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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토르의 시간
엘렌 식수 지음, 황은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평점 :
『리스팩토르의 시간』
엘렌 식수
황은주
을유문화사
여성으로서의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쓰는 여자 ‘엘렌 식수’가 바라본 클라리시를 듣는 시간이었다. 저자와 클라리시가 한 몸인가 싶을 정도로 그들의 몸이 시선이 정신이 섞여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어느 순간엔 구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나역시 그들과 섞여 있는게 아닐까. 클라리시 리스팩토르의 『G.H에 따른 수난』을 처음 읽고 그녀의 매력에 빠졌었다. 많은 책들이 번역되지 않아 읽지 못한 책들도 많지만 그녀의 시선이 주는 물음표는 책을 덮고도 오래도록 ‘응시’하게 만들었다.
포르투칼어, 라틴어, 브라질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각양의 언어들의 결합이 주는 의미의 유희들이 던지는 즐거움(이것을 제시하는 저자의 집착)과 외부로의 확장. “기원에 대한 응시”를 열어놓은 ‘창’을 내고 나의 위치를 찾게 한다.
“너는 창을 가지고 있니?”
“크기는?”
“열려있니?”
“그 너머로 뭐가 보여?”
“너는 얼만큼 떨어져 있어?”
라고 묻는다.
내내 질문을 하다가 책을 덮을 즈음 알았다. 엘렌 식수가 내게 또 다른 창이었구나. 엘렌 식수가 리스팩토르를 볼 수 있게 나를 끌어당긴 창이었구나. 창을 열고 리스팩토르를 볼 수 있게 그녀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게 나에게 열어 놓은 창.
밀도 높은 책이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고 그 밀도를 즐기기 위해 잠시 멈추는 독서를 하다가 약속한 서평기한을 놓쳤다는걸 알게 되었다. “텍스트 너머의 텍스트”를 이야기하듯 나는 독서 이후의 독서를 음미하는 중이다.
그녀들이 내 손에 올려 놓은 오렌지를 쥐고 그 에너지와 향을 좀더 오래 느끼고 싶다.
p79 어떤 여자들은 경계심 없이 창문을 열어 둘수있는 힘을 지녔다. 그러면 하나의 정원이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오로지 예기치 못한 것만이 찾아오게 된다. 클라리시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것을 보면서 온갖 종과 온갖 부류에 속해 있으며 모든 성과 모든 문화를 지닌 사물들, 인간, 식물, 동물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녀가 얼마나 큰 사랑의 힘으로 자신을 열어 놓는지, 얼마나 큰 경악의 기쁨 속에서 돌연한 것의 접근을 허락하는지 느낀다,
p84. 사유가 생각하기를 그치고 기쁨의 비상이 되는 곳, 그곳에서 그년는 글을 쓴다. 기쁨이 너무나 예리해져 아픔이 되는 곳, 그곳에서 이 여성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좋은 책을 출판해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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