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평점 :
2004년 네뷸러상을 수상한 『어둠의 속도』는 정소연 작가가 전면 재수정을 거쳐 국내에서 절판 된지 12만에 재출간한 소설이다.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어둠의 속도』를 추천해온 김초엽작의 추천글은 이 책을 보증하기도 한다. 수준 높은 SF문학에 목말라하던 독자들에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물을 안겨준 책이기도 하다.
수준 높은 sf소설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존 SF소설로 유명한 작가 김초엽작가의 글보다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이다. 이 책은 과학용어를 쓰는 것도, 과학적 지식을 화려하게 내세우는 문장도 그리 많지 않다.
정상인이라고 자신들을 내세우는 인간들은 자폐아 ‘루 애런데일’ 이라는 주인공을 비정상이라는 범주로 인식하고, 정상화 수술을 강요함으로써 정상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요한다. 기술발전이라는 근미래에 유일하게 남은 자폐아 인간에게 ‘정상이 곧 정상’이라는 사회적 규칙과 범주가 과연 정상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정상인이라고 확정 짓는 인간이 과연 한 개인의 인격을 정상으로 바꿀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이런 고차원적인 질문을 할 수 있었던 작가가 그동안에 있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소재 자체가 신선하고 반성을 요하는 작품이라 좋았다.
자폐아의 어머니라 그런가, 자폐아를 자세히 알고 쓴 느낌이 강했다. 자폐아의 행동 패턴, 자폐아의 언어, 자폐아의 생각이 사실처럼 느껴져 읽는 내내 장애를 가진 것만으로 비정상으로 판단 내리려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했다.
나는 세상에는 정상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나와 다를 뿐이다. 나와 맞지 않을 뿐이다.
사람을 장애, 비장애로 구분하여 인격을 판단하는 척도로 구분 짓지 말고, 개개인마다 존재하는 차이점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구분 짓는다는 건 개인 우월주의적 자만이라 생각된다.
“책에서 자폐증은 뇌에 문제가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 말은 나를 반품되거나 버려져야 하는, 결함이 있는 컴퓨터처럼 느끼게 했다. 모든 개입, 모든 훈련은 못 쓰는 컴퓨터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 설계된 소프트웨어에 불과했다”. -228p-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39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