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로두웨 마술단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13
박미연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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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로두웨 마술단. 박미연 장편 소설.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013. 

2021년 5월 10일 초판 1쇄 


최대규님

인생에 마술 같은 순간이 펼쳐지길 응원합니다.

2022.1.5 작가 박미연이 써준 글이다. 


단발머리 소녀/진짜 마술/ 붉은 종이꽃 / 아버지의 소원/ 새로운 기회/ 포기할 수 없는 꿈/ 가혹한 대가/ 시험/ 돌아온 유정/ 어려운 선택/ 뒤돌아보지 않겠어/ 조선의 얼른쇠/ 나만의 마술/ 스승이라 불러라/ 하나가 둘이 되고/꺾여 버린 날개/ 다시 날아올라/ 더 넓은 세상으로


차례를 둘러보니 무슨 감이 잡힐 듯도 하기는 하지만 마술과 관련해서 조선 시대의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이다. 아, 주인공이 소녀인가 보다.

표지를 다시 살펴본다.

곡마단 , 써커스단 천막 속에 상투를 튼 사람도 보이고, 서양식 복장을 한 사람 윤곽도 있다. 항아리가 있고, 부채가 있고, 4~5명이 보인다. 얼마나 빨리 읽히게 될까? 궁금하다.

이제 시작이다.

2022년 4월 4일 월요일 아침 6:59

4월 5일 새벽에 일어나서 여러 권 읽을 책들 중에 이 책을 읽고 있다. 마술단 이야기인데, 조선시대가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을 강점하던 시대의 이야기였다.  덴쓰네 라는 일본 최고의 여자 마술사, 그리고 별당아기씨 같은 한 소녀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인력거꾼인 소년이다. 이들의 만남이 책의 앞 부분에서 발단이 된다.


20쪽 열다섯살 동희, 보통학교를 다니다 2년만에 월사금을 내지 못해 그만두고, 신문배달과 구두닦이, 식당 종업원 같은 허드렛일을 할 수 있을 뿐 그것마저도 억울하게 쫓겨나고 마는 형편이었다. 더러운 청계천 변 하꼬방에 산다.


24쪽 광화문 경복궁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합병 5주년 기념 대일본제국의 조선물산공진회, 경복궁을 훼손하고 결국 일본의 선전장으로 만들었던 그들이 그곳에서 곡마단의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동희는 그 소녀에게 끌려 우여곡절 끝에 돈도 없이 비싼 곡마단 공연장에 까지 들어가게 되었는데 바로 그 소녀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일본애 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조선 아이였다. 이름이 이유정, 


극적인 만남답게 남동희는 마술사가 되고자 마음을 먹는다. 

30쪽 "두고 봐! 나도 어떻게 하든, 무슨 방법을 쓰든 마술사가 될 거야. 유명한 마술사가 돼서 꼭 무대에 서고 말 거라고!"

하여튼 일본제국 시대의 경성 거리, 그리고 조선인 15살 남자 아이와 여자 소녀 마술사, 별로 마음에 썩 내키는 읽을 거리는 아니다. 그러기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더 궁금하다. 이 아이가 유명한 마술사가 된 다음에 조선의 독립을 위해 비밀스럽게 공작원이 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더 읽어보아야겠다.


45쪽 남동희는 마술사가 되기 위하여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 조선에 찾아온 유랑 마술단에 허드레일을 하는 잡부가 되어 어떻게든 마술을 배워보려고 하지만 학대를 받게 된다. 마술사가 연습하는 것을 몰래 훔쳐보다가 들켜서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되어 쫓겨난다.

"이 미개한 조센징 새끼. 누구 덕에 먹고사는 줄도 모르고, 감사할 줄도 모르는 무식한 것들."

동화나 소설을 쓸 때 악역을 묘사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꼭 그런 사람이 되어서 만들어내는 나의 분신이 되는 듯도 하기 때문이다. 동화작가가 되는 길,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일제시대의 상황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조센징이 된 자들의 생존방식이 오늘날 친일세력들에게는 어떻게 유전자처럼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겉의 구호와 속의 내실이 다른 식민지 치하의 온갖 실상들을 두고서 갑론을박하는 정치권의 권모술수도 토가 나올 정도로 역겹다. 하지만 이런 것이 현실이야 라고 한 마디로 퉁치고 가면 그 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54쪽 동희는 스스로 손수건에서 꽃이 피어나는 마술을 익힌다. 동네 친구 병수와 다시 사이가 좋아지고, 동네 중만이 아저씨에게까지 보여주게 된다. 그런데 중만이 아저씨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 "피는 못속인다." 이 정도에서 동희 아버지의 정체를 생각하게 되었다. 동희 아버지는 조선의 재주꾼이었을 것이다. 표지에 나오는 큰 항아리 같은 것이 아마도 동희 아버지가 잘하는 재주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여기서 동희는 자신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얼핏 듣게 된다. 

내 생각에는 아마 동희 엄마가 일본의 곡마단에 끌려간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유명한 일본의 여자 마술사가 바로 동희 엄마가 아닌가? 여기 까지 생각이 미쳤다. 과연 그럴까?

하여튼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이런 왜색의 마술을 소재로 해서 아동 소설을 썼다는 것이 아직도 궁금할 뿐이다. 왜 이런 작품을 썼을까?


56쪽 경상도 진주에서 경성으로 올라온, 동희 아버지는 몸으로 하는 인력거꾼이 되어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15살이나 된 동희가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고등보통학교가지 졸업해서 학교 선생님이 되기를 바란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부자라도 자식의 선생님에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며 동희가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선생님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희는 마술사가 되고 싶어한다. 이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궁금하다.


80쪽 동희는 그가 원하던 마술단에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일본인들로 이루어진 기노쿠라 곡마단, 그러나 유일한 조선인으로서 갖은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가즈오라는 나이 어린 마술사의 질투와 시기를 겪으며 겨우 살아남는다.


84쪽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 일본이 들여온 신문물과 신기술을 배운다면 상놈이든 백정이든 대우받는 세상이었다. 하물며 조선인 최초로 마술사가 된다면 선생님과는 비할 바도 아니었다. 꽉 막힌 아버지가 동희는 답답하기만 했다."

동희의 생각을 통해 당시 조선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신분사회, 양반 중심의 조선시대가 일반 백성들에게 주었던 상실감은 일제에 의해서 왜곡되게 이용될 수 있었다. 사실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나라가 무엇이 중요한가? 자기와 자기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않는가? 이런 생각들이 조선인들에게 없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교과서적인 그런 애국애족의 생각이 과연 얼마나 당시 민중들에게 있었을까? 이데올로기는 민중들을 이용할 뿐이다. 결국 가진 자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되고 말지 않는가?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110쪽 동희는 인력거꾼이던 아버지가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깊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마술사로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기회를 준다. 작가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일까? 끈을 놓치 못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 실마리를 보여준다.

"마술의 역사는 오래됐다. 마술이 없는 나라는 없어. 각자 자신들만의 마술을 만들어 왔지. 내가 젊었을 대 아미리견(미국)에서 마술을 배울 때는 말이다.  부로두웨(브로드웨이) 극장에 온갖 나라에서 마술사들이 모였다. 중국이나 인도, 법국(프랑스), 비리시(벨기에) 뿐 아니라 애입다(이집트) 같은 아불리가(아프리카) 나라에서도 말이다. 거기선 국적이 중요하지 않았어. 얼마나 독창적이고 새로운 마술인지가 중요했지. 부로두웨 극장에서 조선에서 온 마술사는 본적이 없었다. 그러니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조선의 마술이 세상에 나온다면 더 놀랍지 않겠니?"


일본인 마술사 기노쿠라의 말이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작가는 조선의 마술을 세상에 소개할 조선의 마술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것이 동희가 핏속에 가지고 있는 조선 마술사의 기운에서 실현될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동희 아버지가 유물로 남겨준 항아리에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같다. 부로두웨 가 브로드웨이를 말하는 것인 줄 처음 알았다. 결국 동희는 미국의 브로드웨이 까지 가서 공연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여 조선의 마술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는 마술사가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하게 된다. 거기까지다.


117쪽 동희는 일본에서 경성을 다시 찾아온 덴쓰네 곡마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아둔 돈을 다 떨어 1등석 표를 사고 곡예와 마술을 구경한다. 그러나 진짜 목적은 유정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유정은 댄쓰네의 양녀가 되어 이름도 노로 유리코로 개명하였고 16살이 되었다. 그러나 마술 공연 후에 유정을 만나게 되지만 쌀쌀맞게 동희를 대한다. 

뭔가 일이 벌어질 것인데, 갈등을 집어넣은 것이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동희가 몇 가지 마술을 즉석에서 보여주고,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동희를 보러 오겠다고 약속하며 헤어진다. 동희는 마음이~ 벌렁거렸다.


133쪽 이런 덴쓰네와 기노쿠라는 서로 원수 사이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나 덴쓰네는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일했던 적이 있고, 서로 원수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전통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노쿠라 선생이 조선인인 널 받아들인 것도 그 때문이겠지. 정체돼 있는 자신의 마술에 새로움을 불어넣어 줄 거라 기대한 건가? 내가 그리되게 가만히 둘 줄 알고?"

이 말은 동희가 막간 마술 시간에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마술을 보여준 후, 구경온 유정과 덴쓰네가 마술 후에 동희를 따로 만나서 거의 혼잣말을 한 것이었다. 동희는 이제 덴쓰네 마술단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동희는 어떻게 할까? 기노쿠라를 떠나서 덴쓰네로 갈 것인가?


144쪽 그러나 그날밤 내일이면 일본으로 떠나게 되는 덴쓰네 곡마단과 함께 일본으로 갈 작정을 한 동희를 기노쿠라는 책망하기 보다는 덴쓰네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덴쓰네는 기노쿠라의 첫 제자였다. 그러나 기노쿠라의 마술책을 훔쳐 어느날 도망했고, 진짜 마술보다는 화려한 쇼를 곁들인 마술을 펼치며 기노쿠라 마술단보다 더 유명한 곡마단으로 부상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말리지 않고 덴쓰네에게로 가도록 허락해준다. 다음의 말과 함께

"덴쓰네는 무서운 사람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누구라도 이용하고 또 버릴 것이다. 부디 조심해라." 

앞부분에서 덴쓰네가 혹시는 조선여자이고 혹시는 동희의 엄마가 아닐까? 유정이는 동희의 가족이 아니었을까? 상상을 했었는데 이렇게 보면 아닌 것 같다. 과연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다.


149쪽 그러나 유정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었다. 일본으로 떠나는 날 용산역으로 향하는 인력거에 동희와 유정이 함께 타고 가는데, 어떤 헐벗은 남자가 인력거를 막고 유정이가 자신의 딸 이심이라고 울부짖으며 말한다. 그런데 유정은 그가 바로 자기를 팔아넘긴 자신의 생부인 것을 동희 앞에서 매몰차게 말하며 멀리한다. 그렇다면 유정은 동희와 내가 생각한 그런 관계가 아니다. 또 덴쓰네의 양녀가 맞기도 하다. 한 가지는 풀렸다. 이 다음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153쪽 정말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연의 연속이다. 용산역에서 일본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도착한 동희에게 중만이 아저씨가 허름하고 산발한 모습으로 뛰어와서 비밀 이야기를 한다.

"동희야, 놀라지 마라. 네 아버지는... 원래 솟대쟁이 패의 유명한 얼른쇠였다."

솟대쟁이패라면 줄 위에서 재주를 부리는 광대 무리다. 얼른쇠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사람이다. 칼도 먹고, 불도 뿜고, 그리고 또 빈 주머니에서 동전도 꺼내고."

조선에도 전통 마술이 있다는 그 말. 그 조선의 마술을 아버지가 했었다는 이야기였다.

시간이 없는 동희에게 중만이 아저씨는 작은 보따리를 동희 손에 꼭 쥐어준다. 이게 뭐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동희 아버지가 얼른쇠였었다니? 

결국 동희가 미국의 브로드웨이에 까지 가서 조선의 마술을 펼쳐보이게 될 것이구나~ 짐작이 간다. 그렇다면 그 과정이 어떠했을까? 갈등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160쪽 앗~ 그런데 반전이다. 용산역에서 가까스로 기차에 몸을 실은 동희는 중만 아저씨가 전해 준 보따리에서 조선의 마술에 대한 실마리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기 집에 있었던 요술항아리의 비밀을 풀고 싶어졌다. 그래 수원역에서 유정이를 버리고 기차에서 내려 경성으로 돌아오게 된다. 와~ 이렇게 흘러가는 거였어. 대단한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조선의 마술을 되찾는 동희? 

166쪽 동희는 중만 아저씨에게 돌아와서 자신의 과거와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조선의 최고 얼른, 곧 마술사였던 아버지가 어떻게 일제 치하에서 조선의 마술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엄마는 동희를 낳고 죽고 말은 사건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동희 아버지가 죽게 된 것도 무슨 독립운동과 비슷한 것에 연루되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암시를 언뜻 비췬다. 그러나 중만 아저씨는 말을 흐린다.

동희는 항아리의 비밀에 대해 궁금해했고, 중만 아저씨의 말이 이랬다.

"조선이 다시 조선의 것이 되면, 그래서 다시 얼른쇠가 될 수 있다면, 죽기 전에 그 항아리 환술을 꼭 해보고 샆다' 이것이 아버지가 남긴 말이었다.

그 요술 항아리는 동희 아버지에게 얼른쇠가 다시 되겠다는 희망, 다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동희는 이런 사연을 알게 되자 다시 질문을 품는다. '아, 아버지에게 얼른은 희망이었구나. 그러면 나에게는 마술이 무엇이지?'

이제 동희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까? 브로드웨이는 괜한 말이었는가? 궁금하다.


180쪽 동희는 동대문 시장에서 혼자만의 얼른을 하게 된다. 친구 병수가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모아 바람을 잡아준다. 30여명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 동희의 얼른을 구경하고 병수는 바가지를 들고 관람료를 거둔다. 사람들의 손에서 1전, 2전 들이 모아지고 동희는 조선의 마술을 보여주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다.


186쪽 동대문의 배오개장터에서 길거리 마술을 하는 동희에게 자릿세를 뜯으러 건달들이 오고, 위기의 순간에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모르는 기노쿠라 단장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릿세를 대신 내주고  동희에게 곡마단으로 오라고 말한다. 동희가 곡마단으로 기노쿠라 단장을 찾아갔는데, 곡마단 천막이 휑뎅그렁했다. 단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지하실의 비밀 열쇠를 주면서 환한 낮에 남포등을 들고 지하실을 구경시킨다. 무슨 일이지?  


193쪽 기노쿠라는 자신의 마술의 비밀을 동희에게 언뜻 보여준다. 그리고 가즈오가 마술단을 나간 일을 말하면서 동희에게 자신과 함께 새로운 마술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1년 남짓 마술을 배운 풋내기에게 이런 기회를 제안하다니~ 동화도 이런 동화가 없다.

194쪽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앞으로는 자신을 스승이라고 부르라고 말한다.

덴쓰네 이후로 다시는 제자를 들이지 않겠다던 기노쿠라가 동희를 받아준 것이다. 그러나 동희는 이제 이런 말을 감히 기노쿠라에게 한다.

"이제 전 조선 사람들을 위한 마술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제가 제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기노쿠라는 일본인, 조선인 상관없이 마술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조선인들도 마술을 좋아하게 된다면 어떠냐고 역시 기노쿠라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206쪽 기울어진 기노쿠라 곡마단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동희는 아버지의 항아리 마술의 비밀을 알아낸다. 병수와 기노쿠라 단장의 도움으로 용수철 원리가 항아리 바닥에 있어서 항아리 바닥이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리면 밑으로 열리는 원리를 숨기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별 대단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작가는 이걸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이 생각되었다. 그 항아리가 어떻게 요술 항아리인지 깨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 신라로부터 천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약간 실망이다. 그렇지만 조선의 환술, 얼른을 재현하려는 용기는 가상하다. 일제 치하에서 조선다운 것, 우리 것이 최고여 라는 오늘날의 문화주의의 그림자를 보는 듯 하다.


219쪽 그런데 그 사이에 놀라운 일이 있었다. 유정이가 일본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동대문 장터에서 마술을 하는 동희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유정이는 상처난 날개 꺾인 상태였다. 유리 마술을 하다가 오른손의 손가락 두개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덴쓰네는 그런 유정이를 몰라라하고 조선으로 돌려보냈다. 동희는 유정이에게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같이 일하자고 설득을 한다.

이거참 뭔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나?


228쪽 동희와 유정은 기노쿠라 곡마단 앞에 함께 무릎을 꿇고 자기들을 받아달라고 간청을 한다. 새벽별을 보면서~ 기노쿠라는 그것을 알고나 있었던듯 마침내 동희와 유정을 받아준다. 

너무 극적인 일들의 연속이어서 참 그렇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이렇게 하는 것임을 알기에 보아 넘어가준다. 마지막이 어떻게 마무리 될까?


230쪽 조선인 최초의 마술사~ 그 마술단을 어떻게 소개할까? 기노쿠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곡마단의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 그러자 동희가 이 책의 제목인 '부로두웨 마술단'으로 개명하자고 제안한다. 아 그래서 부로두웨 마술단이구나 책 제목이. 

"부로두웨 극장에는 온갖 나라에서 마술사들이 모였다. 거기선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독창적이고 새로운 마술인지가 중요하다." 이 말은 앞서 기노쿠라가 했던 말이다.

나는 동희가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 가서 유명 마술사가 되어 미국의 브로드웨이까지 가서 조선인 마술사로 이름을 날린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방향이 잡혀 있었다.


248쪽 동희의 마술, 얼른, 항아리 환술은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 물론 가즈오가 중간에 등장해서 방해를 하려고 하지만 동희의 순간적인 기지로 오히려 대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이런 성공 덕분에 경성에서 간도로 순회 공연을 떠나게 된다.

간도 순회공연이 결정난 날, 동희는 중만이 아저씨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동희 아버지는 단순한 인력거꾼이 아니었다. 인력거로 온 경성을 다니면서 독립군의 연락책으로 일했다고 했다. 중요한 편지나 물건을 전하고, 독립군들을 몰래 이동시켜 주었다. 그리고 결국 독립군을 돕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였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의 복선을 그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257쪽 마지막은 이랬다. 간도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신의주역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긴다. 중만 아저씨가 간도의 독립군에게 전해주려는 권총과 무슨 중요한 것을 가방에 싸서 가지고 가다가 일본 헌병의 검문 검색에 들킬 찰나에 동희의 마술로 위기를 벗어난다. 그리고 기노쿠라가 전해주는 한 장의 명함. 그 기차칸에 함께 있던 어떤 서양 사람이 동희를 아미리견에 있는 부로두웨 극장에 초대한다는 것이다. 

동희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대답한다.

"가고 싶어요! 가서 조선의 마술을 아미리견에,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요."

동희는 어느새 그 너머에 있는 세상까지고 꿈꾸고 있었다.


마술, 얼른을 소재로 이렇게 장편소설을 쓴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물론 구성에 있어서 약점도 있고 너무 뻥튀기를 하는 장면들도 많아서 기가 차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적 허구의 구성이니까 작가 마음대로 할 수 있겠다. 독립과 자유, 그리고 문화 세계시민 등 얼버무릴 주제들이 제대로 얼버무려지도록 한껏 비상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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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봐요!
정진호 글.그림 / 현암주니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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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봐요. 정진호. 은나팔. 2014.


어떤 아이가 "위를 봐요!" 라고 크게 외치는 소리가 책의 제목이다.

저 아이는 누구일까? 왜 위를 봐요라고 외치는 것일까?

책 표지의 그림은 누구의 시각에서 그려진 것일까?

위에서 드론이 찍은 사진일까?


정진호 작가는 198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종일 병원에서 보냈던 경험이 있다. 그때부터 동화를 벗 삼아 성장했고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현재 그림책 작가 및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위를 봐요!'는 2015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분에 선정되었다.


처음 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 가슴이 먹먹했었다. 그리고 스스로 이 책을 읽어가면서 작가의 생각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다.

장애인이 등장한다.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떤 책이든 작가의 경험(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그 아픔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건강한 먹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간결한 화필로 깔끔하고 정순한 장면들을 충분히 담아냈다.


가족 여행 중 교통 사고로 수지는 다리를 잃었다. 아픔을 몸에 지니게 되었다. 수지가 사는 곳은 어디일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도심의 높은 아파트였다. 수지는 어떻게 바깥을 내다보고 경험할까?


수지의 발 밑으로 보이는 것은 공중 촬영할 때 보이는 것과 같이 사람의 머리 뿐

수지의 마음은 어떨까? 저 머리만 보이는 사람들과 무슨 관계를 맺고 있나? 아픈 수지는 아래로 그들을 애타게 쳐다보는데 그들은 그들 위에 누가 있는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수지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서로 소통할 수 있을까? 그래, 수지의 아픈 발로 내려갈 수는 없지만,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고개를 땅으로만 향하지 말고 하늘 위로 쳐다보면 된다.

"위를 봐요!" 내가 여기 있어요. 나와 사귀어요.


수지의 소원은 한 아이로 인해 이루어진다.

한 남자 아이가 수지의 소리를 들었는지, 하늘 위를 쳐다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수지를 본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러분이 이 남자 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아이는 놀랍게도 수지의 입장에서 자신을 생각한다. 수지가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몸을 바닥에 눕힌다.

누워서 하늘을 본다. 누워서 수지를 본다. 어, 이 아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이 아이를 어떻게 볼까? 미친 아이 아니야? 더럽게 도보 바닥에 누워서 무얼 하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무슨 말을 할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했다. 모두 땅바닥에 눕는다. 한 두 사람이 아니다. 세 사람이 무슨 일을 함께 하면 여론이 된다고 했는데, 그래서일까? 아니면 높이 있는 수지의 마음이 이들과 통해서 일까? 한 남자 아이는 여러 사람이 되고, 모두가 위를 보게 된다. 위에 수지를 보게 된다.


수지는 이런 변화에 대해서 놀랐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수지가 변했다. 수지의 마음이 ...이제 수지는 어떻게 할까?

높은 곳에만 있던 수지가 과연 아래로 내려갈 수 있을까? 그렇다. 정진호 작가는 그의 마음으로 우리의 마음을 대변한다.

수지는 위에 그대로 있지 않는다. 비록 휠체어를 타고 이지만 아래로 기쁘게 내려간다. 그리고 그를 만난다. 자기를 이해하고 수지의 눈으로 수지를 바라본 그 아이를 만나다.

작가는 여기서 놀랍게 화폭의 변화를 준다. 그동안은 암묵의 검정색 계통 색깔만 사용했던 화폭에 새로운 색깔이 등장한다. 분홍빛 꽃잎들... 아마 봄의 꽃과 함께 이 사랑의 관계가 피어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읽을 때는 이런 변화가 단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여러 번 읽다보니 이런 변화가 눈에 들어오고 작가의 마음이 들어온다.


이젠 함께 위를 본다. 이 후는 어떻게 될까? 속표지까지 아름답다.

정진호의 별다는 사랑이야기...위를 봐요. 

어느 정도 수준이면 이 이야기를 이해할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이해를 할까?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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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와 함께하기
셰리 풀러 지음, 이선화 옮김 / 현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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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와 손녀를 주셨다.

이 소중한 아이들을 어떻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언약의 자녀들로 양육한 것인가?

물론 부모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주어졌다.

그러나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 것처럼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이 아이의 교육에 관여하다.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끼친다.

나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지혜가 필요하다.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마음과 인식이 중요하다.

비록 미국의 상황에서 조부모인 할머니가 중심적으로 손주들을 지혜롭게 키운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책이지만, 21세기 오늘 한국 사회에서 조부모와 손주들 사이,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관계,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부모들의 손주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디어들이 다양하다.

그러나 역시 이것들을 기초로 하여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자기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서 시대적인 과제로 손자녀들을 양육하는 일에 모두 함께 해야 한다.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들 축복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손자녀들을 맡아서 양육하고 있는 조부모님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더하며 하나님께서 복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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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와 함께하기
셰리 풀러 지음, 이선화 옮김 / 현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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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손주는 매우 특별하다. 물론 조부모도 손주들에게 위대하다. 이 시대에 다시 특별하게 생각해야할 주제이다.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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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걸 - 청각장애 소녀, 환경 재앙이 닥친 내일을 구하다 장애공감 1318
아스피시아 지음, 이주영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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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Future Girl(퓨처 걸) 

아스피시아 글-그림 / 이주영 옮김 .

한울림스페셜 


청각장애 소녀, 환경 재앙이 닥친 내일을 구하다.

표지에 그려진 소년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지은이 아스피시아 Asphyxia 는 호주 멜러른 출신의 예술가이자 작가, 연설가이다.

세 살에 청각장애를 얻었고, 열여섯 살에 수어를 배우면서 삶이 바뀌었다고 한다. 어떻게 바뀌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때부터 농인(청각장애인)의 경험을 공유하는 운동을 해왔고, 농인이라는 이유로 배제하지 않고 함께하는 법을 호주 사회에 널리 알리는 활동으 펼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주어진 환경과 여건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저자의 태도가 놀랍다.

온라인으로 무료 호주 수어 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지금까지 15,000명이 넘는 청소년이 이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청각장애자가 오히려 다른 이들을 돕는 활동을 한다고 하니 놀랍다. 

그리고 청소년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소설 시리지 [그림 스톤 Grimstones]를 썼다고 하는데 나도 꼭 읽어보고 싶다. 한국에 소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퓨처걸~ 미래소녀인데, 앞 부분 처음을 읽으면서 몇 단어로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나 어느 때 어느 정도의 시기인지 감 잡기가 어렵다.

청각 장애 소녀 파이퍼 맥브라이드의 일기장 ~ 개인 소유!(읽지 말것.) 이라 되어 있는데 지금 읽고 있다. 

파이퍼의 엄마는 먹는 것 연구학자로 레콘이라는 식재료를 만들어서 상품화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8쪽 이제는 레콘만 먹기 때문에 요리할 일이 없어서 조리대를 더는 쓰지 않는다.

9쪽 엄마가 또렷이 발음했다. "레콘의 안전성에 관한 소문. 비염이나 천식 같은 걸 일으킨다는 소문 말이야." 

"이제 인류의 65퍼센트가 레콘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모두가 거부해봐. 오가닉코어는 파산하고 말 거야. 

10쪽 파이퍼, 우리는 암을 뿌리 뽑았어! 이 문제도 우리는 해결해내고 말거야. 나는 확신해.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11쪽 오가닉코어에는 식품 디자이너로만 구성된 팀이 있다. 식품 디자이너들은 엄마의 연구실에서 가루 영양제인 뉴트리움 서스테이트를 가져가 해면처럼 생긴 칼로리 발생 물질인 바이오스포어와 섞은 뒤, 거기에 맛과 색깔 그리고 식감 생성제를 더한다. 모양 틀에서 나온 생김새만 보면 그게 진짜 생선 요리나 죽, 또는 콩 통조림이 아니라는 걸 구별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12쪽 이런, 소리를 듣지 못하면서 제대로 발음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엄마는 우리가 각자의 맞춤 레콘만 먹도록 아주 염격하게 관리했다. 테일러와 내가 매일 레콘 식사를 바꿔 먹는다는 사실은 엄마에게 비밀이었다.

15쪽 보청기를 빼고 싶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끼고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서 꾹 참았다. 

27쪽 우리를 둘러싼 문명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도, 엄마는 내 발음에 안달내는 걸 멈추지 못했다.

37쪽 "저는 코다(CODA - Child of Deaf Adult)예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해요."

52쪽 기업이 자사 상품에서 나온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수거하고 재사용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아드햐가 가장 먼저 주장한 것이었죠. 그 결과물이 바로 레콘입니다. 그리고 이 레콘이 아드햐 바시가 '미래 소녀'라고 불리게 된 이유예요. 바로 늘 앞서 나가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미래 소녀라는 제목이 여기서 등장했다. 앞서 나가는 생각을 하는 소녀.


책 내용 앞 부분은 너무 황량하다. 먹고 사는 문제로 힘들다. 

중간에 나오는 '상상해보라, GDP보다 행복지수를 우선시한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이라는 말~ 오늘도 변함없이 생각해야할 명제이다. 경제와 행복, 숨길 수 없는 상관 관계에 있지만 정직하지 못한 점들, 진실되지 못한 점들이 많다.

이런 속에서

고장난 자전거를 매개로 청각장애소녀인 파이퍼와 코다인 말리가 사랑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 황당한 미래의 척박한 살림살이에 상상력을 발휘해 속깊이 들어가게 만드는 작가의 실력이 놀랍다. 


95쪽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모든 일이 경이롭게 나를 휘감았다. 마침내 내게 두 날개가 자라났고, 말리와 로비가 나의 첫 비행이 시작되도록 힘껏 밀어준 것처럼 느껴졌다.


날개가 돋아난 날

작가는 글과 함께 그림을 자작으로 그려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림들이 뭐 상큼하거나 수준이 높다고 생각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인상 깊게 그려놓고 있다. 꼴라쥬로도 그렇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 말을 하고 있다.


지금 373쪽 중에 167쪽을 읽고 있다.

장편이 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가 쉽지 않다. 

미래 사회에서 먹거리를 중심으로 인공음식제공 공급자들편과 자연식 주장자들 사이의 긴장이 배경을 이룬다. 레콘이라는 인공음식, 만병통치약처럼 음식에 각종 암을 예방하는 재료들을 넣어서 만들어진 음식, 이것만 먹으면 여러가지 질병으로부터 해방되고 비만도 조절되고 각종 유익한 것들이 가득하다고 주장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보의 제한으로 레콘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언론통제를 통해 감추어지고 자연 친화적인 먹거리를 고수하려는 사람들은 소수의 비밀 네트워크에 의해서 유지된다. 

주인공 파이퍼는 청각장애아로서 이런 외면적인 환경 속에서 남자 친구 말리를 만나서 사랑을 꽃피운다. 파이퍼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말리와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쭉쭉 읽어나가면 좋겠는데, 시간도 넉넉치 못하고 틈틈히 시간을 쪼개서 읽어가는데 신속하게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떤 위기가 어떻게 다가올지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야기가 종결로 나아갈지 아직은 모르겠다. 대중성이 얼마나 확보될지 모르겠으나 정성을 들여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


183쪽 말리는 여전히 내가 자신과는 실질적으로 정반대편에 서 있는 오가닉코어 중심 인물의 딸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세상에, 정말 다행이야.

185쪽 어제 말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자전거를 돌려주기 위해 가계에 찾아 갔었다. 말리는 생기가 없었고, 심지어 조금 거리감마저 느껴졌다.


(어제 꽤 많은 분량의 독후감을 정리했는데, 저장하기가 제대로 안되어 다 날라가버렸다. 짧게 스라고 하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너무 오래 두지 말고 중간 중간 바로 바로 저장을 해야 한다.)


이제 책의 반을 지났다. 파이퍼는 엄마가 시드니에 일자리를 구하여 이사를 해야할 형편이었는데, 16살 소녀의 독립심을 드러냈다. 그 계기가 자연정원,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게 되는 말리와의 관계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차역에서 엄마와 함께 시드니행 기차를 타지 않고 도망하여 집으로 돌아오지만 말리가 여자 친구 켈시와의 뜨거운 포응(?)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되고 완전히 실망하게 된다. 

파이퍼는 엄마가 자기 없이 시드니로 떠났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엄마는 청각장애인 파이퍼를 경찰에 신고하여 찾으려 했지만 결국 시드니행을 포기하고 일자리도 날아가 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파이퍼는 기뻐한다. 


파이퍼는 결국 로비(말리의 엄마)에게 간다. 자연정원에 대해서 더 알아야 할 것들을 알기 위해서였다. 거기서 다시 말리를 만나는데, 말리는 켈시와 사이가 가까와졌지만 켈시가 농인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음도 말하며 간격이 있음을 드러낸다. 

여기서 이 이야기에서 파이퍼는 결국 말리와 사귀게 되겠구나하는 암시를 얻게 되었다.


책읽기가 쉽지 않다. 농인 청각장애인의 이야기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의사소통에 있어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는 어떻게 이런 작품을 써냈고, 또 그것이 우리 한국말로 번역되어 읽히게 되었다는 것이 놀랍고 고맙다. 

파이퍼는 말리의 자전거 가게에서 자전거 조립하는 일을 하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제 292쪽을 읽고 있다. 2/3을 넘어서 이제 마지막을 향해 고비를 넘고 있는 셈이다.

파이퍼는 유명해졌다. 그의 엄마와 정반대의 길을 가기로 16살의 청각장애 소녀가 일부러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접하게 되는 사람들로 인해 큰 영향을 받게 되었고, 미래 사회의 극단적인 인 과학주의적 생활 방식에 저항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지향하는 가운데 결국 엄마와도 화해하고 엄마의 지지를 받는다. 그녀의 재능을 따라서 예술적인 재능이 그녀와 주변의 사람들을 돕는 일에 사용되고 유명해진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도대체 미래 사회의 모습과 인간 관계를 16살 소녀의 시각과 눈으로 그린다는 것이 말이 될까? 궁금하다.


312쪽

파이퍼는 유명해지고 자연식 먹거리 운동을 비롯한 사회개혁 움직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청각장애인으로서 완전한 의사소통 앞에서 남자 친구 말리의 솔직한 요구에 다시 갈등이 증폭된다. 파이퍼는 엄마에게 ~


오늘은 마무리하고 싶다. 이 장편 소설을 ~

315쪽 파이퍼의 갈등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안 돼! 잘못 생각했다. 수어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엄마는 크게 실망할 거다. 내가 둘러댄 걸 밝힐 게 뻔했다. 언제 수어를 배웠냐고 물어볼 거고, 내가 입 모양을 읽어낼 능력이 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될 뿐 아니라, 수어에 유창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될 거다.


몸이 반으로 찢긴 것처럼 느껴졌다. 절반은 완벽하게 평범한 사람이어야 한다. 또 다른 절반은 농인이고, 수어를 하고, 음성으로 말하지 않는다. 대화 도중 사람들이 또 다른 절반을 만난다. 하지만 소개할 수 없다. 왜냐면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아낼 수 없다."

진실 공방이 아니다. 정체성에 대한 문제이다. 장애아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그 자체로 온전한가? 그렇지 못하다. 그렇지 않다면 장애아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를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장애우라는 말을 쓰려고 했다가 그것이 장애인들에게 우호적인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는 쭈빗했다. 장애인, 비장애인 이라고 쓰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장애인 중심의 언어다. 그런데 무엇이 온전한 것인가? 그냥 그대로 온전한 것이다. 그가 존재하는 그대로 자기 중심을 잡고 살아가면서 그의 역할을 그대로 해 나가면 된다. 물론 거기서부터 성장과 성숙과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누구든 해야할 인생의 과업이다. 그것이 비록 더디고 서로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면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더라도 말이다.


346쪽 "만약 뭔가 우리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싸움을 걸고 관계를 끝내버리는 대신 나하고 대화를 하는 건 어때? 우리가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말이야."

말리와의 관계가 다시 회복된다. 파이퍼는 말리가 코다로서 장애인과 정상인 사이의 중간에서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워가는 일에 어디까지 같이 할 수 있을지를 다시 생각한다. 

그렇다 문제는 소통과 관계, 이렇게까지 서로 소통하려고 하는데, 소통을 멀리하고 자기 길로만 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나? 왜 나는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는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냥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그것에서 멈추어서는 안 되고 내가 열어야할 것들, 성장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 그 길에는 중단이 있을 수 없다. 그래 가자~ 그 날이 이르기까지, 


361쪽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말리가 나를 품에 안았다.'너 정말 대단했어! 정말 대단해! 네가 다음 미래 소녀가 될 거야. 아드햐 바시를 넘어서서 말이야. 파이퍼, 네 손에 식량의 미래가 달려있어."

파이퍼는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어로 연설을 했다. 그녀가 겪은 자연주의 농법과 먹거리,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과 그녀의 예술적 작품 포스터, 그리고 그것들을 스텐실로 만들어 광장 거리에 스프레이로 표현하고, 경찰에 체포된 일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녀를 지원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이 광장에서 그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온몸으로 연설하는 것이다.


373쪽으로 끝이다. 작가가 그린 그림들, 일기 형식으로 이렇게 긴 글을 써냈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 구성력과 디테일이 남다르다. 페이지마다 그림이 가득하다. 이런 것을 그렇게 그려내려면 어느 정도의 정성과 재능이 필요했을까? 도 생각해 보았다. 

하여튼 내가 이것을 끝까지 다 읽어냈다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사회, 장애인과 비장애인, 자연식 먹거리와 인공식 먹거리, 질병과 건강, 소통과 불통, 관계 그리고 사랑,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당장 소통해야할 이웃이 옆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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