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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도미니카공화국. 아메리카 카리브해 위치. 수도는 산토 도밍고.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열대성기후에 총면적은 남한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작은 나라. 15세기에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되면서 스페인, 아이티로부터 번갈아 점령당하며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다. 이후로도 계속되는 반란과 독재.. 그러나 소설을 읽기 전까진, 그저 김병현 선수가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일 때 내가 더불어 좋아했던 페드로 마르티네즈, 그의 나라.
이 소설의 주 배경은 1930년부터 31년간 이어진 트루히요 독재 정권 하 도미니카, 그리고 그 이후다. 트루히요도 평범한 독재자들처럼 잔악하기 그지없으나, 이 책은 독재정권에 투쟁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대를 잘못 만났지만 그래도 나름 잘 살아가보려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하지만 '가족'으로서 무슨 집단적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나운 엄마 벨리, 똑똑하고 따뜻한 누나 롤라, 가냘프지만 강인한 할머니 라 잉카, 그리고 SF에만 빠져 사는 엄청나게 뚱뚱한 4차원 청년 오스카가 겪는 각각의 파란만장한 사연들을 담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굴러가는 사회 속에서, 게다가 '푸쿠'라는 비극의 존재를 인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사는 여러 군상들의 이야기다. 읽다가 "그래서 뭐?"라고 말이 튀어나올 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렇게 긴 글빨을 날리고 있는지 의아했던 것이다.그리고 '푸쿠'란 저주스런 주문, 그리고 '사파'라는 역주문... 인간의 삶이란 게 그저 어느 절대적 존재의 힘에 의해 왔다리갔다리 한다는 전제, 그게 맘에 안 들기도 했다. 어쨌든 수확이라면, 재미. 소설은 역시 재미다. 또 한 가지 도미니카 이야기를 알게 된 점. 비슷한 역사 혹은 더 가혹한 역사를 겪었을지도 모를 지구 저편의 나라 이야기를 이렇게 멋진 소설로 읽을 수 있었던 게 참 기쁘다. 페드로의 나라가 아닌, 이제 오스카의 나라로 기억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