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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그후 - 인어공주 에필로그
정선화 지음 / 청어람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정선화 작가의 <오래오래 그 후>를 추천하는 분들이 많아서 내심 기대를 많이 하면서 읽었는데, 글쎄…… 처녀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안정된 필력이 글의 몰입을 이끌긴 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만족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무리 없이 읽혀지고 몰입도 잘 되었지만 때때로 접해왔던 스토리였기에 색다름을 느끼지 못했다고 할까.
엄마의 손에 이끌려 잠시 보육원에 맡겨졌지만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엄마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항상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 소녀 서은. 윤 의원 집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엄마와의 약속을 잊지 않고 기다렸던 서은의 바람이 무색하게 들려온 소식은 윤 의원 댁 딸인 혜연의 악의에 찬 진실,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이미 사망했다는 것. 미성년의 나이로는 홀로서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혜연과 혜연 모의 구박에도, 윤 의원의 방관에도 꿋꿋이 이겨내며 윤 의원네에서 독립하기만을 기다리는데…….
울고 있던 서은을 발견한 순간부터 그녀에게 가는 눈길을 멈출 수 없었던 경휘. 근본적으로 여자도 사랑도 믿지 않는 그이지만 그의 신경을 거슬리는 서은에게만은 냉정할 수 없는데……. 그는 치근덕대는 윤 회장의 딸 혜연이 아니라, 윤 회장 네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서은에게 관심을 가진다.
다가오는 경휘를 밀어내고 또 밀어냈지만 결국 그를 받아들이고, 그의 도움으로 지옥 같던 윤 회장네에서 독립을 하게 된 서은. 어느새 연인 사이가 되어버린 두 사람.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도, 미래에 대한 약속도 하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를 불안하게만 한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뻔히 보이는데도 드러내지 않는 두 사람이 답답했다. 서은의 사연은 알지 못한 채 떠나려는 서은에게 모진 말을 내뱉으며 상처를 주는 경휘도 야속했다. 제 병을 알고 쓸쓸이 죽음을 준비하는 서은을 보면서 안타까웠고, 서은과 윤 회장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혈육간에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무섭고 가습 아팠다. 결국 어리석은 행동을 뒤로하고 비로소 남자답게 제 마음을 인정하고 서은을 위하는 경휘로 인해 서은이 행복해지긴 하지만 서은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안쓰러웠다.
상처를 가진 남녀가 만나 결국 사랑을 하면서 서로의 상처도 치유해가는 잔잔한 러브스토리였다. <오래오래 그 후>의 강점은 심리묘사인 것 같다. 심리묘사가 탁월해서 인물에게 몰입이 잘 되었다는 것, 안정된 스토리와 전개가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가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