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사는 즐거움 - 시인으로 농부로 구도자로 섬 생활 25년
야마오 산세이 지음, 이반 옮김 / 도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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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관념의 허영에 대해 언제나 경계하는 나로서 이처럼 진솔하고 소박한 글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가미'라는 말과 '신석기의 충동', 그리고 '아웃도어 라이프'를 소개한다. '신석기의 충동'은 기계적이고 비인간화한 현대문명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갈증 나타내는 말이다. 쉽게는 자연을 찾는 여행충동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우리는 산으로 들로, 또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어 한다. 마치 신석기 인의 모험처럼. 그는 신석기인이 자연과 가장 조화롭게 산 문명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 글을 읽으며 나도 신석기 문명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즐거웠다. 내가 보기엔 백인의 침략으로 학살되고 파괴되기 전 인디언 문명이 바로 이런 신석기 문명 같이 보인다. 우리의 편견으로 신석기는 야만의 다음 단계이며 문명의 전단계이다. 하지만 이것은 서구의 지나친 자기중심주의이며 직선적 발전사관이 지닌 독단이 아닐까? 신석기 문명은 오히려 고도의 철학적 사유에 비견되는 우주관과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 인디언의 말들은 언제나 역사를 초월한 지혜를 실감케 한다. 오히려 현대적이다. 나는 그들의 말을 통해 신석기를 상상한다. 물론 에덴 시절을 미화하는 욕구를 부인하진 않겠다. 아무튼 그들의 신석기적 지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통해서 얻게된 진리이고 지식이며 행복을 반영한다. 청동기가 형성되고 전쟁을 통한 지배와 착취 제도가 확대되기 전까지 신석기는 가장 인간적인 문명이었다고 생각한다. 비인간적 사회제도의 발생을 부추긴 청동기 문명과 구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석기 문명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원시적 과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급자족을 하며 지역에 기반한 전통적 삶, 쉽게 말해 시골의 삶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과거의 삶이 오히려 행복을 찾는 길이며 문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디나 톨스토이, 예수님, 부처, 프란체스코, 소로우, 스콧 니어링 등이 추구한 삶의 형태는 분명 신석기적 모델에 가깝다. 그것은 소유의 문명이 아니라 무소유의 문명이며, 경쟁과 대립이 아니라 상호부조와 사랑의 문명이다.
이런 '신석기적 충동'을 젊은 시절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미 정신이 늙지 않았다면 누가 자유와 사랑과 자연을 마다하겠는가?
'아웃도어 라이프'는 문 밖의 삶을 의미하는데, 즉 도시를 비롯한 소유로 폐쇄된 삶, 개인주의 등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말한다. 그렇다고 문 밖에서 텐트를 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소유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린 마음이면 일단 아웃도어이리라. 그리고 중요한 요소는 자연과의 만남이다. 그러면 자유와 행복은 저절로 충만하다.
그것이 바로 '가미'다. 가미는 신, 정령, 참나로 해석된다. 나는 그것을 존재에 대한 감동으로 이해했다. 그런 체험을 나는 갈망하며 살고 있다. 역시 시인은 이런 눈을 가져야 한다. 존재의 신비에 대해 감지할 수 없는 삶이란 얼마나 삭막한 것일까? 바위나, 꽃, 집, 사람, 별, 냇물, 나무 어느 것 하나 가미 아닌 것 없다. 모두 신이 들어 있다. 이런 가미를 만나야 한다. 하지만 가미를 느끼는 것을 남에게 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미를 알면 삶이 변하고 행복의 샘은 터진다.
참 간단한 글들로 묶여 있는 책이지만, 이 몇개의 이상적인 어휘로 인해 이 책은 더욱 빛을 발한다.
다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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