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감각 - 파리 서울 두 도시 이야기
이나라.티에리 베제쿠르 지음, 류은소라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리와 서울의 모습을 각각
서울 여자와 파리 남자의 시각으로 서술한 책이다. 


일단 나는, 이런 여행 에세이라고 하나?
도시를 여행한 뒤의 소감을 책으로 펼쳐낸 것을 별로 읽어 본 경험이 없어서
어떤 식으로 서술할 지가 가장 궁금했다.


자신이 살던 도시와 여행한 도시 사이의 차이점을 서술한 뒤
그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직접적으로 말은 안 하더라도,
어느 쪽이 더 낫다는 뉘앙스가 조금이라도 섞여있었다면
조금 실망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서술 방식에 조금 놀랐다.
(사람이 글을 쓰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서,,)


무조건적으로 파리를 혹은 서울을 찬양하지 않아서 읽는데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


단순 여행 에세이였다면 재미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두 도시의 공간 활용법, 거리의 모습, 가게의 차이점 등을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해주어서 

마치,
친구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도 하고 
나보다 많은 걸 경험한 언니, 오빠가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같아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재밌다고 느낀 부분
파리 남자가 서울의 모습을 자신의 관점에서 서술한 부분이다.


우리는 우리나라에 너무 익숙해져서 모든 것이 새롭지 않아 보이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흥미있게 거리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외국에 여행을 가면 어떤가.

이방인의 시선으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런 용도가 아닐까, 이런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마치 어린 아이가 된 듯이 모든 것이 새롭게만 느껴지지 않은가.


내가 파리 남자가 서울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서
바로 이런 어린 아이의 모습을 느꼈다.
그래서 나도 그가 서술한 서울의 모습을 더욱 새롭게 느낄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색다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었다. :)


이런 부분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교회가 세워져 있는 중앙을 기점으로 도시가 조직된 나라에 살던 프랑스인이 한국의 밤거리를 보면 ‘십자가들의 도시’로 느껴진다.

나도 밤거리를 거닐 때 
머리 위에 떠있는 십자가의 수가 무수히 많았던 기억이 있다.

그것을 '십자가의 도시'라고 표현하다니ㅋㅋㅋㅋㅋ 
정말 어린 아이같은 표현이라고 느껴진다.
그래서 더 와닿는지도 모른다. 

<기호의 제국>
파리에서는 외벽의 일부를 차지할 뿐인 간판이 서울에서는 건물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가능한 면적 전체를 메운다. 간판에는 대부분 그림이 없다. 한글 무리가 쏟아져내리며 벽을 장식한다. 느릿느릿 어렵사리 한글을 해독하는 나에게 한글로 덮인 도시는 무엇보다 캘리그라피 작품들로 가득 찬 거대한 전시장이다. -88p

공중화장실에서 휴지를 변기에 버리지 않고 휴지통에 버릴 때 ‘아름답다’. (이 화장실의 관습은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제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관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93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파리 사람은 이렇게 표현력이 다 풍부한가?

아니라면
이 파리 남자, 티에리 베제쿠르의 표현력이 정말 대단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파리에 대해 느낄 수가 있었다.
또한 서울의 색다른 모습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서울을 보게 해주고
가보지 못한 곳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 준 고마운 책,
풍경의 감각 :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