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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에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평점 :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은 오늘날 작가들 중 가장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그의 소설을 읽지 않아도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나 드라마는 대게 접해봤을터이다.) 어찌보면 그는 미디어 시대의 대표 작가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의 책을 원작으로 삼는 영화들을 보자면 대게 중편집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보통 소설을 영화화하기 가장 좋은 분량은 중편이다—<별도 없는 한밤에>가 나오기 전 가장 최근의 중편은 30여년 전 발표된 중편집『사계』인데 총 네 편 중 무려 세 편이 「스탠 바이 미」(1986), 「쇼생크 탈출」(1994),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1998)로 영화와 됐다. 물론 장편이나 단편 저작들 역시도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이 되거나 영감을 주었다.
위와 같이 미디어화된 작품들을 살펴본다면 그의 서술이 매우 영화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차원 이상이다. 스산한 그의 문장 속 분위기와 생생한 묘사는 마치 영화를 보는듯 생동감 넘치지만 섬세한 심리묘사와 서술방식은 그의 문장에서만 느낄 수 있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떠올려본다면 『캐리』나 『샤이닝』처럼 초자연적인 작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영화에서 보듯 말이다!—하지만 그의 작품들 중에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들도 많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 「스탠 바이 미」, 「쇼생크 탈출」,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은 『스탠 바이 미』,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우등생』이라는 작품으로 공포와 초자연적 현상(우등생은 공포소설에 가깝긴하다.)을 배제한 이야기로 훌륭한 드라마를 만들어낸 소설이다.
이번『별도없는 한밤에』도 『1922』, 『빅 드라이버』, 『공정한 거래』, 『행복한 결혼 생활』 이렇게 총 네 편의 중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초자연적인 현상보다 더 두려운 이야기이다.
첫 번째 포문을 여는 중편 『1922』는 소재부터 무섭기 그지 없다.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아들을 꼬득여 공범으로 만들면서 진행되는 내용인데 잔혹한 장면의 묘사나 끔직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다. 하지만 ‘이런 잔인한 사건이 일어난다면 범인의 정신상태는 소설 속의 심리 묘사와 비슷하리라’ 생각되리만큼 섬세한 진행이 일품이다. 주인공의 고백문을 읽는 독자는 조금씩 미쳐가는 살인자 아버지의 두뇌를 옅볼 수 있다.
두 번째 작품인 『빅 드라이버』는 강간 당한 여성의 복수극이다. 마치 여성이 쓴 것처럼 강간당한 여자의 고통과 정신적 피해를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소설가인 주인공은 집과 멀지 않은 마을에 강연을 다녀오는 길에서 강간을 당하고 죽을 위기에까지 처한다. 가까스로 위기에 벗어난 주인공은 자신을 겁탈한 대상과 그리고 그 배후의 인물에게 복수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노리는 작품은 아니다. 그는 피해 여성의 정신적 붕괴에 집중한다.
세 번째 작품 『공정한 거래』는 다른 세 편의 중편과 다르게 초현실적 설정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암으로 인해 죽음이 가까워진 주인공은 마치 악마와의 거래가 연상되듯 초현실적인 존재와 같은 남자와 거래한다. 그는 주인공의 불행을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자에게 옮긴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제안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이 가장 증오하는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다. 단순한 장난이었을 수도 있고 죽음 앞에 절박함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영혼을 악마에게 넘긴다. 그는 행복한 나날들과 함께 오래 살 수 있게 되고 자신이 증오하는 인물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 볼 수도 있지만 그의 영혼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네 번째,『행복한 결혼 생활』은 ‘내 가족이 연쇄살인범이라면?’이라는 소재로 시작하는 내용이다. 평범한 아니 성공적인 결혼생활과 가정을 꾸려나간 중년의 부인인 주인공은 정말 사소하고 우연한 계기로 남편이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실제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이 중편은 우연하게 찾아온 가혹한 비밀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도덕과 현실적인 고민 앞에 선택을 주인공과 함께 독자들은 고민할 것이다.
이 네 편의 중편들은 스티븐 킹 스스로도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독하다”라고 말하듯 지독한 설정에 이야기이다. 『별도 없는 한밤에』는 공포소설로 판매되고 읽힐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한 공포소설은 아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에 느껴지는 오싹함은 단순한 무서운 사건이 등장에서만이 아니라 그 속 안에 사람을 바라보는 스티븐 킹의 치밀한 통찰력때문일 것이다. 사실 벌벌 떨며 읽는 공포소설을 기대한 분들은 그 기대를 접어두는게 좋을 수도 있다. 어찌보면 이 소설은 여타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들처럼 드라마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들쳐보면 흥미로운 세계로 인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