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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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그리고 키르케순으로 출간하였지만, 나는 반대의 순서대로 읽었다.

아킬레의우스의 노래를 만드는데 10년이나 걸렸다하니, 읽어본 사람이라면 10년만큼 책의 가치는 더욱 크다. 개인적으로는 키르케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속도감 있게 읽었다.

 

나는 사실 동성애의 사랑 표현에 대한 글을 접하는 것이 살짝 이질감이 느껴지는 편이라, 아무래도 지나치게 세세한 표현이 든 글은 웬만하면 피하는 편인데, 이 책은 아킬레우스와 파크로클로스의 동성애적 표현이 아름답다고 느꼈기에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원초적이고 순수하다고 느껴졌다.

 

200페이지까지는 아킬레우스의 남성다움과 확고한 의지 때문에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면, 후반부로 갈 수로 오직 아킬레우스를 향한 파트로클로스의 마음이 애틋하게 여겨져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하나의 책이 한 주인공에서 다른 주인공으로 의식의 흐름이 변화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이다.

 

신화라는 무겁고 어려운 소재를 로맨스와 결합하여 입문서가 되어주고, 재미까지 더해진 이야기를 통한 지식까지 더해질 수 있어, 독자만을 생각한 작가의 집필정신에 경외감을 느꼈다.

 

초라하고 미약한 파클로클로스와 모든 것을 다 갖춘 엄친아 같은 아킬레우스!

둘은 우정을 넘어 사랑을 키우면서, 서로 정신적인 지주가 된다.

둘의 사랑은 바다의 여신이며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테티스의 방해로 어렵기만 하다.

아킬레우스의 운명은 단명 하는 대신 명예로운 죽음을 택할 것이냐, 아니면 무명이지만 장수할 것이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테티스의 희망인 명예를 택함으로써 둘은 트로이아전쟁에 참전한다.

파트로클로스는 트로이아군과의 싸움에서 위험에 빠진 그리스인을 살리기 위해, 아킬레우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로 변장하여 싸우면서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다.

아들의 명예는 곧 자신의 명예라는 테티스의 비뚤어진 모성과 한 사람을 위해 죽음을 바칠 각오로 싸움에 임하는 파트로클로스, 개인적이냐 타인적이냐라는 상반적인 인간의 감정에서 오는 차이가 극적이었기에 비교하며 읽는 재미에 빠진 시간이었다.

 

400페이지 넘는 긴 이야기를 순식간에 읽은 이 소설은, 신화를 떠나서 두남자간의 숭고한 사랑, 그리고 사랑을 위해 헌신한 파트로클로스라는 인간미 넘치는 그의 사랑의 가치를 존중할 수밖에 없기에 이 책은 오랜 기간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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