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모든 지식 - 만물박사 테리 덴톤의 놀랍고 신기하고 빵 터지는
테리 덴톤 지음, 천미나 옮김 / 별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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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고 유익하네요~ 한국 청소년들이 모두 다 한권씩 가지고 참고로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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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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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최대규 


어디서부터 잘못됐기에 소련군과 미군은 식민지로 고통받았던 땅을 분할 점령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됐기에 우리 민족은 서로를 죽이게 됐을까?

- 김연수 장편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 문학동네. 95~96쪽


역사는 그냥 기록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게 내 살이고 피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사실이 그렇다. 숨죽이며 그것을 안으로 품고 울먹인다. 

아, 왜? 아, 어째서?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르지만 그래서 어쩌겠는가? 그런 인격으로 살아내야 하는 것을.

모두가 그렇다.

하늘을 본다. 누구에게도 같은 하늘이다. 하늘을 원망할 수 있을까?

오늘 우리는 왜 이렇게 싸워야 할까?

싸우면서 큰다고?

그러지 않으면 싸움만 남을 것이다.


116쪽 지옥의 탈출구

기행은 낮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승리만을 봤기 때문이었다.

승리와 패배가 같은 걸 일컫는 다른 말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117쪽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아무리 혹독한 시절이라도 언젠가는 끝이 납니다.

사전에서 '세상'의 뜻풀이는 이렇게 고쳐야 해요. 영원한 것은 없는 곳이라고."



그들 / 최대규 


조민을 집단 살해하는 그들

어쩌면 그런 방대한 조직과

사회 체계

언론, 사법, 행정, 교육, 종교

모두 합쳐 한 젊은 사람을

집단 린치하고 매장할 수 있을까?

그런 표창장을 왜 만들어서 

사단의 실마리를 주었나?

너희는 깨끗하냐는 말은 사치일 뿐이다.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가들을 

집단 살해하던 그들

북조선에서 반동분자라고

집단 살해하던 그들

반대자들을 빨갱이라고 

집단 살해하던 그들


모두 제 정신으로 그리했다고

자기들은 애국적 존재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나이고 우리들이다.

눈물이 난다.

철천지원수가 바로 이웃이다.

내가 사랑해야할 그들이다.


죽은 짓 / 최대규 


아버지 것인데

함께 나누라 하시는데

나눌수록 

더 많아진다 더 커진다 

더 풍성해진다

하시는데


자기 혼자 독차지하고

창고에 가득 재어두고

평안하게 살겠다

모든 사람들 것 빼앗으려

골몰하누나.


사랑한다 하는데

그것도 자기 만족 위해

모든 걸 자기 중심으로 해석하고

하나님도 자기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주문을 건다.


하나님의 사랑을

물화시키고

우주만물을 지배하려한다.

자기 것이 아닌데


제도 그래요

예도 그래요

모두 그래요

그래서 나도 그래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

생존경쟁의 싸움터로

만들려고 꾀를 부린다.


아닌데

그게 아닌데 


한 때도 그분의 사랑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데

빛을 어둠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그게 아닌데 

창조주가 돌보시는데

생명이 나의 것 아니고

그분의 것인데


이 모든 걸

친히 주장하시는데

눈을 감고

죽은 짓을 다하누나.


이분은 어쩌면 그렇게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그렇게 구성을 하고 세부 묘사를 하고, 심리 묘사를 하고, 상황 묘사를 하고

그곳에 있는 사람처럼 전지적 작가의 싯점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아는 만큼에서 이해하고 작가가 묘사하는 만큼에서 그 안으로 들어가고 나오고 하기를 몇 백번을 한다.

문학과 사상, 정치와 문학, 삶과 죽음, 사회 체제와 삶, 구호와 실질,

교묘한 술수, 겉과 속, 처세와 순진, 계급과 평등, 질서와 자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극과 극, 인간의 실상, 삶의 이유, 

온갖 것들이 혼합되어 있어서 가름하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다.

문학이 문학 자체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지 못하고, 이념의 종이자 도구가 되어버리고, 선전장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고뇌하는 창작하는 주체의 상황과 심정이 현실처럼 그려져 있다. 작가는 어떻게 그런 상황에 대해 그렇게 세밀하게 묘사하고 전개할 수 있을까? 거기에 아마 가보지도 못했을 터인데 말이다. 그를 만나지도 못했을 것은 뻔하고.


하기야 문학적 상상력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억지로 주장하지 않아도 이 한편의 소설로 그것을 다 말하지는 못하지만 절절하게 읽히는 것들이 있다.

마지막에 이르렀다.


230쪽 기행은 서희를 만났다.

서희는 인민학교 교사이다. 젊다. 

"일없습니다. 강변 버들강아지에 희뿌윰한 물색이 돌아 보기도 좋고, 땅이 물러져 걷기도 좋습니다."

"좋고 또 좋으니 참 좋소. 서희 동무는 마음 쓰는 법을 잘 아니 삼수갑산이라도 걱정이 없겠소."

"저라고 걱정이 왜 없겠습니까? 그렇지만 막상 삼수에 와보니 어떻습니까? 그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난 평양에 있었어도 삼수갑산을 가고 있었을 테니 거기나 여기나 매한가지요."

기행의 말에 서희가 큭큭대며 웃었다.

"선생님은 매한가지라는 말씀을 참 잘하십니다. 사람이 착하나 악하나 매한가지고, 시를 쓰나 안 쓰나 매한가지고. 그러면서도 지금 몰래 시를 쓰시던 것 아닙니까?"


지금 이 상황이 분명 인위적일 것이다. 온전히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창작일 것이다. 

북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치 그 속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공산주의의 로보트,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졸개를 그냥 인격없는 마르모트 같이 생각된다. 그런데 그 속에서도 아이가 자라고 사람이 산다. 그들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거대한 공작같은 정치의 산이 사람을 허깨비로 만들어버린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남한에 사는 사람들도 그들의 눈에는 허깨비와 로보트로 보일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허깨비같은 정치와 이념의 거푸집을 허물고 사람다운 사회,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그 사회 속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업이다. 

한 부분의 삶이 아니라 전체의 삶이다. 하늘을 우러러 보아야할 삶이다. 누구의 종이 아니라 한 주체로서 한 인격으로서 고백하고 실천하고 고백하고 실천하고 살아야할 삶이다. 다른 사람도 그리하다. 그를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


232쪽 기행이 어린 학생들의 시를 처음 읽은 것도 그런 밤 중 하나였다. 승냥이떼의 울부짖음에 잠을 설친 기행은 양사를 한 번 둘러본뒤, 분만실에 앉아 칸델라 푸른 불빛에 비춰가며 어린 학생들의 시를 읽었다.

'물싸리 민솜대 바람에 흔들려/새하마노 들판에 여름이 온다'라고 쓴 시는 말맛이 좋았고, ''어머니가/국시를 하는데/햇빛이 동골동골한 기/ 어머니 치마에 앉았다./ 동생이 자꾸 붙잡는다'는 솔직하고 소박해서 좋았다.


기행이 양사에서 양이 새끼를 낳은 것을 받는 일에 자원하는 일이나, 서희가 가져온 아이들의 동시를 살펴보고 평을 적어주는 일이나 통하는 것이 있다. 생명에 대한 흠모, 생명 그 자체에 대한 동경이라고 할까? 아이에 대한 희망을 적어나간다. 그래 북한이나 남한이나 같은 아이이지, 그 아이들이 이제 커서 무엇이 되나? 현실이 어둡다고 빛마저 어둡게 보아서는 안 된다. 어둠을 물리칠 것은 빛 밖에 없다. 빛이 무엇인가?


233쪽 편지에서 병도는 유물사관의 출발점이 사물에 있음을 주장하고 있었다. 관념론자들은 사물 이전의 절대이념에 맞춰 현실을 재구성하지만 실제로 재구성되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그들의 의식이라고 그는 썼다.

햐, 그러고 보니 유물사관의 관념에 사로 잡힌 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렇다. 관념에 사로잡혀 자기 관념을 재구성하는 것에 그치고 말지, 현실의 개혁이나 현실의 진실은 남모르게 지나가고 만다. 사실은 정신과 물질이 하나같이 움직이다. 그런 관념을 가지면 물질을 그렇게 이용하게 되고, 물질이 그러하면 그런 관념을 가지고 나아가게 된다. 상호 작용이다. 현실이 그렇다. 현실의 물자체는 그냥 그대로 있지 않는다. 변화가 있다. 그리고 나 자신이 변화되어 가고 있다. 늙어간다. 새로워진다. 자라간다. 이 세상도 변화한다. 그러나 그러나 먼지 같은 세상의 변화이다. 그게 크게 보일 뿐이지, 한 순간이면 다 사라진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239쪽 어린 양들에 대한 사랑

그러나 마지막은 천불로 끝이 난다.

그때까지고 기행은 어디에서도 오지 않고,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는 천불에 휩싸여 선 채로 타 오르는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불, 천불, 그것이 어디에 있는가? 그날이 올까?

벌써 임했는데 그것을 모르고 외면하고 있는 현실은 아닌가? 그 불은 지금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이런 생각에 생각을 넘어 생각이 지나가고 있다.


<작가의 말>

245쪽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들은 소설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소망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일들, 마지막 순간에 차마 선택하지 못한 일들, 밤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일들은 모두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

이오덕이 엮은 아름다운 시집 [일하는 아이들]은 경상북도 상주군 공검국민학교 2학년 박춘임이 쓴 [햇빛]으로 시작한다. 책에는 이 시가 1958년 12월 21일에 쓰였다고 인쇄돼 있다. 이즈음 북한의 백석은 삼수의 협동조합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의 내 나이와 같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동갑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 기행에게는 덕원신학교 학생들의 연주를 들려주고 삼수로 쫓겨난 늙은 기행에게는 상주의 초등학생이 쓴 동시를 읽게 했을 뿐. 

그러므로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 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 백석은 1996년에 세상을 떠났고, 이제 나는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된 그를 본다.

2020년 여름 김연수


그렇지. 소설이 소설이다. 그런데 백석이 1996년에 죽었다는 것은 그리고 1962년 이후에 30여년간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날 그는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남한에서?) 되었다고 한다. 나는 시인이다. 무어 시인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 그냥 매일 시를 쓴다고 쓰는 사람이다. 시가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시를 쓰고 시를 읽는가? 한때의 낭만을 위해? 아이들은 왜 시를 쓰는가? 인간은 왜 시를 쓰는가? 나는 왜 시를 쓰는가? 어떻게 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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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로두웨 마술단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13
박미연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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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로두웨 마술단. 박미연 장편 소설.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013. 

2021년 5월 10일 초판 1쇄 


최대규님

인생에 마술 같은 순간이 펼쳐지길 응원합니다.

2022.1.5 작가 박미연이 써준 글이다. 


단발머리 소녀/진짜 마술/ 붉은 종이꽃 / 아버지의 소원/ 새로운 기회/ 포기할 수 없는 꿈/ 가혹한 대가/ 시험/ 돌아온 유정/ 어려운 선택/ 뒤돌아보지 않겠어/ 조선의 얼른쇠/ 나만의 마술/ 스승이라 불러라/ 하나가 둘이 되고/꺾여 버린 날개/ 다시 날아올라/ 더 넓은 세상으로


차례를 둘러보니 무슨 감이 잡힐 듯도 하기는 하지만 마술과 관련해서 조선 시대의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이다. 아, 주인공이 소녀인가 보다.

표지를 다시 살펴본다.

곡마단 , 써커스단 천막 속에 상투를 튼 사람도 보이고, 서양식 복장을 한 사람 윤곽도 있다. 항아리가 있고, 부채가 있고, 4~5명이 보인다. 얼마나 빨리 읽히게 될까? 궁금하다.

이제 시작이다.

2022년 4월 4일 월요일 아침 6:59

4월 5일 새벽에 일어나서 여러 권 읽을 책들 중에 이 책을 읽고 있다. 마술단 이야기인데, 조선시대가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을 강점하던 시대의 이야기였다.  덴쓰네 라는 일본 최고의 여자 마술사, 그리고 별당아기씨 같은 한 소녀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인력거꾼인 소년이다. 이들의 만남이 책의 앞 부분에서 발단이 된다.


20쪽 열다섯살 동희, 보통학교를 다니다 2년만에 월사금을 내지 못해 그만두고, 신문배달과 구두닦이, 식당 종업원 같은 허드렛일을 할 수 있을 뿐 그것마저도 억울하게 쫓겨나고 마는 형편이었다. 더러운 청계천 변 하꼬방에 산다.


24쪽 광화문 경복궁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합병 5주년 기념 대일본제국의 조선물산공진회, 경복궁을 훼손하고 결국 일본의 선전장으로 만들었던 그들이 그곳에서 곡마단의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동희는 그 소녀에게 끌려 우여곡절 끝에 돈도 없이 비싼 곡마단 공연장에 까지 들어가게 되었는데 바로 그 소녀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일본애 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조선 아이였다. 이름이 이유정, 


극적인 만남답게 남동희는 마술사가 되고자 마음을 먹는다. 

30쪽 "두고 봐! 나도 어떻게 하든, 무슨 방법을 쓰든 마술사가 될 거야. 유명한 마술사가 돼서 꼭 무대에 서고 말 거라고!"

하여튼 일본제국 시대의 경성 거리, 그리고 조선인 15살 남자 아이와 여자 소녀 마술사, 별로 마음에 썩 내키는 읽을 거리는 아니다. 그러기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더 궁금하다. 이 아이가 유명한 마술사가 된 다음에 조선의 독립을 위해 비밀스럽게 공작원이 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더 읽어보아야겠다.


45쪽 남동희는 마술사가 되기 위하여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 조선에 찾아온 유랑 마술단에 허드레일을 하는 잡부가 되어 어떻게든 마술을 배워보려고 하지만 학대를 받게 된다. 마술사가 연습하는 것을 몰래 훔쳐보다가 들켜서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되어 쫓겨난다.

"이 미개한 조센징 새끼. 누구 덕에 먹고사는 줄도 모르고, 감사할 줄도 모르는 무식한 것들."

동화나 소설을 쓸 때 악역을 묘사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꼭 그런 사람이 되어서 만들어내는 나의 분신이 되는 듯도 하기 때문이다. 동화작가가 되는 길,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일제시대의 상황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조센징이 된 자들의 생존방식이 오늘날 친일세력들에게는 어떻게 유전자처럼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겉의 구호와 속의 내실이 다른 식민지 치하의 온갖 실상들을 두고서 갑론을박하는 정치권의 권모술수도 토가 나올 정도로 역겹다. 하지만 이런 것이 현실이야 라고 한 마디로 퉁치고 가면 그 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54쪽 동희는 스스로 손수건에서 꽃이 피어나는 마술을 익힌다. 동네 친구 병수와 다시 사이가 좋아지고, 동네 중만이 아저씨에게까지 보여주게 된다. 그런데 중만이 아저씨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 "피는 못속인다." 이 정도에서 동희 아버지의 정체를 생각하게 되었다. 동희 아버지는 조선의 재주꾼이었을 것이다. 표지에 나오는 큰 항아리 같은 것이 아마도 동희 아버지가 잘하는 재주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여기서 동희는 자신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얼핏 듣게 된다. 

내 생각에는 아마 동희 엄마가 일본의 곡마단에 끌려간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유명한 일본의 여자 마술사가 바로 동희 엄마가 아닌가? 여기 까지 생각이 미쳤다. 과연 그럴까?

하여튼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이런 왜색의 마술을 소재로 해서 아동 소설을 썼다는 것이 아직도 궁금할 뿐이다. 왜 이런 작품을 썼을까?


56쪽 경상도 진주에서 경성으로 올라온, 동희 아버지는 몸으로 하는 인력거꾼이 되어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15살이나 된 동희가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고등보통학교가지 졸업해서 학교 선생님이 되기를 바란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부자라도 자식의 선생님에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며 동희가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선생님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희는 마술사가 되고 싶어한다. 이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궁금하다.


80쪽 동희는 그가 원하던 마술단에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일본인들로 이루어진 기노쿠라 곡마단, 그러나 유일한 조선인으로서 갖은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가즈오라는 나이 어린 마술사의 질투와 시기를 겪으며 겨우 살아남는다.


84쪽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 일본이 들여온 신문물과 신기술을 배운다면 상놈이든 백정이든 대우받는 세상이었다. 하물며 조선인 최초로 마술사가 된다면 선생님과는 비할 바도 아니었다. 꽉 막힌 아버지가 동희는 답답하기만 했다."

동희의 생각을 통해 당시 조선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신분사회, 양반 중심의 조선시대가 일반 백성들에게 주었던 상실감은 일제에 의해서 왜곡되게 이용될 수 있었다. 사실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나라가 무엇이 중요한가? 자기와 자기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않는가? 이런 생각들이 조선인들에게 없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교과서적인 그런 애국애족의 생각이 과연 얼마나 당시 민중들에게 있었을까? 이데올로기는 민중들을 이용할 뿐이다. 결국 가진 자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되고 말지 않는가?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110쪽 동희는 인력거꾼이던 아버지가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깊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마술사로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기회를 준다. 작가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일까? 끈을 놓치 못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 실마리를 보여준다.

"마술의 역사는 오래됐다. 마술이 없는 나라는 없어. 각자 자신들만의 마술을 만들어 왔지. 내가 젊었을 대 아미리견(미국)에서 마술을 배울 때는 말이다.  부로두웨(브로드웨이) 극장에 온갖 나라에서 마술사들이 모였다. 중국이나 인도, 법국(프랑스), 비리시(벨기에) 뿐 아니라 애입다(이집트) 같은 아불리가(아프리카) 나라에서도 말이다. 거기선 국적이 중요하지 않았어. 얼마나 독창적이고 새로운 마술인지가 중요했지. 부로두웨 극장에서 조선에서 온 마술사는 본적이 없었다. 그러니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조선의 마술이 세상에 나온다면 더 놀랍지 않겠니?"


일본인 마술사 기노쿠라의 말이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작가는 조선의 마술을 세상에 소개할 조선의 마술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것이 동희가 핏속에 가지고 있는 조선 마술사의 기운에서 실현될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동희 아버지가 유물로 남겨준 항아리에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같다. 부로두웨 가 브로드웨이를 말하는 것인 줄 처음 알았다. 결국 동희는 미국의 브로드웨이 까지 가서 공연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여 조선의 마술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는 마술사가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하게 된다. 거기까지다.


117쪽 동희는 일본에서 경성을 다시 찾아온 덴쓰네 곡마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아둔 돈을 다 떨어 1등석 표를 사고 곡예와 마술을 구경한다. 그러나 진짜 목적은 유정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유정은 댄쓰네의 양녀가 되어 이름도 노로 유리코로 개명하였고 16살이 되었다. 그러나 마술 공연 후에 유정을 만나게 되지만 쌀쌀맞게 동희를 대한다. 

뭔가 일이 벌어질 것인데, 갈등을 집어넣은 것이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동희가 몇 가지 마술을 즉석에서 보여주고,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동희를 보러 오겠다고 약속하며 헤어진다. 동희는 마음이~ 벌렁거렸다.


133쪽 이런 덴쓰네와 기노쿠라는 서로 원수 사이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나 덴쓰네는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일했던 적이 있고, 서로 원수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전통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노쿠라 선생이 조선인인 널 받아들인 것도 그 때문이겠지. 정체돼 있는 자신의 마술에 새로움을 불어넣어 줄 거라 기대한 건가? 내가 그리되게 가만히 둘 줄 알고?"

이 말은 동희가 막간 마술 시간에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마술을 보여준 후, 구경온 유정과 덴쓰네가 마술 후에 동희를 따로 만나서 거의 혼잣말을 한 것이었다. 동희는 이제 덴쓰네 마술단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동희는 어떻게 할까? 기노쿠라를 떠나서 덴쓰네로 갈 것인가?


144쪽 그러나 그날밤 내일이면 일본으로 떠나게 되는 덴쓰네 곡마단과 함께 일본으로 갈 작정을 한 동희를 기노쿠라는 책망하기 보다는 덴쓰네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덴쓰네는 기노쿠라의 첫 제자였다. 그러나 기노쿠라의 마술책을 훔쳐 어느날 도망했고, 진짜 마술보다는 화려한 쇼를 곁들인 마술을 펼치며 기노쿠라 마술단보다 더 유명한 곡마단으로 부상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말리지 않고 덴쓰네에게로 가도록 허락해준다. 다음의 말과 함께

"덴쓰네는 무서운 사람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누구라도 이용하고 또 버릴 것이다. 부디 조심해라." 

앞부분에서 덴쓰네가 혹시는 조선여자이고 혹시는 동희의 엄마가 아닐까? 유정이는 동희의 가족이 아니었을까? 상상을 했었는데 이렇게 보면 아닌 것 같다. 과연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다.


149쪽 그러나 유정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었다. 일본으로 떠나는 날 용산역으로 향하는 인력거에 동희와 유정이 함께 타고 가는데, 어떤 헐벗은 남자가 인력거를 막고 유정이가 자신의 딸 이심이라고 울부짖으며 말한다. 그런데 유정은 그가 바로 자기를 팔아넘긴 자신의 생부인 것을 동희 앞에서 매몰차게 말하며 멀리한다. 그렇다면 유정은 동희와 내가 생각한 그런 관계가 아니다. 또 덴쓰네의 양녀가 맞기도 하다. 한 가지는 풀렸다. 이 다음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153쪽 정말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연의 연속이다. 용산역에서 일본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도착한 동희에게 중만이 아저씨가 허름하고 산발한 모습으로 뛰어와서 비밀 이야기를 한다.

"동희야, 놀라지 마라. 네 아버지는... 원래 솟대쟁이 패의 유명한 얼른쇠였다."

솟대쟁이패라면 줄 위에서 재주를 부리는 광대 무리다. 얼른쇠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사람이다. 칼도 먹고, 불도 뿜고, 그리고 또 빈 주머니에서 동전도 꺼내고."

조선에도 전통 마술이 있다는 그 말. 그 조선의 마술을 아버지가 했었다는 이야기였다.

시간이 없는 동희에게 중만이 아저씨는 작은 보따리를 동희 손에 꼭 쥐어준다. 이게 뭐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동희 아버지가 얼른쇠였었다니? 

결국 동희가 미국의 브로드웨이에 까지 가서 조선의 마술을 펼쳐보이게 될 것이구나~ 짐작이 간다. 그렇다면 그 과정이 어떠했을까? 갈등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160쪽 앗~ 그런데 반전이다. 용산역에서 가까스로 기차에 몸을 실은 동희는 중만 아저씨가 전해 준 보따리에서 조선의 마술에 대한 실마리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기 집에 있었던 요술항아리의 비밀을 풀고 싶어졌다. 그래 수원역에서 유정이를 버리고 기차에서 내려 경성으로 돌아오게 된다. 와~ 이렇게 흘러가는 거였어. 대단한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조선의 마술을 되찾는 동희? 

166쪽 동희는 중만 아저씨에게 돌아와서 자신의 과거와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조선의 최고 얼른, 곧 마술사였던 아버지가 어떻게 일제 치하에서 조선의 마술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엄마는 동희를 낳고 죽고 말은 사건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동희 아버지가 죽게 된 것도 무슨 독립운동과 비슷한 것에 연루되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암시를 언뜻 비췬다. 그러나 중만 아저씨는 말을 흐린다.

동희는 항아리의 비밀에 대해 궁금해했고, 중만 아저씨의 말이 이랬다.

"조선이 다시 조선의 것이 되면, 그래서 다시 얼른쇠가 될 수 있다면, 죽기 전에 그 항아리 환술을 꼭 해보고 샆다' 이것이 아버지가 남긴 말이었다.

그 요술 항아리는 동희 아버지에게 얼른쇠가 다시 되겠다는 희망, 다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동희는 이런 사연을 알게 되자 다시 질문을 품는다. '아, 아버지에게 얼른은 희망이었구나. 그러면 나에게는 마술이 무엇이지?'

이제 동희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까? 브로드웨이는 괜한 말이었는가? 궁금하다.


180쪽 동희는 동대문 시장에서 혼자만의 얼른을 하게 된다. 친구 병수가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모아 바람을 잡아준다. 30여명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 동희의 얼른을 구경하고 병수는 바가지를 들고 관람료를 거둔다. 사람들의 손에서 1전, 2전 들이 모아지고 동희는 조선의 마술을 보여주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다.


186쪽 동대문의 배오개장터에서 길거리 마술을 하는 동희에게 자릿세를 뜯으러 건달들이 오고, 위기의 순간에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모르는 기노쿠라 단장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릿세를 대신 내주고  동희에게 곡마단으로 오라고 말한다. 동희가 곡마단으로 기노쿠라 단장을 찾아갔는데, 곡마단 천막이 휑뎅그렁했다. 단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지하실의 비밀 열쇠를 주면서 환한 낮에 남포등을 들고 지하실을 구경시킨다. 무슨 일이지?  


193쪽 기노쿠라는 자신의 마술의 비밀을 동희에게 언뜻 보여준다. 그리고 가즈오가 마술단을 나간 일을 말하면서 동희에게 자신과 함께 새로운 마술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1년 남짓 마술을 배운 풋내기에게 이런 기회를 제안하다니~ 동화도 이런 동화가 없다.

194쪽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앞으로는 자신을 스승이라고 부르라고 말한다.

덴쓰네 이후로 다시는 제자를 들이지 않겠다던 기노쿠라가 동희를 받아준 것이다. 그러나 동희는 이제 이런 말을 감히 기노쿠라에게 한다.

"이제 전 조선 사람들을 위한 마술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제가 제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기노쿠라는 일본인, 조선인 상관없이 마술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조선인들도 마술을 좋아하게 된다면 어떠냐고 역시 기노쿠라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206쪽 기울어진 기노쿠라 곡마단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동희는 아버지의 항아리 마술의 비밀을 알아낸다. 병수와 기노쿠라 단장의 도움으로 용수철 원리가 항아리 바닥에 있어서 항아리 바닥이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리면 밑으로 열리는 원리를 숨기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별 대단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작가는 이걸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이 생각되었다. 그 항아리가 어떻게 요술 항아리인지 깨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 신라로부터 천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약간 실망이다. 그렇지만 조선의 환술, 얼른을 재현하려는 용기는 가상하다. 일제 치하에서 조선다운 것, 우리 것이 최고여 라는 오늘날의 문화주의의 그림자를 보는 듯 하다.


219쪽 그런데 그 사이에 놀라운 일이 있었다. 유정이가 일본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동대문 장터에서 마술을 하는 동희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유정이는 상처난 날개 꺾인 상태였다. 유리 마술을 하다가 오른손의 손가락 두개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덴쓰네는 그런 유정이를 몰라라하고 조선으로 돌려보냈다. 동희는 유정이에게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같이 일하자고 설득을 한다.

이거참 뭔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나?


228쪽 동희와 유정은 기노쿠라 곡마단 앞에 함께 무릎을 꿇고 자기들을 받아달라고 간청을 한다. 새벽별을 보면서~ 기노쿠라는 그것을 알고나 있었던듯 마침내 동희와 유정을 받아준다. 

너무 극적인 일들의 연속이어서 참 그렇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이렇게 하는 것임을 알기에 보아 넘어가준다. 마지막이 어떻게 마무리 될까?


230쪽 조선인 최초의 마술사~ 그 마술단을 어떻게 소개할까? 기노쿠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곡마단의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 그러자 동희가 이 책의 제목인 '부로두웨 마술단'으로 개명하자고 제안한다. 아 그래서 부로두웨 마술단이구나 책 제목이. 

"부로두웨 극장에는 온갖 나라에서 마술사들이 모였다. 거기선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독창적이고 새로운 마술인지가 중요하다." 이 말은 앞서 기노쿠라가 했던 말이다.

나는 동희가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 가서 유명 마술사가 되어 미국의 브로드웨이까지 가서 조선인 마술사로 이름을 날린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방향이 잡혀 있었다.


248쪽 동희의 마술, 얼른, 항아리 환술은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 물론 가즈오가 중간에 등장해서 방해를 하려고 하지만 동희의 순간적인 기지로 오히려 대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이런 성공 덕분에 경성에서 간도로 순회 공연을 떠나게 된다.

간도 순회공연이 결정난 날, 동희는 중만이 아저씨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동희 아버지는 단순한 인력거꾼이 아니었다. 인력거로 온 경성을 다니면서 독립군의 연락책으로 일했다고 했다. 중요한 편지나 물건을 전하고, 독립군들을 몰래 이동시켜 주었다. 그리고 결국 독립군을 돕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였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의 복선을 그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257쪽 마지막은 이랬다. 간도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신의주역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긴다. 중만 아저씨가 간도의 독립군에게 전해주려는 권총과 무슨 중요한 것을 가방에 싸서 가지고 가다가 일본 헌병의 검문 검색에 들킬 찰나에 동희의 마술로 위기를 벗어난다. 그리고 기노쿠라가 전해주는 한 장의 명함. 그 기차칸에 함께 있던 어떤 서양 사람이 동희를 아미리견에 있는 부로두웨 극장에 초대한다는 것이다. 

동희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대답한다.

"가고 싶어요! 가서 조선의 마술을 아미리견에,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요."

동희는 어느새 그 너머에 있는 세상까지고 꿈꾸고 있었다.


마술, 얼른을 소재로 이렇게 장편소설을 쓴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물론 구성에 있어서 약점도 있고 너무 뻥튀기를 하는 장면들도 많아서 기가 차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적 허구의 구성이니까 작가 마음대로 할 수 있겠다. 독립과 자유, 그리고 문화 세계시민 등 얼버무릴 주제들이 제대로 얼버무려지도록 한껏 비상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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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봐요!
정진호 글.그림 / 현암주니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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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봐요. 정진호. 은나팔. 2014.


어떤 아이가 "위를 봐요!" 라고 크게 외치는 소리가 책의 제목이다.

저 아이는 누구일까? 왜 위를 봐요라고 외치는 것일까?

책 표지의 그림은 누구의 시각에서 그려진 것일까?

위에서 드론이 찍은 사진일까?


정진호 작가는 198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종일 병원에서 보냈던 경험이 있다. 그때부터 동화를 벗 삼아 성장했고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현재 그림책 작가 및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위를 봐요!'는 2015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분에 선정되었다.


처음 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 가슴이 먹먹했었다. 그리고 스스로 이 책을 읽어가면서 작가의 생각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다.

장애인이 등장한다.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떤 책이든 작가의 경험(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그 아픔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건강한 먹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간결한 화필로 깔끔하고 정순한 장면들을 충분히 담아냈다.


가족 여행 중 교통 사고로 수지는 다리를 잃었다. 아픔을 몸에 지니게 되었다. 수지가 사는 곳은 어디일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도심의 높은 아파트였다. 수지는 어떻게 바깥을 내다보고 경험할까?


수지의 발 밑으로 보이는 것은 공중 촬영할 때 보이는 것과 같이 사람의 머리 뿐

수지의 마음은 어떨까? 저 머리만 보이는 사람들과 무슨 관계를 맺고 있나? 아픈 수지는 아래로 그들을 애타게 쳐다보는데 그들은 그들 위에 누가 있는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수지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서로 소통할 수 있을까? 그래, 수지의 아픈 발로 내려갈 수는 없지만,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고개를 땅으로만 향하지 말고 하늘 위로 쳐다보면 된다.

"위를 봐요!" 내가 여기 있어요. 나와 사귀어요.


수지의 소원은 한 아이로 인해 이루어진다.

한 남자 아이가 수지의 소리를 들었는지, 하늘 위를 쳐다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수지를 본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러분이 이 남자 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아이는 놀랍게도 수지의 입장에서 자신을 생각한다. 수지가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몸을 바닥에 눕힌다.

누워서 하늘을 본다. 누워서 수지를 본다. 어, 이 아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이 아이를 어떻게 볼까? 미친 아이 아니야? 더럽게 도보 바닥에 누워서 무얼 하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무슨 말을 할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했다. 모두 땅바닥에 눕는다. 한 두 사람이 아니다. 세 사람이 무슨 일을 함께 하면 여론이 된다고 했는데, 그래서일까? 아니면 높이 있는 수지의 마음이 이들과 통해서 일까? 한 남자 아이는 여러 사람이 되고, 모두가 위를 보게 된다. 위에 수지를 보게 된다.


수지는 이런 변화에 대해서 놀랐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수지가 변했다. 수지의 마음이 ...이제 수지는 어떻게 할까?

높은 곳에만 있던 수지가 과연 아래로 내려갈 수 있을까? 그렇다. 정진호 작가는 그의 마음으로 우리의 마음을 대변한다.

수지는 위에 그대로 있지 않는다. 비록 휠체어를 타고 이지만 아래로 기쁘게 내려간다. 그리고 그를 만난다. 자기를 이해하고 수지의 눈으로 수지를 바라본 그 아이를 만나다.

작가는 여기서 놀랍게 화폭의 변화를 준다. 그동안은 암묵의 검정색 계통 색깔만 사용했던 화폭에 새로운 색깔이 등장한다. 분홍빛 꽃잎들... 아마 봄의 꽃과 함께 이 사랑의 관계가 피어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읽을 때는 이런 변화가 단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여러 번 읽다보니 이런 변화가 눈에 들어오고 작가의 마음이 들어온다.


이젠 함께 위를 본다. 이 후는 어떻게 될까? 속표지까지 아름답다.

정진호의 별다는 사랑이야기...위를 봐요. 

어느 정도 수준이면 이 이야기를 이해할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이해를 할까?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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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와 함께하기
셰리 풀러 지음, 이선화 옮김 / 현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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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와 손녀를 주셨다.

이 소중한 아이들을 어떻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언약의 자녀들로 양육한 것인가?

물론 부모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주어졌다.

그러나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 것처럼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이 아이의 교육에 관여하다.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끼친다.

나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지혜가 필요하다.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마음과 인식이 중요하다.

비록 미국의 상황에서 조부모인 할머니가 중심적으로 손주들을 지혜롭게 키운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책이지만, 21세기 오늘 한국 사회에서 조부모와 손주들 사이,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관계,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부모들의 손주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디어들이 다양하다.

그러나 역시 이것들을 기초로 하여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자기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서 시대적인 과제로 손자녀들을 양육하는 일에 모두 함께 해야 한다.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들 축복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손자녀들을 맡아서 양육하고 있는 조부모님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더하며 하나님께서 복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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