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의 시간

식탁 위의 고백들 ㅣ 에세이&
이혜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요리 똥손인 나에게 지인들을 불러 요리를 해준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요즘은 누군가 우리 집에 놀러오면 바로 배달의민족 앱을 켜니, 나에게 있어 ‘요리 잘 하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손님이 웬말이냐. 정작 내 아이들 한 끼도 형편 없으니 말이다.

우리 딸은 이게 무슨 맛이야를 입에 달고 산다. 하하하

이 책은 그저 이혜미작가의 요리재능이 부러웠으며, 그녀의 글솜씨 매력에 풍덩 빠지는 시간이었으며, 음식 사진과 글이 주는 시각적 효과가 다채로워 맛있는 책읽기였다.

맛있는 에세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하며, 읽는 내내 식탐 많은 나의 식욕을 자극했으니,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글밥으로 이루어진 책만 읽다가, 음식 사진을 곁들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어? 아직 나오지 않은 음식들이 많아’ 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던 책.

토마토, 바질, 아보카도, 달래, 당근이라는 재료가 주는 원초적인 미와 라따뚜이, 스모크 크림 스튜, 무사카, 페스토 등 음식이 완성되어지는 과정의 미가 주는 이야기들 속에서 인생은 재료처럼 순수하기도 하고, 음식처럼 단련되어 지는 것과 같다는 인생의 깊이를 알게 되었다.

옥탑방에 거주하며 요리하는 이혜미작가!

“하늘과 땅의 경계에 자리한 생각의 둥지”라는 이유가 무엇인지 맛있는 음식 이야기 틈에서 확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이 책은 나도 당신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그러니 위로받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안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