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스타
신해영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시에스타>. 작가의 글을 좋아하고 나와 코드가 맞다고 생각해왔기에 <시에스타> 또한 나름 잘 읽은 소설이었다. 여기서 초점은 '잘 읽은'이다. 아주 재밌다기 보다는 잘 읽혀지는 소설이었다.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해 몰입도 잘되고 술술 넘어가는 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소재도 참신하고,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뭐, 나만 그렇겠냐마는-피겨를 다뤘기에 흥미를 가지고 읽어 나갔고, 연우를 향한 승하의 해바라기 사랑이 너무도 따뜻해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건만! 기대가 컸고 욕심도 컸던 만큼 아쉬움의 한 자락 또한 남긴 소설이었다.

피겨유망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받는 기대와 부담감, 고독 속에서 슬럼프를 맞이하고 이겨내는 연우와 비록 TV를 통해서 처음 보았지만 아름다운 연우의 연기에 매료되어 상대는 알지도 못하는 오랜 짝사랑을 이어가는 승하. 거부했지만 자신을 향한 크나큰 승하의 사랑에 진심으로 응하게 되는 연우와 드디어 오랜 짝사랑이 이루어지는 승하의 따스한 이야기.

이름도 비슷하고 보여지는 인상도 비슷해 연아가 연상되곤 하는 연우와 여섯살이나 어린 소녀에게 반해 일편단심 바라보는 승하의 순애보가 두 주인공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되어, 두 주인공의 심리가 잘 이해되고 그 덕에 몰입도 잘 되었다.

소재도 좋아, 작가의 필력도 좋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건만! 읽고 나서 드는 이 아쉬움은 무엇일까?
그 아쉬움의 흔적을 쫓아가며 내린 내 개인적인 결론은 이 아쉬움의 근원은 작가의 절제에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충분히 재밌을 수 있었던 글임에도 재미보다는 작가 특유의 스타일을 살리려 했던 작품이기에 독자와 공감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모든 것을 오픈하는 것보다 한 가지에 치중하는 것보다 잔잔한 분위기로 글을 절제하다 보니, 독자의 궁금증과 바람을 채워가기에는 책에서 표현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한 마디로 절제가 과했던 소설이었다. 여러 소설을 읽다 보면 너무 과하다 싶은, 절제가 좀 필요해 보이는 책들을 종종 만나곤 했는데 <시에스타>는 너무 절제가 되어서 소설을 통해서 느끼고자 했던 것들을 모두 채우기에는 부족했던 듯. 그래서 허전하기도 하고 아쉬움이 남기도 하는...

오버는 아니되지만 극의 흐름을 살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꾸밈, 또는 부풀리기는 필요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래야 더 생동감이 느껴지고 글이 활기 있어져 스토리의 전개에 있어서도 강약이 주어질 테니깐. <시에스타>는 강약의 고저 없이 그저 중의 흐름이었던 것 같다.
살을 조금만 더 붙였더라면, 인물들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스토리를 살렸더라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작가 특유의 매력과 필력이 느껴지는 글이었기에 다음 작품에서 이 아쉬움을 채울 수 있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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