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의 독서를 추억하며

시절의 독서 - 김영란의 명작 읽기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김영란 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의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책과 저자에 대한 이야기다. 읽는 내내 따뜻함과 더불어 내가 어렸을 적 읽었던 소설들에 대한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동화되는 기분이었다.

『시절의 독서』는 루이자 메이 올컷, 브론테 자매들, 버지니아 울프, 도리스 레싱, 마거릿 애트우드, 카프카와 쿤데라, 커드 보니것, 안데르센 등 자신의 삶을 구성했던 독서의 경로를 담고 있다. 열정적인 애독가인 그녀의 추억이 담긴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서두로 작가의 소개와 작품의 탄생배경 등을 해박한 지식과 다정함이 담긴 문장으로 삶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은 보통 자전적이다. 예술가들의 삶은 고통이란 했던가. 대부분의 작가들은 가족을 잃거나, 부모의 학대, 사회적 핍박으로부터 받은 고통 등 자신의 이야기를 글에 투영한다. 얼핏 보면 상상력을 기반으로 쓴 이야기들 같다. 하지만 수많은 고전들은 작가 개인의 좌절과 안간힘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의 삶도 어찌 보면 괴로움의 연속이다. 김영란작가 또한 엘리트 남성이 주류하는 집단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열등하다 인식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일하고, 집에 오면 육아 및 살림으로 요구받았는데, 우리의 삶도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녀는 많은 고전작가들의 삶에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받으며, 도리스 레싱이 되어보고, 안데르센이 되어 보는 등 작가들의 사유는 곧 자신의 사유라며 고백한다.

어느 직업을 갖든 어떤 환경에 살고 있든 간에 우리는 어렸을 적 읽었던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자 하는 마음은 동일하다.

각자 추억이 담긴 ‘시절의 독서’를 상기하며 위로받기를 바란다.

“소설을 읽는 것은 결국 작가가 세운 판타지 월드를 훔쳐보는 행위이고, 작가의 왕국과 자신의 판타지 속 세계를 대조해보는 행위이다” -49p-

“형제자매가 어린 시절부터 만들어왔던 수많은 이야기들의 힘이 소설 속 이야기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78p-

“『생존자의 회고록』은 도리스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했고 ‘외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자신에게 계승되는 무정한 모녀관계의 원인을 이해’하도록 하는 텍스트가 되었다.” -149p-

“안데르센은 ”예술이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해내는 수단“이라고 했고, 그에 따라 자신의 심리적 딜레마를 주변의 사물을 재료로하여 표현하기를 거듭했던 것이다.” -25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