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구 타이드 네오픽션 ON시리즈 39
이경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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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로부터 시작됐던가, SF문학이 거세게 내 피부에 와 닿았던것이. 삼체의 시작이 역사적 사실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다면, 동서양의 철학과 인물들이 녹여 있지 않았다면 그 비중이 그만치 컸을까 싶다. 올해초를 메우고 있는 것은 <프로젝트 헤이메리>일 것이다. 아포칼립스적 상황을 상정해놓고도 전체를 아우르다시피한 위트와 반전이 준 재미를 또 매력으로 뽑을 수 있겠다.
<두번째 지구 타이드>는 전체적으로 속도감이 있으면서도 "대안"에 대해서도 생각케한다. 지구에 대한 대안, 신체에 대한 대안,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 제2의 터전을 찾기 위한 여정과 사건사고를 통해 생기는 의문을 '프랑켄'이 된 새로운 피조물 아인이 찾아나선다.
상상력의 영역이 작가마다 그리고 나라마다의 철학적 토양이 작용하는 것을 보는 것은 즐겁다. 이경작가는 창조주와 피조물에 대해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성은 받았으나 이름은 받지 못한 괴물 프랑켄슈타인을 독자에게 제시하면서 우리에게 이름이 주는 명명함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과거를 찢고 나온 미래가 현재가 된" 의혹을 풀어가는 아인의 속도를 따라가며 우리의 현재가 될 미래에 대해서도 상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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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이야기 - 내 삶의 불청객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법
매슈 맥스웰 지음, 앨리 데이글 그림, 김선형 옮김 / 동아시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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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불청객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법"이라니 생각해 본적 없다. 이런 질문을하는 책이라니, 나는 보통 그들을 피하거나 없애려는 쪽이었다.
우선 이 책은 나로서는 답이 정해진 질문에 대해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그것도 어린 소년의 일상으로.
나도 바퀴벌레에 대한 좋지않은 기억이 있고 이 소년과 같은 전환은 이루지 못한채 50이 넘도록 살고 있다. 같은 혐오에 공감하며 들어갔다가 소년의 변환에 놀란다. "넌 뭐니, 정말로?" 혐오, 두려움의 대상이 바뀌는 것에 같은 물음을 던지는 소년과 지금의 내가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발견했다.
나이가 들어도 우리는 누군가를 불쾌해 한다. 불특정한 무엇인가를 그렇게 만난다. 그때마다 쿨한듯 지성적인듯 자기방식으로 처리한것처럼 그럴듯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실은 아니다.
실은 아니란 것을 이 작고 조그만 책이 아무렇지 않게 지적한다. 실제와 허상에 대한 반복된 물음을 함께 하는 나를 발견한다.
아! 이 책은 치유의 책이다. 소년의 감정과 호흡을 따라가면서 나의 혐오를 실패를 응답없는"걸어나가게 된다. 끊김없이 읽어나가기를 바란다. 당신 기억 안의 '바퀴벌레'가 '아름다워'질 기회가 될 것이다. 동아시아출판사란 이름이 주는 신뢰가 이미 깊었음에도 이 책으로 한층 깊어졌다.


#바퀴벌레이야기
#매슈맥스웰
#김선형
#동아시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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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한나 아렌트 탄생 120주년 전면개정판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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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유명한 시대를 관통하는 책이 아닌가. 특히 이번 개정판은 앞으로 더 큰 사랑을 받게 되리라는 예감이 든다. 사실 오역 이슈 등으로 인해 선뜻 손이 가지 않아 '그림의 떡'처럼 바라만 보던 차였다. 이토록 깊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개정번역판을 세상에 내놓아준 김선욱 교수님과 한길사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 책은 소장 욕구와 독서욕을 동시에 자극한다. 종이의 질감, 여백의 구성, 활자의 크기까지—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미학적으로 담겨 있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기분이 고양된다. 내용의 무게와는 별개로, 책이라는 사물이 주는 즐거움 덕분에 이 묵직한 텍스트를 더욱 '맛있게' 소화하고 싶어진다.
​1940년 수용소를 탈출했던 한나 아렌트가 20여 년의 세월을 지나 예루살렘 재판장으로 향했을 때의 마음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다시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유대인의 참상을 기억하는 이스라엘의 '또 다른 얼굴'을 목도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이 책을 다시 펼치는 것은 잔인한 아이러니일지도 모른다. 만약 20년 전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지금과 같은 감각을 갖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렌트가 집요하게 추적했던 '악의 평범성'에서, 나는 이제 시대를 타고 흐르는 '악의 유동성'을 느낀다.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기위해 긴 길을 타고 갔던 아렌트의 얼음같은 불꽃이 지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지금 이 책을 다시 읽고 사유해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차이를 지우는" 폭력 때문이다. 과거의 폭력이 지금 다른 형태와 칼날로 자행되는데 우리의 "사유"가 필요한 때이고 과거의 아렌트와 조우하고 그 조우를 돕는 학자들의 손길과 출판되기까지 연결된 흐름이 우리가 끊임없이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 몇일전 딸아이가 보내준 봄의 대곡선이라는 - 별자리와도 같았다.

아렌트의 시선과 글의 흐름이 가진 건조함이 읽는동안 삼켜진 서글픔으로 자국을 남겼다. 이 냉정함이 지금 현재까지도 효용한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도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잃는것이 많다. 자기비판을 넘어서지 못하는 자들이 여전히 피해자의 얼굴을 하고 있음에 아렌트의 시각과 뼈를 때리는 각도는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하다.

"사유의 무능에 기인한 악의 평범성에 대한 통찰"

악의 평범성은 '평범한 사람 누구
나일상적으로'라는 식의 범위나 빈도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없이 살아가는 태도가 일상화된 상태를 표현한다. 그 모습이 너무 뻔해서 진부해 보일 정도의 상태 말이다. 이는 "당신도 상황만 주어지면 악해질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독립적으로 사유할 수 있고, 비판적 시각으로 자신의 행위의 의미를 살펴볼 능력이 있다는 것이 아렌트가 전제한 생각이다. (역자서문 중)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기위해 움직인 그녀의 행동에 담겨진 울분과 냉정이 우리의 현재를 비춘다.
나는 사유하고 있는가. 나는 올바로 사유하고 있는가. 나는.나는.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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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이는 사람 - 달달북다 앤솔러지
김화진 외 지음 / 북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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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작가들이 뽑아낸 12편의 이야기, 앤솔로지. 차례에 앞선 "사랑"에 대한 풀이를 마주했으므로 나는 설명된 바와같은 "몽글몽글"함을 표집하려고 작정하고 책장을 연게 아닌가 싶다. 이 작품집은 달달함을 기대한 아줌마를 무색케한 만화경과 같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사랑에 대해 늘 같은 설레임을 생각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집을 열어보는 것이 좋겠다. 무엇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루 한편의 작품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단편이 주는 속도감이 하루를 가득 채울 것이다. 내가 생각해온 사랑이 무엇이든간에... 앤솔로지에 대해 약간의 편견이 있던 나에게 새로운 각도로 앵글을 잡아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사적인 형태로의 사랑을 알고 있던 나에게 "사랑"은 어디에나 어느 형태로나 있다는 것을 새로이 환기시켜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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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강산에 눕다 - 역사의 격동 속에서 역사의 별이 된 사람들
임순만 지음 / 한길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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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의 뜻이란 무엇일까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뜻은 그때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젊은이는 나이가 들어도 그가 젊은날 품었던 푸른 뜻은 나이들지 않는다.
"살아있는 자가 감당해야 할 몫은 무엇인가"
이봉창과 윤봉길을 앞서 보낸 김구는 한평생 부끄러웠다고 한다.
임시정부의 어머니라 불리던 정정화여사
안중근 의사의 조카인 안미생여사, 곽낙원여사,
등 낯익은 이름들이 풍경처럼 지나간다. 그들이 겪어낸 시절의 풍랑을 숨쉬는 듯 자기것으로 만들면서 한발한발 나아간다. 그들과 더불어 실패에도 좌절하지않고 밝은 눈으로 세상흐름을 배우는 청년들. 타향에서 고향에서 풀뿌리처럼 일어나 바람에 맞서는 민중들이 자란다. 임정의 출발과성장을 발목잡는 이들, 밀정들, 이승만에 대한 불신, 개조파와 창조파로 나뉜 국민대표회의 분열, 이데올로기와 열강의 개입으로 나뉘는 땅, 이승만을 앞세운 우익정렬. 반민특위의 횡포, 민중에 비해 그들의 힘은 거세다. 악은 왜이리 독한걸까. 이 싸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후안무치하다.

이 책의 두께가 두꺼운 이유를 읽으면서 알게된다. 한국사에서 몇줄로 요약되던 수십년간의 사건들을 켜켜이 담고 일렁여야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꿈꾸던 세상을 우리가 정확히 살고 있다고는 못하겠다. 다만 지금의 젊은이도 과거의 젊은이들도 한발한발 나아가고있다. 계엄아래에서 침묵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의 과거 젊은이들이 피로 가르쳤기에 이들은 서로의 피가 아니라 서로의 빛으로 밝혀 상처를 남기지않는 역사를 남기고자 걷는중이다. 더디고 주저앉히려는 힘이 거센중에도 자존을 걸고 나아가는 중이다.
우리 문화의 힘을 널리 떨치고자했던 백범선생의 꿈을 우리는 현실로 보고 있다. 누구를 누르기위해서가 아니라 앞서기위해서가 아니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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