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모두 같은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한 명도 같은 결과로 도출되지 않는다. 용케 간단한 재료로 이렇게까지 다른 생김새를 고안해 내다니, 제조자의 기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상당히 독창적인 상상력이 아니고서야 이런 변문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고양이 입장에서 보면, 똑같은 사실이 오히려 신의 무능력을 증명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설령 아주 무능하지는 않더라도 인간 이상의 능력은 절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다. 신이 인간의 수만큼 많은 얼굴을 제조했다지만,처음부터 꿍꿍이가 있어 변화를 준 것인지, 아니면 애당초고양이고 뭐고 똑같은 얼굴로 만들자고 시작했으나, 도저•히 뜻대로 되지 않아 자꾸만 불량품을 만들어 내다 보니 이•렇게 난잡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인간의안면 구조는 신의 성공을 기념하는 동시에 실패의 흔적으로도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전능하다고도 할 수 있으나, 무능하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 P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