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산다는 것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6년 5월
절판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인다는 어린 시절의 전지전능함을 포기하는 과정이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 어떠한 위험도 없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세상,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함 그대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은 무조건 나를 사랑해주고 받아주는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우리 삶에서 그런 세상이 허락된 것은 아주 잠깐 뿐이었다. 바로 아기였을 때다. 그러므로 성장한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며, 현실과 부딪히며 이러한 꿈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경험하고, 포기하면서 꿈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과정이다.-146쪽

결혼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인 관계다. 상대로부터 채워지지 않는 욕구들이 미움과 증오를 키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혼생활의 본질을 설명할때 미움과 증오라는 잔혹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를 움츠러 들게 만든다. 만일 자신이 다정다감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배우자에 대해 미움과 증오 같은 난폭한 감정이 생긴다는 것 조차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다. 아내와 남편은 서로 깊숙이 결합되어 있지만 한편 밤낮으로 계속되는 전쟁을 치른다. 그 와중에 미움은 순간적으로 스쳐가기도 하고 서로의 마음 속 깊이 뿌리 박혀 지속되기도 한다. 미움이 없는 사랑은 없다. 그러나 정신분석가 알트만이 지적한 것처럼 만일 우리가 좀더 유쾌하게 미워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격성이 배제된 인간관계가 없음을 알게 되면 우리는 좀 더 장난스럽고 유쾌한 형태로 미움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다. -46쪽

우리는 우리의 비뚤어지고 모자란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을 한다. 때로는 사랑하고, 때로는 미워하면서, 사랑하는 배우자가 사랑하는 적이 되기도 하는 결혼이라는 매우 불완전한 관계를 지속해간다. 미움이 없는 사랑은 없다는 사실을 배우면서, 고통없이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그런 과정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사랑은 우리를 감사의 땅으로 이끈다.-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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