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에는 남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좋은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핀 포인트 폭격 같은 세련된 전술도 없다. 대의도 이데올로기도 애국심도 없다. 있는 것은 일체의 허식이 사라진 섬멸전뿐이다. 지하자원 쟁탈과 민족 간의 증오, 날붙이와 소총에 의한 살육." - P59
"박사님. 현 정권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계시군요?" "현 정권뿐만이 아냐. 나는 권력자가 싫네. 그놈들은 필요악이라고할수 있지만, 그래도 도가 지나쳐. 더 나아가 나는 인간이라는 생물이 싫다네." 루벤스는 자신의 내면에 박사의 의견과 같은 증오심이 잠들어 있는것을 깨달았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동물이기 때문이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정의야. 인간성이란 잔학성이란 말일세. 일찍이 지구상에 있던 다른 종류의 인류, 원인(原人)이나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에 의해 멸망되었다고 나는 보고 있네" - P472
"인간은 자신도, 다른 인종도 똑같은 생물종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네. 피부색이나 국적, 종교,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사회나 가족이라는 좁은분류 속에 자신을 우겨넣고 그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이라고 인식하지. 다른 집단에 속한 개체는 경계해야 하는 다른 종인 셈이야. 물론 이것을이성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습성이네. 인간이라는 동물의뇌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질적인 존재를 구분하고 경계하게 되어 있어.그리고 난 이거야말로 인간의 잔학성을 말해 주는 증거라고 생각하네." 루벤스는 박사의 주장을 이해했다. "즉, 그 습성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해서 종 전체에 보존되었고, 거꾸로 말하면 다른 인종을 경계하지 않은 인간은 그 다른 인종에게살해당했다는 말씀이시군요." "맞네. 뱀을 무서워하지 않는 동물이 독사에게 물려서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일세. 결과적으로 뱀을 무서워하는 개체가 많이살아남아서 자손인 우리 대부분은 뱀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되었지." - P473
서재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루벤스는 인류 사회의 너무나취약한평화를 저주했다. 어째서 우리는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이 불안은 인류 탄생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20만년이나 되는 오랜 세월에 이어져 왔다. 인간의 유일한 적은 바로 동종 생물인 인간이었다. - P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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