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나라, 독일에서 배운다
양돈선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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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품, 특히 자동차와 같은 오래 써야 하는 제품을 잘 만드는 나라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독일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산 제품의 제조국이 독일이라면, 우리는 좋은 제품을 샀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갑자기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질문을 달리해, 복지가 탄탄하고 사회 시스템이 견고한 나라를 꼽으라고 한다면 어떨까?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떠오르겠지만 그 안에 독일이라는 국가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원리원칙을 준수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많은 나라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역시 독일이 떠오를 테다.  


위의 두 단락을 정리하면 독일은 '하드파워(국력)'와 '소프트파워(내면의 국격)'가 완벽한 조합을 이루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하드 파워의 나라, 독일



독일의 하드 파워는 바로 독일 정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 역시 독일의 정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읽고 있자면 우리나라와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책에도 우리나라와 독일 정치를 비교하는 부분이 나온다. 



독일은 학벌이 좋다거나 돈을 좀 벌었다고 하여, 혹은 유명세를 좀 탔다고 해서 정계로 나가는 일은 더더욱 없다. 독일에서 정치인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명예로운 직업이다. 정치에 입문하는 데 제도적인 진입 장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너도 나도 정치인이 되겠다고 몰려드는 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과 달리 엄청난 특권이 있는 게 아닐 뿐더러,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고 정치인이 되는 과정이 험난하기 때문이다. -32p



독일에서 정치란, 전문적인 '직업'으로써, 당연히 전문성을 가진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직업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탄 사람이나 아나운서를 하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뛰어드는 일은 독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독일의 정치는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고, 그 관심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정계에 입문해 차근차근 길을 밟아 온 이들로 구성된 아주 전문적인 집단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과 그저 조금의 유명세와 재력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이 만들어낸 결과물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정치 이야기를 접하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정계에 의문이 생긴다.(전에도 물론 의문 투성이었지만..) 
정치와 같은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 지금 마땅히 거기 있어야 할 사람이 몇이나 되고 있느냐고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사람이기 때문에 마냥 그들을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그놈이 그놈인 것을 어떻게....다음으로 넘어가자..






수준 높은 나라는

수준 높은 국민이 만든다.

독일 사회의 견고한 소프트 파워 


수준 높은 국민들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나라의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그것을 생각에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국민들이라고 생각한다. 단합이 잘 되고 모두가 정직하고 서로를 신뢰함과 동시에 감시하는 역할도 하는, 깨어있는 국민들이 바로 수준 높은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책 177p에는 독일 국민의 복종에 가까운 단합력이 잘 나타나있다. 



게르만 민족은 예부터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고, 계급 질서를 존중하는 특성을 지녔다.

집단적 복종성도 자주 거론되는 독일인의 특성 중 하나다. 법을 잘 지킨다는 것은 개인의 뜻보다 개인이 속한 집단에서 정한 원칙과 규정을 잘 따른다는 것으로, 이는 곧 집단적 복종성이 강함을 의미한다. 지금도 독일인들은 개인적 일보다는 배려, 약속, 화합 등 공적이고 조직적인 일에 더 경쟁력을 보인다. 

-177p



집단적 복종성이라는 말만 들으면 상당히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데, 독일에서는 집단적 복종성이라는 말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독일의 정치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뛰어난 집단이기에 국민들은 그들을 믿고 있다. 또한 독일 국민들이 그들에게 바라는 기대치와 독일 국민들의 수준도 굉장히 높기 때문에(독일의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는 민법전이란다..)
혹시라도 정치가 중 한 명이 말도 안 되는 법을 들이민다면 국민들은 즉각 반발할 것이다. 


즉, 독일의 집단적 복종성이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독일 국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사안에 대해서 복종한다는 의미이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인 가운데 수준 낮은 정치인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독일 국민 대부분은 정치인의 말을 신뢰하고 그것을 잘 따라주고 있다. 






난민을 바라보는 독일과 한국의 시각

우리는 무엇이 다를까



굳이 여기서 난민 이야기가 왜 나오나 싶겠지만,(일단 내가 요즘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난민이 독일과 한국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한국도 독일 못지않은 선진국이다. 하지만 이 두 나라가 난민을 대하는 태도를 극히 정반대이다. 독일은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한국은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난민을 배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독일과 무엇이 달라서 이렇게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일까?


OECD회원국 35개국을 대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느냐'는 물음에 독일이 사실상 1위를 기록했고 우리나라는 최하위인 35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258p)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사회적 연대와 신뢰지수가 낮은 나라이다. 요즘 이슈인 가짜뉴스가 자꾸 확산되는 것도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고,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가 판을 치는 것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극적인 무언가를 자꾸 좇기 때문인 것일 수도 있다. 언론은 난민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를 자꾸만 생산하고 확대시키고 국민들은 그런 자극적인 것에 눈길과 관심을 주기 때문에 난민에 대한 태도가 더욱 더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독일의 언론은 너무 담백하고 조용해서 재미가 없다 싶을 정도로 무미건조하다. 독일 국민들이 그런 것에 시선을 빼앗기거나 근거 없는 루머를 확산시키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언론은 팩트만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국민들은 그것을 신뢰하며 도덕, 존중, 배려를 기반으로 난민을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한다. 사회 구성원들간에 신뢰도가 높고 서로 연대하며 살아온 것이 그들의 당연한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독일의 차이는 이러한 소프트 파워, 국민들의 의식수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책을 읽으며 나의 수준에 부끄러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독일 국민들이 지닌 소프트 파워에 경외심마저 들 정도였다. 너무나 완벽한 사회의 모습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로를 너무 믿지 못하고 점점 고립되어 가는 우리는 독일에게서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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