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전에 읽었던 이 책의 일부분이 생각나서 다시 꺼내서 읽어보았다. 지난 1992년 가을. 우루과이라운드의 쌀시장개방을 결사반대하던 우리 농민대표 일행은 제네바 GATT본부 앞에서 머리를 삭발하고 혈서를 쓰면서 쌀시장개방을 반대한다는 데모를 벌였다. 그 다음 날 서울의 모 신문은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우리 농민대표의 추태, 나라 망신시켜.' 라는 제목을 달고 보도를 했다. 저자의 논리는 협상의 목적이 우리의 이익을 지키는데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저러한 단합된 힘과 민주주의사회에서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데모가 오히려, 우리의 협상력을 배가시키고 있음을 게임이론과 함께 일부 보수 언론의 무지를 통해 일깨워주고 있다. 최근의 촛불시위를 바라보면서, 일부의 보수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이러한 시위가 위험하다는 사설, 시론들은 나에게 이 책의 이부분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촛불시위는 김대중 정부와 앞으로 다가올 노무현 정부의 협상력을 배가시킬 것이고, 그 결과 사실상, 아직 매우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성과도 이루어 내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과거와 같은 바보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이와 같은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사례를 풀어낸 책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