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평점 :
언어의 온도와 말의 품격을 쓴 이기주 작가의 신작을 받아 보았다.
마침 다래끼가 심하게 나서 안과에 다녀온 참이었고, 안과에 넘쳐나는 환자 덕에 기다림의 시간을 <보편의 단어>로 채울 수 있었다.
전작에서 그랬듯 이기주 작가의 글은 평범한 이야깃거리 속에서 삶을 묵상한다.
다만, 이번 작품이 좀 더 일상에 가깝고, 묵상의 깊이는 다소 얕아진 느낌이다.
⠀
📌 “위로를 통해 현실의 고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위로라는 낯간지러운 말은 이미 오래전에 시효를 다했습니다.” 글쎄다.
⠀
📌 우린 타인을 내려다보면서 위로할 수 없다.
위로의 언어는 평범한 곳에서만 굴러간다.
⠀
냉철한 평가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작가로, 혹은 공개된 글을 쓰는 타자로 살아남는 일은 녹록치가 않다.
너무 쉽게 평가해 버리는 말에 쉽게 상처받는 게 아니라,
상처받을 만한 말에 기어코 찔리고야 마는 것.
위로조차 못 하는 냉랭한 시절이라,
다들 성공 말고는 탐욕할 게 없나 보다.
⠀
📌 분노에는 나름의 관성이 작용한다. 특정한 상황에서 평정심을 잃고 크게 성을 내게 되면, 훗날 우린 비슷한 조건에 직면할 때마다 또다시 화를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든 이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평생 분노에 끌려다니며 살 수밖에 없다.
⠀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작가의 말에 절절히 공감했다.
나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혹은 내게 귀속되었다고 착각되는 내 자식에게 쉬이 화를 쏟아내고, 그 조건이 충족될 때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하며, 이 고리를 끊는 방법은 작가의 말마따나 누군가는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희생해야 한다. 나의 십자가를, 내가 지어야만 할지니.
⠀
📌 무엇보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건네는 말에 진심이 담겨 있을 리 없다.
⠀
<보편의 단어>를 읽으며, 하나 걸리는 지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작가가 ‘타인의 평가’에 대해 자주 그리고 깊이 있게 언급한다는 거다.
그 내용은 ‘타인의 평가 따위엔 신경 쓰지 않겠어!’이지만,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다.
작가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타인의 평가에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작가가 기록한 것처럼, 좀 더 자유로이 살기 바랄 따름이다.
나 역시도 그리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