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우려와는 달리 미래에대한 기획은 항상 건축가의 몫이었으며 어떤 역사가도 이를의문시한 적은 없었다. - P11
일례로 건축역사가 만프레도 타푸리Manfredo Tafuri는 역사와의 단절을 기획했던 아방가르드를옹호하며 이 기획이야말로 얼마나 역사적 필연성을 지녔는가를적극 어필한 바 있다. - P11
다시 말해 건축가의 미래에 대한 대안 제시 역시우린 역사에 비추어 반성적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역사는 역사의 무용을 주장하는 그의 주장에 관대하지 않다. - P11
기존의 모든 전통과 절연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역사의 진정한연속성을 상징한다. - P11
이렇게 우리는 곳곳에 이론(여기에는 비평과 역사를 아우른다)의효용을 의심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볼 수 있다. 인문학계에선 대체로 이런 흐름을 ‘이론 이후 AfterTheory’라고 규정한다. - P12
로버트 소몰과 사라 와이팅이선배 세대인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과 마이클 헤이스 Michael Hays의 ‘비판적 건축’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 비판에 나선 것이 그 시작이었다. - P12
‘비판적 건축’은 마이클 헤이스가 1984년 쓴 글의제목으로, 건축이 어떻게 문화적 산물로서 상품성에 저항할 수있느냐에 초점을 맞춘 글이다. - P13
아이젠만 역시 아도르노 미학이론의 천명을 따라 (물론 아이젠만의 아전인수식 해석에가깝지만), 건축이 사회에 비판적일 수 있는 것은 자율적이기에가능한 것이라고 보았다. 아이젠만은 이에 따라 끝없이 건축의자율성을 확립하는 데 힘을 쏟았다. - P13
소몰과 와이팅은 지난 시기를 지배했던 비판적 실천의인플레이션으로 말미암아 도리어 건축이라는 규율의 가능성이고갈되고 말았다고 주장 - P13
마이클 스픽스Michael Speaks와 스탠 앨런Stan Allen, 실비아 래빈sylvia Lavin 등의 신진 건축이론가들이논쟁에 가세하여 이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확장했다. - P14
스픽스는 해체주의와 마르크스주의에영향을 받은 이전의 비평가들이 "체질적으로 혁신의 환경이자미래 건축의 형성자인 상업과 시장에 대한 혐오를 공유하고있다"고 비판하며, 이제(건축)이론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혁신적인 건축 문화 발전에 방해물일 뿐"이라고 말한다. - P14
조지 베어드George Baird는소몰 등의 입장을 탈비판"이라고 규정하며, 이들이 좁게는 과거 미국 건축이론계를 지배하던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에 대한 극복을 목적으로, 넓게는 타푸리를 대표로 하는비판이론에 대한 극복을 목적으로 하지만, 실은 "아이젠만의 렌즈를 통해 타푸리를 보는" 것에 불과함을 꼬집는다. - P15
라인홀드 마틴Reinhold Martin 역시 이와 비슷하게 모든 ‘포스트’ 담론이 그러하듯, 탈비판은 이전의 비판할 대상을 전제한다고 말하며, 과연 이들의 비판이 무엇에 대한 비판인가를 묻는다. - P15
영국을 중심으로 설립된 건축 인문학연구회AHRA는 2004년 ‘비판적 건축Critical Architecture’이라는 제명아래 첫 학술회의를 열고 미국의 비판 대 탈비판 논쟁을소개했으며, 그 내용을 정리해 동명의 책‘을 발간하기에 이른다. - P16
이들은 미국건축계의 탈비판 진영에서 문제 삼은 비판성 개념과 과거 헤이스와 아이젠만의 비판적 건축 모두 비판성 개념을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며, 건축의 비판성을 새롭게 정초하고자 했다. - P17
탈비판 논쟁은 이론에서 비판이라는 범주를 둘러싼 논쟁으로만 보이지만, 그 범위를 넓혀 건축의 정치성에 대한 논쟁으로 볼 수 있다 것이다. - P18
그는 비판 대 탈비판 논쟁의 흐름을개관하면서 탈비판 진영은 이론을 거부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론에 의지하는데, 이것은 이론을 건축이 관리하는 것이며 경영이론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나아가 이것이야말로 도리어 들뢰즈가 비판한 신자유주의적 관리통제주의 managerialism의 일반적 방식으로의 전환 또는 공모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 P19
통상의 ‘정치‘가 정치인들이 행하는 통치 행위라면, ‘정치적인 것’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등장할 수 있는 근원적인 균열의 지점을 의미한다. - P19
최근 정치철학자의 논점은 사회적 관계의 저변에는 반드시 합의할 수 없는 균열(이를‘적대’라 부른다)이 존재하며, 이를 둘러싼 헤게모니 쟁탈(내지 경합 또는 불화)을 전제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것이 정치가 필요한 이유이자 ‘탈정치적 주장이 허구인 이유가 된다. - P19
한쪽에선 시대의 변화에 따라 건축의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말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이런 주장이 건축이 유연한 신자유주의 통치와 본격적으로 공모에 이른 증거라고 말한다. - P20
첫 번째 마이클 헤이스의「비판적 건축 : 문화와 형태 사이Critical Architecture: Between Culture andForm」(조순익 옮김)는 ‘비판적 건축‘이라는 개념을 가장 먼저정식화한 글이라 할 수 있다. - P20
두 번째 로버트 소몰과 사라와이팅의 「도플러 효과와 모더니즘의 다른 분위기에 관한기록 Notes around the Doppler Effect and Other Moods of Modernism」(이경창 옮김)은앞선 세대의 비판적 건축에 맞서 공격의 포문을 연 글이다. - P20
세 번째 조지 베어드의["비판성"과 그 불만"Criticality" and Its Discontents」(신건수 옮김)은 소몰 등의 입장을 ‘탈비판적’이라 명명하며 이에 대한 비판적논설을 제기한다. - P21
네 번째, 마이클 스픽스의 「이론 이후:디자인에서 혁신에 대한 이론의 가치와 그 효과를 둘러싼건축학교의 격렬 논쟁 After Theory: Debate in architectural schools rages aboutthe value of theory and its effect on innovation in design」(이경창 옮김)은 조지베어드의 입장을 다시 반박하며 탈비판을 옹호한다. - P21
다섯 번째, 힐데 하이넨의 「건축의비판적 위치?」(박성용 옮김)는 유럽의 시각으로, 탈비판적 건축뿐 아니라 헤이스 및 아이젠만식 비판적 건축 역시 동시에 비판 - P21
마지막으로 할 포스터 Hal Foster의 「탈-비판?Post-Critical?」(조순익옮김)은 이 논쟁이 단지 건축계만이 아니라 문화 예술계 전반에널리 퍼진 징후임을 보여준다. - P21
작품이 가진 속성이 작가의 개성이나 재능에 의존하게 되면, 하나의 장치로서 작품 자체가 갖는 형식적 일관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 P7
그와 달리 진정한 창조자는 자신의 작품에 그것의 독립적존재를 확정하는 특정한 유기성을 부여하며, 이로써 그는 오히려솜씨를 부린 자로 인정받는 권위나, 작품의 정당한 후견인에게 주어지는 효력을 넘어서는 무엇을 얻게 된다. - P7
멘지스 다 호샤의 건축에서 높이 평가되는 것은 눈이 기록하고 지성이 이끌어간 가치들이다. - P7
어떤 장치나 질서를 이룬 체계가 하나의 예술적 실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들의 형식성을 정의하는 관계들이 그 건축의 구조와 그것이 등장한시대를 연결하는 의미를 일관되게 담고 있어야 한다. - P8
마치개성적인 몸짓과 결정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건축, 작가의 심리적특성을 그대로 내비치고자 하는 건축. 그런 건축이 갖는 물성에서는 역사적 의미를 드러내는 미학적 상태의 징후를 찾기 어렵다. - P8
장치를 형성하며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운 문제들을 덮어버리고자 건축가들이 이따금씩 찾는 방법이 바로 이런 ‘개성적인 특성’이지만, 비평가들은 종종 이를 예술적인 특성, 즉 마치 자신이‘천재’genio의 작품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보증으로 여기곤한다. 최근 형성된 예술과 천재에 관한 이런 개념은 비단 건축가뿐 아니라 건축주와 광고장이의 머릿속에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고 있다. - P8
역사적인구조에 보다 얽매인 유럽의 계획방식과는 달리, 그는 건축이 자연의 영역에서 수행된다는 것을 준거로서 인식한다. - P9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도시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물과 평야, 그리고 산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대륙이 가진 특별함은 그 지평선이 건축가들의 행위를 위해 이미 규정해둔 것들에 있다." - P9
각 사례에서 어떤 자연의 장소를 건축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하는 것은 바로 ‘본질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건축의지평선, 평온의 지평선." - P9
파울루 멘지스 다 호샤는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구조로서 자연 환경을 끊임없이 참조하면서, 위대한 모더니즘 건축가들의 전통을 회복한다. - P9
모더니즘 건축가들은 그들의 장치를 건축하면서 주변에 놓인 부차적인 특성이 아니라, 그 영역의 근본이 되는 요소들과 관계를 맺었으며, 그들의작품은 물리적 현실을 넘어 점차 보다 넓은 영역을 내포해가는 시각적 관계로 구성된 체계를 통해 세계와 관계한다. - P9
멘지스 다 호샤 건축의 질서를 보장한 것은 보다 다양한 상황을 표현하는 본성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신조형주의였다. - P9
동일성igualdad과 위계la jerarquia가 아니라 등가equivalencia와 상응la correspondencia 관계에 기초한 이 질서 - P9
거대한 지붕은 그것이 품고 있는 공간이 갖는 공공성을 드러내며, 지붕의 그림자는 이 개입 행위의 규모를 드러낸다. 또한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있는 이 박물관의 본질적인 모호함을 훌륭하게 종합하고 있다. - P10
질감 외에는 모든 물성이 소거된 무중력 상태의 표면은매장을 이룰 어떤 공간을 자신의 명확함과 정밀함을 통해 구조화하면서 감싼다. - P11
포르마 가구점 뿐 아니라 이 주택에서도 프로젝트가 참조한 것은 이웃한 건축물이나 그곳의 역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지의 한 조각 즉, 프로젝트 행위를 통해 그 위에 자취를 남길 지형의 일부였다. - P11
공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관습적인 것과 규범적인 것] 두 가지는 모두 역설에 이른다. 건축가의 주관적인 결정에 따라 설정하고 아무리 피하려 해도, 종국에 건축은 어쩔 수 없이 보편과 추상, 모든 이와 모든 곳에 공통적인 영역을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 P11
비단 멘지스 다 호샤의 건축 뿐 아니라, 여느 진정한 건축에서 작품의 정체성은 각 사안의 근본적인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는데 집중된다. - P11
프로그램은 해결 방안의 조건을 형성할 뿐, 문제의본성을 제시하진 못한다. 오로지 프로젝트만이 그것을 해결하고그 상황의 본질을 드러내며, 오로지 그 사안만이 가진 특유성에대한 건축가 나름의 방식을 정의한다. - P11
줌터에 관한 귀한 번역임에는 틀림없다. 번역도 매끄러운듯하다. 그러나 얇은 책인데 커버가 두꺼운 양장본으로 출간할 정도의 내용은 아니다. 전체 책 두께의 거의 1/3이 양장본 두께다. 평소 책에 쓰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책 가격도 과하다.줌터가 추구하는 적절함과 자연스러움과는 달리, 양장본이라는 과함과 중간중간 첨부된 이미지들은 글과는 연관이 없어 뜬 구름 잡는 느낌을 준다.줌터의 말들은 그가 장인임을 감안했을때 별거 아닌 말도 와닿는 힘이 있었으나, 몇몇 내용들은 유아론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이라 가끔은 답답한 느낌마저 들게한다. 하지만 줌터는 말하려는 건축가라기보다 장인에 가깝기 때문에 말보다는 작품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빛과 그림자, 달의 빛과 그림자, 태양의 빛과 그림자, 우리 집 거실 램프가만든 빛과 그림자를 연구하다가 스케일과 치수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 P89
사건과 물체는 그 자체의 무게로 멈추거나 사라지거나 무너진다. 내가 무언가를 보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빛이 굴절하여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거나 형태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 P89
음예공간 예찬의 저자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이시야마테라로보름달을 보러 가려다가 보름달 관람을 위해 온 방문객들을 위해 대형스피커로 <월광 소나타>를 내보내고 절 곳곳에 인공조명을 설치한다는 소식에 즉시 계획을 취소했다. - P90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어스름한 빛은 물체를 포착하여 아름답게 반사한다.준이치로는 그림자를 찬양하며 그림자는 빛을 찬양한다. - P92
경관은 역사를 포함한다. 사람은 언제나 경관 속에 살며 경관 속에서일해 왔다. 좋든 나쁘든 인간이 지구에 관여해 온 역사도 경관 속에 담겨 있다. - P95
한편 이와는 대조적으로 도시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현실감, 사람들에대한 인식을 자극한다. 도시는 인간의 작업이다. - P96
도시와 경관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도시는 나를 흥분시키고뒤흔든다. 나에게 크거나 작다는 느낌, 자존감, 자부심, 호기심, 흥분, 긴장, 성가심을 일으킨다.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 P96
반면에 경관은 내가기회를 주기만 한다면 나에게 자유와 평안을 준다. 자연은 다른 차원의시간을 지닌다. 도시에서 시간은 그곳의 공간처럼 압축적이지만 경관의 시간은 거대하다. - P96
최근에 지어진 현대 문화 경관의 오브제들은 그 자체의 내재 가치를 갖고 있지 않으며 자기가 속한 경관과 조화로운 관계를 갖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서 경관을 뒤덮고 있다. - P97
첫째, 경관을 깊이 봐야 한다. 숲, 나무, 잎사귀, 풀밭, 활기찬 대지를 응시하고 눈에 보이는 것에 사랑의 감정을 키워야 한다. - P98
둘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땅을 사용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전통 농업에서 배운 교훈이다. - P98
셋째, 인접한 환경을 고려하여 적절한 치수와 수량,크기와 형태를 찾아야 한다. 그 결과는 조율과 조화 또는 긴장이다. 경관을 사랑하고 마음을 다해 경관을 응시하는 일은 올바른 균형을 찾는데 필수적이다.
부엽토의 두께가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하려고 노력한다. 초원에 툭 튀어나온 바위는 없는지, 지하에 거대한 바위가 있지는 않은지, 그 외에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흡족하다. - P99
건물을 계획할 때는 대지를 잘 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형에 변경을 가해야 한다면 원래 모습이 그런 것처럼 보여야 한다. - P99
경관 속에 무언가를 지을 때 건물의 자재가 그 경관에서 역사적으로 자란 소재와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P99
나는 장소, 소재, 시공의 관계에 특히 민감한 편이다. 소재와 시공은 장소와 연관성을 가져야 하며 때로는 그 장소에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관이 새로운 건물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 P99
지형과 소재 다음에는 형태가 있다. 나는 정확하고 선명한 형태를 좋아한다. - P99
어찌 되었든 내가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새로운 고저高低, 새로운좌우左右, 새로운 전후를 만드는 새로운 장소를 만들고 싶다면 경관에 대한 이해가 내 안에서 솟아나야 한다. - P100
결국 원목 주택이 완성되었다. 해발 1,500m에 위치한 작은 마을 라이스에 세월의 흔적으로 검게 변한 집들 사이로 밝고 환한 목재 주택 두 채가 한 집에 사는 형제처럼 나란히 들어섰다. - P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