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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세상 - 풍요로운 인간중심 사회
E.F. 슈마허 지음, 이승무 옮김 / 문예출판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기쁘다. 슈마허를 다시 발견하게 되어서.

대학 시절이었던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읽고 슈마허를 다시 접하기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

대학 시절에 만난 슈마허가 간디와 불교의 영향을 받는 대안경제학자였다면,

지금 다시 만난 슈마허는 카톨릭의 영성과 철학을 깊이 체득하고

세상을 모다 깊고 통일된 시각으로 보는 지혜로운 성인의 모습이다.

이 책은 사티쉬 쿠마르가 편집하던 <리서전스>라는 생태잡지에 기고하던 글을 모은 책이다.

전반부와 중반부은 현대사회, 경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다루었고,

후반부는 영성적 가치와 발견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전반부도 훌륭하지만 새롭게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부분은 후반부였다.

아퀴나스의 신학적 정리를 내면하하여 현대사회을 해결하는데 쓰는 사유의 유연함과 원숙함도 돋보인다.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이 4원소설에서 불, 물, 흙, 공기를 두고 있는데,

슈마허는 사람을 5원소라고 말한다. 뤽베송은 사랑을 5원소라고 했지만, 사랑이든 사람이든 5원소설의 사유는 한민족의 천지인 삼극사상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공기과 하늘이고, 물과 흙이 땅이며, 사랑이 곧 사람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의 역할과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슈마허는 우리 안에 있는 영성과 내면의 소생을 자극한다.

이 책을 읽으며 부디 5원소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간기술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보다 검소하고 내적인 삶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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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 - 우리 민주주의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
김육훈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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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대한민국 탄생에 관해 서술한 역사서다.

책이 쉽지만 따라 읽으면서 막상 근대사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래서 무지함을 절감했다.

조소앙의  삼균주의를 볼 때 이렇게 위대한 생각을 내가 진작에 알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특히나 해방 이후 남과 북에 분단국이 세워질 때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답답했다.

남한은 아무래도 청산하지 못한 역사에 대한 한이 있는 것 같다.

친일파가 애국자, 건국자로 둔답하고 좌파와 중도파를 빨갱이로 몰아 제거하고

이 사회의 지도층으로 승승장구한 역사를 보면 문득 나라가 혐오스럽기도 할 것이다.

조소앙의 삼균주의를 보면 정치, 경제, 교육의 평등을 이야기한다. 조소앙은 지력, 권력, 부력의 평등을 주장하고 그것을 임시정부의 건국강령에 반영시킨다. 우리 사회는 참으로 무지한 사회다. 학교를 많이 다녀도 회의할 줄 모르고, 맥락을 살피며 성찰할 수 없다면 무지한 것이다. 소위 조중동의 보수언론의 헤드라인만 읽으며 평생을 살아오며 종북론을 뇌까리는 사람들을 보면 참 답답하다. 물론 좌파도 한계는 있다. 있어야 할 번역서도 제대로 못갖춘 한국과 아예 주체사상밖에 없는 북한에서 무슨 참신한 생각과 통찰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암담하다. 그래서 더 조소앙의 지력의 평등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내 생각엔 지력의 평등을 위해서는 학교보다 도서관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한편 여태 살펴 헌법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도 놀라웠다.

나라의 문제를 풀 때나 토론을 할 때 최소한 헌법의 정신을 공유하고 얘기를 할 수 있다면 대화의 수준이 얼마나 높아질까?

두꺼운 사회책을 읽는 것보다 헌법을 읽고 토론하고 현실의 문제를 헌법을 적용해 풀어보는 것으로도 얼마나 훌륭한 수업이 될까?

엉터리 지식에 시간을 내버리며 정작 해야 할 수업을 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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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는 즐거움 - 시인으로 농부로 구도자로 섬 생활 25년
야마오 산세이 지음, 이반 옮김 / 도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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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관념의 허영에 대해 언제나 경계하는 나로서 이처럼 진솔하고 소박한 글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가미'라는 말과 '신석기의 충동', 그리고 '아웃도어 라이프'를 소개한다. '신석기의 충동'은 기계적이고 비인간화한 현대문명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갈증 나타내는 말이다. 쉽게는 자연을 찾는 여행충동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우리는 산으로 들로, 또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어 한다. 마치 신석기 인의 모험처럼. 그는 신석기인이 자연과 가장 조화롭게 산 문명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 글을 읽으며 나도 신석기 문명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즐거웠다. 내가 보기엔 백인의 침략으로 학살되고 파괴되기 전 인디언 문명이 바로 이런 신석기 문명 같이 보인다. 우리의 편견으로 신석기는 야만의 다음 단계이며 문명의 전단계이다. 하지만 이것은 서구의 지나친 자기중심주의이며 직선적 발전사관이 지닌 독단이 아닐까? 신석기 문명은 오히려 고도의 철학적 사유에 비견되는 우주관과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 인디언의 말들은 언제나 역사를 초월한 지혜를 실감케 한다. 오히려 현대적이다. 나는 그들의 말을 통해 신석기를 상상한다. 물론 에덴 시절을 미화하는 욕구를 부인하진 않겠다. 아무튼 그들의 신석기적 지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통해서 얻게된 진리이고 지식이며 행복을 반영한다. 청동기가 형성되고 전쟁을 통한 지배와 착취 제도가 확대되기 전까지 신석기는 가장 인간적인 문명이었다고 생각한다. 비인간적 사회제도의 발생을 부추긴 청동기 문명과 구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석기 문명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원시적 과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급자족을 하며 지역에 기반한 전통적 삶, 쉽게 말해 시골의 삶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과거의 삶이 오히려 행복을 찾는 길이며 문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디나 톨스토이, 예수님, 부처, 프란체스코, 소로우, 스콧 니어링 등이 추구한 삶의 형태는 분명 신석기적 모델에 가깝다. 그것은 소유의 문명이 아니라 무소유의 문명이며, 경쟁과 대립이 아니라 상호부조와 사랑의 문명이다.
이런 '신석기적 충동'을 젊은 시절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미 정신이 늙지 않았다면 누가 자유와 사랑과 자연을 마다하겠는가?
'아웃도어 라이프'는 문 밖의 삶을 의미하는데, 즉 도시를 비롯한 소유로 폐쇄된 삶, 개인주의 등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말한다. 그렇다고 문 밖에서 텐트를 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소유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린 마음이면 일단 아웃도어이리라. 그리고 중요한 요소는 자연과의 만남이다. 그러면 자유와 행복은 저절로 충만하다.
그것이 바로 '가미'다. 가미는 신, 정령, 참나로 해석된다. 나는 그것을 존재에 대한 감동으로 이해했다. 그런 체험을 나는 갈망하며 살고 있다. 역시 시인은 이런 눈을 가져야 한다. 존재의 신비에 대해 감지할 수 없는 삶이란 얼마나 삭막한 것일까? 바위나, 꽃, 집, 사람, 별, 냇물, 나무 어느 것 하나 가미 아닌 것 없다. 모두 신이 들어 있다. 이런 가미를 만나야 한다. 하지만 가미를 느끼는 것을 남에게 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미를 알면 삶이 변하고 행복의 샘은 터진다.
참 간단한 글들로 묶여 있는 책이지만, 이 몇개의 이상적인 어휘로 인해 이 책은 더욱 빛을 발한다.
다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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