어버린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게 영혼이 갉아 먹히고 삶의 에너지를 뺏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지옥 클럽’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우리도 지옥 클럽의 명예 회원이 되기 전에 나르시시스트와 안전하게 이별해야 한다. 그러나 항간에 떠도는 말로는 나르시시스트와의 협상은 시간 낭비라고, 절대 이길 수 없다고들 한다. 하긴 나르들은 어떻게든 상대방을 들쑤시고,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만족을 느끼는 성향을 가진 자들이라 말문이 턱 막히고 일단 뒷걸음질 치고 싶다. 그러나 저자는 다르게 말한다. 올바른 협상 프레임워크와 나르시시스트의 사고방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만 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그래서 책에는 나르시시스트들의 특징과 저자가 설계한 프레임워크를 소개한다.

‘나르시시스트와의 협상에서 이기는 안전 이별’ 공식이라는 명칭으로 ‘안전이별’의 각 앞 글자를 딴 전략적 방법론이다. ‘안’은 ‘안전 이별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단계다. 협상의 나침반이 되어줄 목표와 비전을 만들고, 구체적인 실행 단계와 조사 항목을 정한다. ‘전’은 ‘전황을 뒤집을 협상 카드’를 의미한다. 나르시시스트는 건강한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타고난 심리적 싸움꾼이자 도굴꾼인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 평화로운 합의로 이끌고 유인책을 만든 뒤 협상 카드를 제안해야 한다. ‘이’는 이면까지 꿰뚫는 상황 예측이다. 상대 나르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 지 파악하고 그의 행동, 주장, 동기를 미리 내다보고 예측하는 단계다. ‘별’은 ‘별것 아닌 것처럼 털어내는 당신과 당신의 입장’이다. 탈탈 착취 당하는 상황에 익숙해졌다면 이젠 전술을 손에 쥔 공격적인 태도 그리고 피해자라는 자기 인식에서 벗어나는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와 벌이는 협상 전 마인드셋이 승부의 99%를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나르시시스트는 수치심으로 가득 찬 움직이는 동상이다. 자기 자신이라는 감각이 없다. 스스로가 누군지조차 불분명하니 다른 사람들의 말과 비판에 쉽게 흔들린다. 이들의 먹잇감으로 살아온 이들은 그들의 딱딱함과 거짓 웅장함에 속아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뺏겼을 지 모른다. 탈곡당한 영혼과 새하얘지는 머리를 붙잡고 이제는 전술을 배워 유턴을 할 때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경험으로 거듭난 ‘나르시시스트 전문 변호사’만이 제시할 수 있는 인사이트와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적절하다. 나르시시스트에 관심이 있거나 안전하게 이별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나르시시스트와의 싸움은 결국 그냥 싸움일 뿐이다.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이자 인권운동가 엘리너 루스벨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한, 누구도 당신을 열등하게 만들 수 없다.” 이 말을 진짜 이해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276p

#나르시시스트 #가스라이팅 #X와의안전이별 #매경출판 #매일경제신문사 #매일경제신문 #매일경제 #심리 #심리학도서 #심리학 #심리회복 #안전이별 #협상 #인간관계 #인문 #심리학책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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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위한 행동활성화 워크북 - 기분을 향상시키고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강력한 전략들
니나 요제포비츠.스티븐 R. 스왈로우 지음, 구훈정 외 옮김 / 하나의학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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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걸리면 무기력해지고, 즐기던 일에도 흥미를 잃으며,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게 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반추하면서 우울은 더욱 깊어지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죠. 이런 증상들로 책을 찾아 보는 독자들도 많으실텐데요.

많은 우울증 관련 서적은 대부분 생각과 감정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요. 『우울증을 위한 행동활성화 워크북』은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주목합니다. 저자는 이를 ‘행동활성화(Behavior Activation)’라 부르며, 수많은 사람들의 회복을 이끈 치료법이라고 설명합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기분을 바꾸기 위해 행동을 바꿔라.’ 즉, 더 많이 활동할수록 기분이 나아지고, 그 긍정적인 감정이 다시 행동의 동기를 만들어낸다는 원리입니다.

『우울증을 위한 행동활성화 워크북』은 먼저 우울증이 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생각, 감정, 행동이 서로 얽혀 있다는 점을 짚어주고, 독자가 직접 자신의 증상과 하루를 기록하며 우울을 강화하는 패턴을 발견하게 합니다.

이후엔 ‘우울-저항적 삶(depression-resistant life)’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워크시트를 제공합니다. 내 기분을 좋게 하는 목록을 살펴본 뒤 개인적인 핵심 가치와 성취감과 연관 지으며 다시 실천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 동기와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안으로 독자를 이끕니다.

책이 제시하는 모든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계획의 '구체성'입니다. 당연하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망각할 수 있는 지점 입니다. 예를 들어 ‘공부하기’, ‘운동하기’처럼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무엇을, 누구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실천 가능한지를 명확히 설정하도록 합니다. 즉, 추상적인 '의도'가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행동 계획’이 핵심이죠.

책에는 이 외에도 회피 대신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책을 찾는 법, 동기를 떨어뜨리는 생각을 다루는 기술 등 다양한 기법과 실습 자료가 담겨 있어 굉장히 유용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5장의 ‘가치 기반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어떤 활동을 할 때 개인적인 의미나 목표 의식이 분명하지 않으면 쉽게 동기를 잃는 편인데, 이 장은 나의 핵심 가치를 탐색하고 이를 행동과 연결하도록 돕습니다. 존경하는 사람을 떠올리거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질문하며 가치 목록에 점수를 매기는 과정, 그리고 구체적인 활동 계획과 연결하는 점이 특히 유익했습니다.

예를 들어 ‘독서’는 제게 성취와 성장, 나아가 건강을 추구하는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달리기’도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성취와 자기관리의 가치와 연결될 수 있죠. 이렇게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니 자연스럽게 동기가 생기고, 기분도 한결 밝아졌습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우울증 극복이 단지 ‘행동’에만 달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강화하는 인지왜곡들을 살펴 보면서 마음챙김, HUMP, 3N 등의 기법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 감정이 미치는 영향을 '약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부정하거나 없애는 게 아니라요.)그리고 이에 휘둘리지 않고 ‘우울-저항적 삶’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지금까지 무력하게 우울증의 '결과'로만 보았던 (게으른)행동들을 생각·감정·행동의 순환 구조 속 한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 하거나, 꼬리를 무는 생각에 골몰하는 대신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든든한 동기가 생긴 기분입니다. 그리고 우울감에 무심코 흘려 보내던 하루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자율성을 가지고 기분 좋은 활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 행동할 힘과 의미를 찾지 못해 막막한 분들께 이 책을 강력 추천합니다. 나아가 부정적인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고, 삶의 구체적인 방향을 설계하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책입니다.

+ 책의 부록에는 본문에서 다룬 모든 워크시트가 수록되어 있어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고, 번역도 매끄러우니 꼭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우울증을위한행동활성화워크북 #하나의학사 #우울증 #행동활성화 #우울증치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울증을위한행동활성화워크북 #하나의학사 #우울증 #행동활성화 #우울증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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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공감 - 우리는 왜 남의 말에 휘둘리는가
제나라 네렌버그 지음, 명선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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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이 가져온 광범위한 노출은 사회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을 확산시켰고, 그 결과 극단적인 집단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가상 세계는 새로운 이익집단을 만들어 냈으며, 이들은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여 긍정적,부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66p

🔥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특히 SNS나 커뮤니티 같은 인터넷 속 세상의 분열이 감각으로 느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분열이 심해질수록 적을 만들고, 적을 향한 분노는 강화되며, 분노라는 강렬한 감정으로 뭉친 집단의 결속력은 한층 더 강해집니다. 이는 개인과 사회에 다양한 악영향을 낳습니다. 특히 '캔슬컬쳐'가 대표적입니다. 유명인의 말실수를 편향적으로 해석하거나, 자신들의 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위 좌표를 찍고 '나락'을 보내버리는 이 팽배하고 잔인한 긴장감은 우리의 마음속에도 각인됩니다.

혹시 나도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봐 불안을 안은 채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집단에 통용되는 생각, 규범, 규칙에 이견을 갖고 있더라도 조롱을 당하거나 공격을 받을 것 같은 걱정에 선뜻 비판을 제시하지 못하며 입을 닫아버리고 맙니다. 스스로를 제한하는 '자기침묵'을 만드는 것이죠. '불확실성-정체성 이론'이 말하듯,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은 강력하고 명확한 규범과 규칙을 지닌 집단에 쉽게 끌리게 만들며, 이러한 집단은 개인에게 강한 정체성과 확신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집단 정체성'이 형성될수록 자기침묵은 강해지고, 토론과 비판하는 능력도 점점 약해집니다.

저자 '제나라 네렌버그'는 이와 같은 온라인 속 극단주의, 집단 정체성, 자기침묵 등의 사회적 현상과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철해 나갑니다.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능동적으로 맥락을 파악하고, 질문하고, 관찰하고, 여러 가지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결론을 도출해내는 사고능력과 자율성을 잃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알고 표현하는 것이 집단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켜나가는 방식이며, 서로 생각을 주고 받는 토론이 건강한 개인과 민주주의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또한 내 몸으로 되돌아와 현실에 뿌리내리고, 자기만의 중심성과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합니다.

특히 책 후반부의 정체성 파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정체성을 고정된 것으로 자주 착각하지만, '유목민'으로 바라본다면 변화에 대한 저항도 사라지며, 이제껏 나의 정체성과 끈끈하게 결부되어 있던 집단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범주가 아닌 복잡성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것. 즉, 나와 타인을 '정체성 고아' 그리고 경계에서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복합적인 존재라는 걸 깨달아야 진정한 공감과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나는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환과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인식이 어우러져 ‘정체성’과 ‘자아’를 순응의 굴레가 아닌 확장으로 이끄는 미래를 희망한다. 47p

💭 좋아요 수가 많은 댓글에 따라 내 의견이 바뀌고, 인플루언서가 주장하는 이념이 어느새 내 관점이 되며,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조차 망각하고 있던 요즘. 멍하던 정신에 경종을 울려주는 듯한 책이었습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답게 다양한 인용과 인터뷰, 날카로운 분석과 심리학 이론, 그리고 실용적인 조언으로 맞춰가는 균형감이 돋보였습니다. 독자분들에게 많은 날카로운 통찰과 조언을 안겨줄 것이라 생각하며 강추 드립니다!

#거짓공감 #지식의숲 #극단주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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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인사이트·디자인
터너 더크워스.자일스 링우드 지음, 정상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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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이 아무리 정교한들 사람들은 그것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 디자인에 가장 금기시되는 표현이 있다면 바로 '그냥 좋아서'이다. 디자인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품 출시 과정의 한 부분이기에, 이성적 사고와 합리성, 논리적 설득에 대한 중요성과 압박은 필연적이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런 말을 했다간 전문가로서의 신뢰성이 폭싹! 무너질 수 있다. 게다가 이제는 이미지조차 프롬프트로 생성하는 시대가 되면서, 계획과 논리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과는 반대로, 세계적인 디자인 에이전시 '터너 더크워스(Turner Duckworth)'는 '직감'을 자신들의 디자인 파워로 내세운다. 이들이 말하는 일명 '소프트 파워'다.

✅️ 터너 더크워스는 아마존, 맥도널드, 코카콜라, 크리넥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창조하고, 칸 라이언즈 국제 광고제를 비롯한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을 수상한 명망 있는 에이전시다. 『브랜딩·인사이트·디자인』은 터너 더크워스의 팀원과 협업 파트너들이 '옳다고' 느껴서 내린 결정들을 엮은 책이다.

이들은 데이터나 합리적인 사고과정보다 직감을 더 신뢰한다. 직감은 창의성의 필수 요소이자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고 여긴다.

그들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디자인의 차별점은 '호감 가는 사람'과 같다. 친근하고 매력적이며 진정성 있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다소 독특해서 주목을 끌 수 있어야 한다. 과하게 애쓰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마이너스 요소다.

🌟 좋은 예시가 바로 아마존이다. 터너 더크워스가 아마존의 로고 디자인 요청을 받았을 당시, 아마존은 책과 CD를 팔던 회사였고 제프 베이조스는 사업 확장을 꾀하던 시기였다. 프로젝트 요청서에는 참고 이미지도, 경쟁 환경 정보도, 고객 세분화 데이터도 없었다고 한다. 그저 고객 서비스에 최대한 집중하기, '모든 것'을 판매한다는 비전. 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터너 더크워스 팀은 실용적인 측면보다 본질에 집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고객 서비스를 상징하는 미소 표시가 A부터 Z를 이어주는 형태의 로고다. 박스에도 브랜드명을 빼고 스마일 로고만 있다.

복잡한 기획을 배제하고 직감을 활용한 디자인 과정, 독립적인 위치와 친밀함을 동시에 인식시킨 결과물, FedEx 로고 속 화살표처럼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즐거움, 브랜드의 미래 비전까지 완벽하게 실현시킨 프로젝트였다.

📌 "우리는 늘 같은 공식을 따랐다. 스타일이 아니라 아이디어에 관한 공식이었다. 주의를 기울인 사람들에게 보상을 주고 더 오래 기억되도록, 어쩌면 웃음까지 띠도록 시각적 재치를 더하는 것. 우리는 호감이란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느껴지는가'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마존 프로젝트는 결정적으로 직감의 힘을 공유하는 팀워크와 비즈니스 목표가 확고한 클라이언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에 소비자가 브랜드 가치를 자연스레 포용하는 성공적인 디자인을 원한다면, 그냥 좋다고 느껴지는 아이디어라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더군다나 직감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키워야 하는 능력인 만큼 이런 집단적 이해는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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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고 다양한 인사이트가 궁금하다면 꼭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브랜딩, 디자인 작업기와 사진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합리적이고(!) 풍성한 책이다.

✅️ 탑 디자인 에이전시의 작업기가 궁금한 분
✅️ 창의성을 키우고자 하는 디자이너, 마케터
✅️ 직감의 진면모가 궁금한 창작자
✅️ 선형적이지 않은 디자인 과정에 지쳐 공감을 얻고 싶은 분
✅️ 20명이 넘는 창작자들의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독자분에게 일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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