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 하루하루가 더 소중한 시한부 고양이 집사 일기
박은지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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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에세이에 대하여



요즘 SNS에서는 반려동물의 귀여운 일상을 담은 계정이 웬만한 사람보다 더 많은 팔로워들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사진들에 좋아요를 누르고, 출판사들은 앞다투어 반려동물 포토 에세이를 제작한다.



물론 나도 수많은 반려동물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고 서점에서 포토 에세이를 보면 사볼까 하는 마음이 아예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그 행복한 단면에 매료된 나머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의 그늘을 보지 못하고 사람들이 쉽게 입양을 결정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그런 즐겁고 행복한 에세이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 책은 전혀 즐겁지 않다. 귀엽고 귀여운 다른 책들이 마치 판타지라는 것을 일깨워주기라도 하듯, 이것이 현실이며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좋은 일을 말하는 것은 쉽지만 자신의 아픈 부분을 드러내고, 그것을 글로 옮겨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상상만 해도 괴로운 일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반려동물 ‘제이’의 투병생활을 담담하게 써내려갔지만 그 담담함이 무색할 만큼 제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호전되거나 하는 순간마다 글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SNS에서 반려동물의 즐거운 일상만 봐왔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SNS에서 보는 것처럼 마냥 꽃밭은 아니라는 것과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경제적 비용과 정신적 노력이 드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고양이를 환장하게 좋아하고 언젠가는 꼭 키우고 싶다고 생각해왔지만, 만약 내 고양이가 제이처럼 아프다면 이처럼 지극정성으로 케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을 얼마까지 들여서 케어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내가 너무 잔인해보였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기만 하고 절대 키우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반드시 필요한 에세이



펫코노미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커진 반려동물 시장과 랜선 집사니 이모니 삼촌이니 하며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이런 에세이는 반드시 필요하고 일반 포토 에세이보다 더 많이 출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출판보다도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주제의 에세이는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데,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은 귀여운 에세이를 살 것이고 키우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아파서 사지 않을 테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입양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주제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마주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질병이나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면과 마주하는 것이 힘겨울지라도 말이다.



수많은 고양이 에세이를 봐 왔지만, 이토록 고양이의 투병생활에 대해 자세하고 절절하게 쓰인 에세이를 본 적이 없다. 제 3자의 눈으로 본 제이의 투병생활에 대해, 나는 저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케어를 해줬다고 생각하지만 가족이 마음이 항상 그렇듯 해줘도 해줘도 모자란 마음이 더 큰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제목에 쓰여있듯이 제이는 차라리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힘든 투병생활을 하지 않는 게 더 나앗을까. 나는 제이가 저자를 만나 무척 행복했을 거라고, 물론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 한 줄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작고 귀여운 어린 시절뿐 아니라 늙고 병드는 마지막 순간까지를 책임진다는 의미라는 걸 안다. 그러나 그 책임의 방법에서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 생명에 대한 선택권을 하나부터 열까지 짊어진다는 것은 무겁고 버거운 일이다. 과연 어떤 판단과 결정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일까, 그것조차 알 수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보낼 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때때로 기억하고 지금 이 순간에 더 많이 사랑을 나누는 것뿐이다.

-238p~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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