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들의 생로병사
강영민 지음 / 이가출판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조선의 27대 왕들, 스물 일곱 편의 사극을 보고 난 느낌? 우리에게 익숙하여 친근한 임금에서부터 이름조차 생소할 만큼 재위기간이 짧았던 왕들의 건강이야기와 시대 상황들.  신기한 것은 그 시대상황과 왕의 건강은 무관하지 않다는 것, 왕위 계승을 위한 암투와 정쟁과 외세의 침략, 가정의 불화 등은 왕의 건강을 위협하는 첫번 째 이유가 된다.  손도 까닥하지 않으며 구중궁궐에서의 호의 호식과 절대 권력을 누렸을 그들이 마냥 부럽기만 했는데, 읽다보니 나름의 스트레스로 천수를 누리지 못한 왕들이 태반이다.  과유불급이라 과음과 과식, 과색과 용변도 제 손으로 해결하지 않을 만큼의 운동부족 등이 발병의 또 다른 요인이 되어 결국 몸으로까지 나타나기도 하고 부왕의 체질이 유전되어 병을 앓기도 한다. 

 

  조선의 역대 27명의 왕 가운데 60세를 넘긴 왕은 6명에 불과하다.  모든것이 요족한 상황에서 단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서 말한 잘못된 궁중생활의 습관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당시 의학의 한계를 들 수 있다. 대부분 왕들은 등창이나 중풍, 페결핵, 당뇨 등으로 사망을 하였는데, 특히 종기는 조선왕들을 괴롭혔던 대표적인 질환중의 하나이다.  현대 의학에서야 중병에 들지도 않을만큼 치료가 간단하지만 당시에는 사망의 원인이 되는 무시무시한 병이었던 것이다.  종기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왕은 문종, 성종, 효종,정조, 순조 등이다.

 

  여러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겨 우리에게 성군으로 알려진 세종대왕은 풍병,소갈증,등창,각기병으로 심한 고생을 하였고 그 외에도 임질이나 안질을 앓았다고 한다.  한 가지 병이 나으면 또 이어 한 가지 병이 생기는 상황에서도 많은 업적을 이루어 낸 것을 보면 그의 집념과 끈기는 남달라 보인다.  그의 부왕이었던 태종 이방원 역시 많은 병을 앓았다.  빼놓을 수 없는 종기와 풍병과 이질을 앓았으며 팔이 시리고 목이 뻐근한 증상도 갖고 있었다.  왕위 쟁탈전 가운데 우뚝 섰던 사람으로서  피바람을 몰고 다니며 폭풍우처럼 살았으니 편안한 심신으로 한 평생을 누렸을리는 만무하다.

 

  2년이라는 짧은 재위기간에도 세종의 좋은 영향 속에서 자랐던 문종은 여러 치적을 남겼으나 아버지의 체질마저 물려받아 큰 종기로 고통을 받다가 39세 나이로 세상을 뜨게된다.  피고름 나는 종기 하나로 왕이 죽어가야하는 시대였으니 현대 의학의 혜택속에 사는 우리는  그에 비하면 참 행복한 편이다.  조카를 몰아내고 어린 그에게 죽음까지 내렸던 수양대군, 세조는 종기가 등에 풀칠을 하듯 생겨나 썩어갔으며 문둥병 형상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인과응보인가. 사람은 역시 죄짓고는 오래 못사는 것을 보면 세상은 가끔은 공평하기도 하다. 가끔 꿈에 원귀가 나타나 침을 뱉았는데, 그 침방울 튄 곳마다 종기가 생겨 피고름이 났다는 야사가 전해지기도 한단다. 

 

  야사에 등장하는 독살이 천수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인종,선조,효종,현종,경종,정조,고종 등이 독살설의 주인공이다.  왕권 앞에서는 핏줄도 없다.  권력에 대한 탐욕이 사람을 얼마나 악하고 추하게 만드는지, 겉으로는 화려하고 부족함 없는 궁궐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모골을 송연하게 한다.  그런 두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왕이 되고 싶은 사람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타의 조종으로 희생양이 되듯 왕이 되는 사람도 있었으니 그것이 참 안타깝다.

 

  반면에 당파 싸움으로 아들을 뒤주 속에서 28세의 나이로 죽게 했던 영조, 그는 정작 83세까지 장수했다고 한다.  역대 왕 중에 최장수가 되는 셈이다.  그는 과중한 업무 중에도 식사 시간만큼은  꼭 챙겼으며 평소에 인삼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스스로도 자신의 건강비결은 인삼이라고 했으며 어느 해는 1년 동안 먹은 인삼의 양이 20근이 될 때도 있었단다.  그는 70세가 넘어서도 수염과 머리카락이 조금도 쇠하지 않았으며 피부가 청년시절과 같았고 81세때는 건강이 좋아서인지 빠진 이가 새로 나기도 했단다.  역시 건강 비결은 본인의 철저한 관리가 최우선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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