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개에, 여자는 고양이에 비유하는 것을 종종 듣곤 한다. 진짜 그런가? 하고 호기심이 생기긴 했었지만 특별히 따져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남자와 개의 공통점을 다룬 <미스터 개씨>를 읽고서 꽤 그럴 듯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둘 사이에 비슷한 점이 상당하다고 할까, <미스터 개씨>를 보면서 공감 가는 점이 꽤 있었다.
‘Mr.개씨’=남자 성 앞에 붙이는 mr+남자의 속성을 개에 비유해 통칭한 개+그 사람을 높여 부를 때 쓰는 의존명사 -씨를 붙여 만든 의존명사.
이 글에서는 사회적 체면과 남들의 이목을 신경 쓰지만 개 같은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남성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쓰이는데, 이렇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말이 제목이 있을까 싶었다. 작명부터 시작해서 작가의 그런 센스가 글 곳곳에 잘 살아있고, 글의 구성도 흥미진진했다. 작가는 글 속의 화자인 ‘난나다’와 동일시해 그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다의 이야기가 작가의 실화는 아니지만, 마치 진짜 작가의 이야기처럼 글이 전개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끝에 가서 나다가 <미스터 개씨>를 출간하게 되는 과정까지 지켜보면서 나다와 작가가 더욱 동일시되고, 지금 어디에선가 진짜 서비가 여자와 고양이의 공통점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 곧 까지 만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방송 작가 출신으로 쇼셜커머스 업체 ‘섹스 앤 더 쿠폰’의 MD로 일하는 나다는 남편인 서비와 그들이 키우는 샤페이 종 써비와의 생활 속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을 운영한다. ‘쏘리 양 VS 미스터 개씨, 남자의 지극히 개 같은 습성 이해하기’라는 주제로. 남자를 개와 비교한다는 것에, 아니 개의 습성에 비유하며 이해시킨다는 것에 껄끄러워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특히 남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살짝 그런 느낌을 받았고, 너무 솔직하고 직설적인 것 아닌 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미스터 개씨>는 남자와 개의 공통점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를 통해 남자를 좀 더 이해하게끔 했다. 여자와 남자, 성만 다를 뿐 같은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서로가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성을 떠나 개개인마다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분명 여자와 남자, 성별에 따른 개성이 존재함을 느낀다. 그런 면에 있어서 <미스터 개씨>는 남자를 개의 습성에 비유함으로써 ‘아, 그래서 그렇구나!’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다른 성을 가진 남자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고약한 것에 탐닉한다.’, ‘개소리를 한다.’, ‘개는 집에 들이기 전에 조심해야 한다.’, ‘개와 사랑을 하려는 그대에게-개는 인간이 아니다.’, ‘다들 자~알났다.’, ‘늑대의 후예들이다.’, ‘외로움에 취약하다.’. ‘개는 혼자 으르렁거릴 뿐 대화하길 원하지 않는다.’, ‘개들은 두 가지만 생각한다-섹스와 먹는 것’, ‘자유를 찾아 떠난 개는 말년에 쓰레기통을 뒤진다.’, ‘복잡한 말은 못 알아듣는다.’, ‘개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지 않는다.’, ‘나쁜 개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가끔 데리고 놀아줘야 한다.’, ‘끼니를 챙겨줘야 한다.’, ‘공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한다.’, ‘무리에서 이탈하는 걸 싫어한다.’, ‘초장에 길을 잘 들여야 한다.’, ‘하는 짓이 개나 남자나 어린애 같다.’, ‘동물과 인간 그 중간 사이에 존재한다.’……. 일부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공감 가는 부분이 상당했다. 이렇게 비교하고 보니까 정말 비슷한 점이 많구나 싶었다. 물론 개와의 공통점을 모든 남자들에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이 책을 읽은 남자들 또한 쏘리 양이 조목조목 짚어주는 개와의 공통점에 대해 일부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미스터 개씨>는 남자의 습성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다’를 중점적으로 여성의 심리 또한 디테일하게 묘사함으로써 남자들이 여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여자가 바라보는 남자에 대한 고찰이지만, 그 속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심리를 통해 여자들 또한 이해하게 되는…….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고충이라든지,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이지만 그에 상처받는 여자의 모습이나 위기가 찾아온 서비와의 결혼생활과 그 끝에서 남편을 이해하게 되는 나다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이 글을 보면서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도 많은 점을 느끼리라. 그렇기에 <미스터 개씨>에 이어 <미스터 고씨>까지 나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남자들이 여자를 이해하고, 여자들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심리를 통해 여자들이 남자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에. 사실 <미스터 개씨>에서는 ‘나다’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다 보니 남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까진 알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습성까진 이해했지만 그들의 심리는 여전히 궁금하다고 할까.
남자와 개의 절묘한 공통점도 그렇지만 ‘나다’의 화술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위트가 유쾌하게 다가왔다. 다소 가벼운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남자와 개의 공통점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나다’라는 한 여성을 내세워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글을 전개하다 보니 현실적이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 이야기에 빠져들어 더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본 서평은 북카페에서 제공된 가제본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