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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너였다
김효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읽는 내내 먹먹함을 지울 수 없었던, 눈물을 머금게 했던 김효수 작가의 <처음부터 너였다>. 혹자들은 너무 가라앉은 글의 분위기에 읽기 어려웠다고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김효수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글이다.
전작인 <휘황찬란 네 오빠와 은옥공주>에서 꽃등대의 둘째아들로 등장한 한 때는 은옥을 마음에 두기도 했지만 규휘와 은옥의 사랑을 뒤에서 묵묵히, 열렬히 응원했던 멋진 닥터 규황과 같은 아픔을 가진 규휘의 멋진 친구였던 섹시스타 선예, 두 사람의 가슴 아픈 사랑과 부부애를 다뤘다.
서로에 대한 호감을 처음에는 티격태격하며 은연중 나타내던 규황과 선예는 S와 N극이 만나듯 운명처럼 연인이 된다. 언제나 강한 척 하는 선예이지만 누구보다 여린, 많은 상처를 가진 그녀. 그런 그녀의 진면모를 알아보고 대중에게 알려진 섹시스타 선예가 아닌 진정한 가족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랑받고 싶어 몸부림 치는 이효를 사랑해주는 멋진 남자 규황.
규황이 입양이 되어 꽃등대의 자식이 되었듯, 이효 또한 선예라는 옷을 입기 전에 입양아였다. 입양아라는 이유로 다시 버림 받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착한 딸이 되고자 애썼던 그녀에게 닥친 시련은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갖게 된 승모판폐쇄부전이라는 질환. 일찍이 손을 섰으면 됐을 것을, 엄살이라고 생각하면 그녀의 수술을 미룬 양부모로 인해 삼천판까지 고장이 나면서 판막이식이 불가피하게 된 그녀는 양부모의 눈치 아래 수술을 받게 되고, 가슴에 새겨진 수술자국처럼 지워지지 않을 상처 또한 가지게 된다.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는 생각은 할 수도 해본 적도 없는 이효이지만 규황과 사랑을 하면서 그의 곁에 있는 그녀를 셀 수 없이 꿈꾼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욕심일 뿐이라며 그녀와 끝까지 가길 원하는 규황을 뿌리치는데…….
다른 로맨스소설과 달리 <처음부터 너였다>는 이효와 규황의 연애 과정을 넘어서 회상방식으로 꽃등대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하게 된 두 사람의 부부간의 이야기, 힘겨운 출산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그려진다. 똥이요를 빼닮았지만 규황처럼 의사가 되길 꿈꾸는 예쁜 딸 아리를 기적처럼 갖게 된 과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콩닥콩닥 심장이 뛰어야 할 이효의 심장에선 시계소리가 들린다. 양부모의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해 기계판막을 이식받고 셀 수 없이 시련을 안고 살아가야만 했다. 규칙적인 약 복용은 물론이고, 아기를 가지기도 낳기도 힘든 이효. 하지만 그녀는 규황에게 그를 닮은 예쁜 아이를 안게 해주고 싶다. 그의 부모가 그러했고 그녀의 부모가 그러했듯 입양이라는 수단이 있음에도 그녀와 그의 피가 섞인 아이를…….
시행착오 끝에 갖게 된 단단이를 힘겹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효와 규황. 리얼하게 그려진 그 긴박한 상황을 보면서 안타까워 가슴이 저미고 눈물이 났다. 실어증에 걸린 이효가 이해의 아픔이 이해되면서도 스스로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규황이 안타까워 더 슬펐다. 지워지지 않을 아픔의 상처는 이효가 규황을 떠나게 하고……. 이효를 찾아 헤매고 헤맨 규황은 결국 그녀를 제 곁으로 데리고 오지만. 그녀는 규황을 속인 채 또 한번 제 생명을 담보로 어려운 욕심을, 기적을 바라본다.
여자로서 엄마가 되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를 닮은 아이를 안게 해주고 싶은 이효의 마음이 절실하게 와 닿았다. 그렇기에 그녀가 수많은 상처와 시련 끝에 아리를 가슴에 품게 되었을 때, 규황과 행복하게 살아가게 된 것을 보면서 기뻤다.
가슴에 큰 수술자국을 가지고 있는 이효. 남들에게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하던 이효가 나 또한 이해되었다. 이효처럼 생명에 치명적인 수술은 아니었지만 나 또한 늑골 쪽의 반 뼘 정도의 수술흔적을 지니고 있고, 여전히 그것이 가시처럼 걸리고 아프게 다가오기에……. 그렇기에 이효가 동일시되어 더 몰입이 되었고 그녀의 아픔에 더 아파하고 규황과의 사랑을 더 응원했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제 소원과 행복을 이룬 이효의 모습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처음부터 너였다>는 한 사람의 아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길 간절히 바란 한 여자의 평범하지만은 평범한 꿈을 가슴 아프고 절절하게 그려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깊고 넓은 사랑을 애절하게 표현한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