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재미있게 읽었지만

몇 가지 스토리 전개에 당위성이 부족하여 여러 가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아래 내용은 스토리를 포함하고 있으니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안 읽는 것이 좋긴 하겠다.

하지만 중요한 반전 같은 내용은 지양했으니 스포일러까지는 아니다.

읽는다고 해서 소설이 김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중요한 두 개의 억지스러운 스토리 전개가 읽어가는데 거슬렸다.

 

첫째. 테러 상황의 테스트를 만드는 멍청한 대기업은 없다.

 

스토리에 대기업의 중요 임원들을 가상 테러상황으로 몰고 가서 테스트를 한다는 것은 억지가 있다.

커다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의 국제적인 석유기업 엑샤 유럽이라면

국제 테러단체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역시 인사평가로는 지나치게 과하다.

주인공의 아내가 기겁을 하고 그 테스트의 성립 자체를 역겨워하는 것처럼

사회 도덕적인 책임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 테스트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소송에 휘말리지 않을 장치들을 마련하는 내용이 들어갔다면

설득력을 얻을 것 같다.

 

둘째, 무고죄를 감안하고 소송을 전개하기엔 소송의 허술함

, 주인공의 전 직장에서 소송을 당한 내용도 그렇다

주인공의 중요한 주인공은 그날로 승진이 되어 역으로 주인공을 고소하도록 증언한다.

아무리 하찮은 직업이라 해도 승진하는 데는 타당한 과정이 필요하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바로 승진을 해서

증인으로 세워 재판을 추진 한다는 것은 많은 허술함이 있다.

주인공과 물리적인 폭행이 오고 갔던 상대도 슈퍼바이저라는 간부급이긴 하지만

사건을 조작해서 소송으로 몰고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주인공의 딸은 변호사이다.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은 사건이며 변호사 딸이라면 충분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과거 직업은 인사담당자였다.

주인공이 딸에게 이러한 사실을 의논하지 않고 사건을 키워간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재판은 해봐야 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법으로 심판하는 사람들의 시각과 생각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약하고 힘없는 소시민이 기업에게 억울한 소송을 당하는 스토리는

영화나 책으로 더러 보게 되는 갈등관계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그 스토리들이 만들어 놓은 장치들은 지나치게 단단한 올가미 같아서

과연 주인공이 저 싸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막막함을 우리는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재판을 걸기나 하겠어? 라는 생각이 자꾸 나게 만든다.

작가의 치밀한 구성이 아쉬운 부분이다.

 

두 가지의 성립되기 어려운 스토리는 별개로

실업자라는 이 소설은 동의하기 어려운 다른 문제들도 안고 있다.

실업자가 극단의 스토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의 절박함이다.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 실업자의 삶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잘 묘사되기도 했지만

사실 주인공의 친구인 샤를에 비하면 그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결말이 매우 불쾌한 생각이 든다.

주인공은 좋은 직장의 중역이었지만 실업 4년동안 혹독한 임시직을 전전한다.

그것도 공과금의 절반이라도 벌기 위해서다.

주인공이 과연 실업자인지 아닌지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가 과연 가난한 것일까?

대출이 남았지만 괜찮은 아파트가 있으며

직장을 가진 부인과 출가한(부양의 의무를 다한) 딸 둘이 있다.

그는 꽤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가 실업을 했지만

교도소에 수감 됐을 때 교도관의 승진시험을 위한 과외를 가르쳤듯이

그의 나라는 그의 경력이 도움이 되는 파생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는 나라이다.

그전과 같은 위치로 돌아가는 것은 부족하지만

4년간의 사실은 임시직이지만 실업자 생활이 준 교훈이 그렇게 우울하고 극단의 상태라면

그는 번듯한 돈이 행복을 준다고 믿는 천박한 사람일 뿐이다.

 

실업의 문제는 사람마다 다 다른 문제이기에 단정하기 어렵다.

정말 주인공에게는 의약품 배송회사처럼 변변치 못한 직업만 주어졌을 수 있다.

효율과 공리성을 강조하며 분배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것을 주장하며

절망적인 실업자를 배출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문제이고 주인공의 분노를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여러 가지 소설에 집중하지 못하는 요소들이 있음에도

오랜만에 소설에 빠져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스릴러물이 주는 전개는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소설의 중간에 시점이 바뀌어 주인공을 다른 사람을 통해 관찰하는 상황도 색다르다.

이것은 다시 그 후로 가서 주인공의 시점이 되어 스토리 전개하는데 필요하기도 하다.

주인공이 반전을 벌인 내용이 천천히 밝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업자라는 사회 메시지를 던지기에는 부족한 소설이다.

실업자라는 스토리가 필요했을 뿐

실업자의 자기 파괴 과정을 잘 묘사하기도 했지만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했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고 할 정도로 재미있고 오락성은 높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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