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기후변화에 대해 크게 아는 바가 없으면서 그것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다. 이런 이들일수록 단순 논리로 일반화하고, 극단적으로 부인하거나 극단적으로 비관하곤 한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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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비교연구에서 한국인들이 기후변화를 ‘염려한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체감하는 수준에서 유추해보면 기후행동에 큰 관심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우려한다고 답변하면서도 실제로는 무관심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기후변화에 관한 여론조사에 임할 때, 객관식 시험에서 정답 고르듯이 모범답안을 말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모범답안으로서의 기후위기 ‘팩트’만을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영혼 없는 모범답안이 풍기는 무기력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만일 이런 추측이 옳다면 한국 사회에서의 기후 비상사태는 기후의 ‘물리적 비상사태’일뿐만 아니라, 기후의 ‘소통적 비상사태’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