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제물

인정사정없는 비난을 들었음에도 분노할 수 없었다. 라이얼 씨의 말에는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폴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며 그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찮은 피가 그의 몸 안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존경받는 조상을 둔 적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그들보다 훨씬 엉망인 인간이 바로 폴이었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애초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폴은 조앤의 손을 잡을 자격이 없는 인간이었다. 그런데 감히 조앤과 결혼을 한다고!

...(중략)...

폴의 눈가에 눈물이 팽 돌았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시절에도 이런 적은 없었다. 눈물은 몹시 뜨겁고 날카로운 칼로 벤 것처럼 아팠다. 바로 그 순간 조앤에 대한 감정이 더욱 선명해졌다. 폴은 진심으로 조앤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늘 착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조앤 곁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는가? 조앤이 가난 때문에 고생하지 않도록, 폴의 배우자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할 만큼 그녀를 사랑하는가? 나 자신보다 그녀를 더 사랑하는가?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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