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날에는 남해에 갑니다 - 사진작가 산들의 버릇처럼 남해 여행,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이산들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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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여행 소개 책을 읽어보니, 공통점이 있더군요. 작가님들 모두 여행을 여행으로 보지 않고 평소처럼 생활화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동네 마실 나가듯 떠나는 여행. 여행을 자주 다니는 그들만의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요?

만약 여행 유전자가 있고, 유전자 변경 장치가 있다면 방구석 유전자와 살짝 바꿔 보고 싶군요. ^^


이름이 산뜻한 이산들 작가님이 쓰신 남해 여행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전직 간호사였던 분이 6년의 간호사 생활을 청산(?)하고, 사진작가로 변화를 꿰셨는데요. 그러던 가운데 책까지 내시고요.


이 책을 통해서 남해 마을 소개, 가는 교통 법, 맛집 외 주변 볼거리, 그리고 이산들 작가님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겠습니다. (좋은 곳 소개가 많은데요, 책으로! 만나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를 위해 준비된 선물 같은 곳, 남해

생각이 많은 날에는 남해에 갑니다 이산들

 


프롤로그


혼자 떠났던 국내 여행지 중에서 남해는 오롯이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나에 대한 답을 찾기 가장 좋은 곳이었다. 발길 닿는 곳마다 펼쳐진 풍경이 나를 위해 준비된 선물 같은 곳이었다.

인생에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한 명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에게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어느 한곳이 필요하다. 나에게 남해는 그런 곳이다,

 


 

산소통만 매면 금방 달나라에라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내 모습

생각이 많은 날에는 남해에 갑니다 이산들


p17)

(2015년 한참 메르스가 기승하던 여름) 가장 최전선에서 환자를 맞이해야 했던 응급실에서는 공기가 들어올 틈 없는 방호복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여며 입어야 했다.


산소통만 매면 금방 달나라에라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에 우리는 그 옷을 '우주복'이라고 불렀다. 우주복은 우리를 우주로 데려갈 수는 없었지만, 마치 태양 가까이에 와 있는 것 같은 뜨거운 찜통의 열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우연히 어느 숙소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신비로운 하얀색 이층집. '가야겠다!'는 생각이 무조건 반사처럼 번쩍 떠올랐다. 떠날 어딘가가 필요한 나에게 운명처럼 남해라는 곳이 불쑥 나타났다. 재고 따질 필요도 없이 곧바로 남해도 향했다.

 

*책 속의 사진을 보고 남해라는 곳을 떠올려 봅니다. 남해는 독일마을과 여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역명이 남해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남해에 꼭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들었습니다.


 


 

남해의 죽이는 야경

생각이 많은 날에는 남해에 갑니다 이산들


p48)

마치 폭죽놀이의 하이라이트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처럼 헐레벌떡 밖으로 뛰어나갔다. K의 시산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내가 보기엔 그저 캄캄한 밤이었고 아무것도 없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화물선에서 나오는 불빛, 몇 안 되는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불빛, 하늘에서 유독 반짝이는 별빛과 달빛, 어둠에 익숙해지고 나니 작은 불빛들이 제법 잘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 또한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남해만의 밤의 경치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네, 야경 참 좋다."

 

*대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데요, 남해라고 하면 정말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매연에 가리고, 건물 불빛에 가려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아쉬운 마음을 떠나서 슬퍼지려고 합니다. 제 아이들에게 멋진 밤하늘을 선물해 주고 싶습니다.

 


 

 

블로그 10년 차, 기록이 주는 힘

생각이 많은 날에는 남해에 갑니다 이산들


p79)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을 만났는데, 이제 곧 현직에서 10년차가 된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나의 경력은 5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머물러 있음에 마음 한편이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꿈을 위해 돌아선 건 나의 선택이었지만, 열렬히 애정했던 간호사라는 직업은 나를 자꾸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2015년 처음 남해 여행을 다녀오고 남해 여행 이야기를 블로그에 기록했다. 오늘은 무얼 했고, 무얼 보았고, 무얼 먹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담긴 글이었다. (중략) 그 당시에는 남해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나의 용감한 남해 여행 이야기를 본 사람들이 남해로, 이 숙소로 찾아오게 되면서 나의 글을 인상 깊게 보고 계셨다고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떨떨하기도 했지만, 이 신기한 경험은 나의 입꼬리를 자꾸 실룩거리게 만들었다.

 

*블로그를 하시는 분이시라면 이 글에 매우 공감을 갖고 계실 것 같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 준다는 것, 그리고 내 글을 알은 채 한다는 것, 이처럼 신이 나는 일 또한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도서 인플루언서를 꿈꾸지만 맛집, 카페, 여행 글을 쓸 때에는 여행의 흥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남해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 어디냐고?

생각이 많은 날에는 남해에 갑니다 이산들


p127)

사람들이 나에게 묻곤 해. 어느 계절이 가장 예쁘고 또 어떤 장소가 가장 예쁜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툭 대답할 수도 있는데, 남해에 진심인 나는 그때마다 심한 고뇌에 빠지곤 해. 나에게는 정말 어려운 질문이거든.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더 좋아? 보다 더 어려운 질문이지.


일몰을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조건 서면으로 가야 해. 내 앞에서 정면으로 떨어지는 일몰 빛을 만날 수 있어.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남면은 일몰보다는 일출을 추천해 주고 싶은 곳이야. 눈 비비고 일어나서 차 타고 다행히 마을에 가서 일출을 보면 가성비 좋은 일출을 볼 수 있어.


남해, 창선 두 섬을 연결하는 곳은 이동면이야. 어디를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마번 지나는 곳이다. 그래서 이동면이라는 이름을 지은 걸까 싶어.


웅장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금산의 풍채가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는 상주면에서는 산과 바다의 조화로움을 모두 느낄 수 있어.

 


 

*때굴짱 왈

-남해에서 제일 좋은 곳, 그리고 바닷가 마을에서 살아본다는 것. 읽는 내내 마치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상상해 본다. 나는 작가님이 되어 동네를 휘젓고 다니고 동네 사람들과 인사하고 눈을 뜨고 창문만 열면 바닷 내음을 맡아 볼 수 있는 그곳에 내가 있다고 믿어 본다.


이렇게 나는 남해라는 곳에 머릿속으로 먼저 가본다. 곧 몸뚱이도 이어 도착하리라 마음도 먹는다.

 



에필로그


사람은 이름따라 간다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다. 아빠는 어렸을 때, 산과 들에서 뛰어놀던 기억이 좋아서 내 이름을 산들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산에서 들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남해에 닿았고 산들이라는 이름이 푸른 남해와도 잘 어울렸다. 그래서 남해가 처음부터 유독 좋아던 걸까?


그리고 무엇보다 남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제공받고, 읽은 후 후기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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