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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센 공작家의 매 맞는 아이 1
문정 지음 / 효월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접한 판타지로맨스소설 <헤센 공작家의 매 맞는 아이>는 유쾌하면서도 아련함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매 맞는 아이, 작가후기에 언급된 것처럼 제목만 보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도 연재를 안 봤더라면 그런 오해를 할 수도...그런 분들에게 전하고 싶다.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지나쳐간다면, 후회할지도 모른다고...뭐, 사람들마다 취향차라는 것이 있기에 장담은 못하겠지만 제목만 힐끗 보고 지나치지 말고 읽어 보고서 판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책이었다.
매 맞는 아이? 처음에 고개를 갸웃했었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그 궁금증이 풀려갔지만..
매 맞는 아이는 귀족가 자제가 본격적으로 교육을 받게 되면, 정식 가정교사와 함께 자제와 나이가 같고 성별이 같은 아이를 매 맞는 아이로 들여 대신 체벌을 받게 하는 것으로 귀족들간에 흔히 이루어지는 일이다.
천민 출신의 에드 또한 다섯살이 되던 해, 루메인 헤센 공작가문의 ’아르기리온의 빛(은색의 빛)’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레오나드 폰 헤센, 일명 레온의 매 맞는 아이로 들어가게 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에드가 레온과 같은 성별을 가진 남자가 아니라 남장여자라는 사실! 흔한 남장여자 소설과 다른 점은 에드가 여자라는 것이 레온에게 들킨 채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
밝은 천성과 영민함을 가진 에드는 레온의 매 맞는 아이의 본분에 충실하면서도 귀동냥으로 많은 것을 배워 나가고, 그런 에드의 영특함을 알아 본 레온 또한 에드를 아끼며 학문과 검술을 가르쳐 준 덕분에 에드는 천민치고서는 드물게 아는 것이 많은 아이다.
매 맞는 아이에서 시종으로, 한결같이 레온을 따르는 에드.
열 다섯살이 된 레온이 루메인 왕립학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두 사람은 이별할 뻔 하지만, 에드를 시종으로 데리고 가겠다는 레온의 강경함에 두 손 다 든 헤센 공작부부 허락하게 되면서 에드는 레온을 따라 루메인 왕립학원에 들어가게 된다.
아름다운 외모, 뛰어난 학식, 훌륭한 검술 등 모든 것을 두루 갖춘 완벽한 레온은 루메인 왕립학원에서도 모든 학원생들의 추앙을 받는 인물이 된다. 모든 것에 무관심한 듯 하지만 자신의 시종 에드앞에서만은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덕분에 학원생들의 질투어린 눈초리를 받긴 하지만 레온을 따르고 보살피는 것을 자신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에드는 평범한 외모이지만 그녀의 밝은 모습과 누구에게나 관대하고 베풀 줄 아는 모습을 지켜 본 사람들은 그녀의 매력을 알고 그녀를 마음에 담게 되기도 한다. 물론 에드를 향한 레온의 소유욕 덕에 한번씩 에드가 꺼이꺼이 울거나 그의 꽁함을 풀어 주기 위해 갖은 애를 쓰긴 하지만 말이다.
레온의, 레온에 의한, 레온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에드의 두문불출하는 모습과 에드를 매력을 알아 보고 호시탐탐 누리는 몇 몇 사람들을 견제하기 바쁜 레온의 평화롭고 즐거운 학원생활이 이어지던 가운데, 전시상황에 놓이면서 레온과 에드는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다. 전쟁에 참가해야만 하는 자신을 따라 나서려는 에드의 안전을 위해 고향으로 돌려 보낸 채...
하지만 조용히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레온을 따르기로 결심한 에드는 륜 용병단에 들어가게 되고 그 때부터 레온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그 쉬울 줄 알았던 재회가 5년이나 걸릴 줄은 모르고...
천성적으로 건강한 체질과 밝은 천성, 그리고 탁월한 요리 실력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 자신의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을 정도의 검술 덕에 어느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가 된 에드는 5년이라는 시간을 흘러 레온을 만나게 되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만나게 된 레온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차가운 기사단장일 뿐이다. 부하를 구하려다 중상을 입어 에드와 관련된 기억을 잃은 채 ’아르기온의 빛’에서 ’울지 않는 아르기온’으로 바뀐 별명 답게 뼛속까지 차가워진 레온과 마주했음에도, 그에게 상처입었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다 하면서도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는 에드의 모습은 안타까웠지만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언제나 활기찬 모습에 웃음이 지어졌다.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에드에게 반응하고, 자신을 구해 준 에드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 끌리는 마음에 당황하기 시작한 레온은 서서히 기억을 찾아가고, 자신을 좋아하던 황녀가 에드를 못마땅하게 여겨 함정을 놓아 위험에 놓이게 되면서 모든 기억을 되찾게 된다.
모든 기억을 되찾고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 에드의 생명과 사랑을 위해 그 동안 살아왔던 남자로서의 삶을 버리고 여자로서의 온전한 삶을 살기로 결심한 에드와 그런 그녀를 지키고자 한 레온이지만 두 사람의 앞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고 결국 제 3국에 망명,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간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되는 듯한 열린 결말을 맺으면서...
내가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은 여기까지였다. 두 권을 읽는 내내 울고 웃고 하면서 그 두 권조차 짧게 느껴졌던 것 같다. 더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데 아주 일부분들만 본 듯 해서 아쉬움이 남고 책을 놓기가 싫어졌다. 그 책을 붙들고 있기라도 하면 그 숨은 이야기들이 나와줄 것처럼...가족의 생계를 위해 성별까지 숨기며 남자아이로 살아왔던 에드, 그녀의 상황만을 본다면 그리 녹록치 않은 삶이었을텐데도 항상 밝고 생활력 강한 모습을 보면서 역시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민인 에드를 사랑하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레온! 물론, 왕립학원에서는 꽁한 모습에 유치한 듯한 설익은 감정이었고, 그 후는 기억을 잃은 채 에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에드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 내고 사랑한 그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판타지 소설이기는 하나,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한 중세배경의 <헤센 공작家의 매 맞는 아이>는 신분을 넘어선 단순한 사랑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한 곳만을 바라보며 따라가는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향한 따뜻함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런 점에서 만족스러우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증만 유발하고 끝난 듯해서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레온과 에드, 두 사람과 함께 했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꼭 만나봤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본다.
"떠돌이 개만도 못한 천민이라 할지라도 레온 님의 뒤를 따를 기력만 있으면 그걸로 족합니다. 나란히 서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인님의 그림자를 쫓겠다는 것입니다. 그림자가 닿은 땅은 천민도 밟을 수 있으니까요. 대지는 엘께서 인간들에게 공평하게 주신 축복이니..."
"함께 가자, 에드. 내 그림자를 뒤쫓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 나란히 서서 함께 가자."
문정’s <헤센 공작가의 매 맞는 아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