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낯섦, 그림이 선명해지고 사건들이 일정한 틀을 갖추기 시작하는 황홀한 순간을 여전히 사랑한다

아이디어는 무진장 떠오르지만 쓸모가 있는 것은 몇 퍼센트밖에 안 되기 때문에 머릿속 캐비닛 같은 곳에 전부 쑤셔넣는다.

가끔 캐비닛 서랍을 열고 안에 뭐가 있는지 빼꼼 들여다보면 몇 개 안 되는 아이디어들이 각자 결정적인 장면을 환히 빛내며 나를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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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리움을 동력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글쓰기는 사랑하는 것들을 ‘불멸화하려는시도다. 그런 글은 필연적으로 구체적이다. - P171

솔직함과 글의 완성도는 상관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솔직하지만 별로인 문장들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 P199

솔직함을 최대장점으로 내세우는 글에 관심이 없어지고 말았다. 솔직한 게 어려워서가 아니라 지루해서였다. 위험하기도 했다. 모두가 서로의 마음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더 지옥 같을 게 분명했다. - P199

스물세 살에 글쓰기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뭘 가르쳐야 할지는 몰랐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첫번째 사명은
‘궁금해하기‘였다. 나를 찾아온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호기심이교사의 자격을 겨우 부여했다. - P200

나는 치유를 위해 글을 쓰지 않지만 글쓰기에는 분명 치유의 힘이 있다. 스스로를 멀리서 보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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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디오의 작업에는 조화의 결과인 명료성이 있는 반면, 스카모치는 지배적인 형식적 기준을 나타내지 않는 미묘한 건축에 몰두한다. - P213

건축가의 숨겨진오더는 축, 중심, 내부와 외부의 엄격한 일치 어디에서도 실마리를 제공하지않는다. - P213

이것은 구조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자체의 형식적 내용이 분류 및 등급화, 표준화 그리고 규범화를 거부하고 회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축을 연구할 때는 자체의 독특함과 반복불가능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 P213

이때 명확히 서술될 수없는건축은 규범을 무시하며 선례를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이러한 건축은 자신이 우세한 곳 어디에서나 기억과 역사를 지배한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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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대부분 그런 순간에 시작되는 것 같아. 하고 싶었는데 못한 말들로부터 혹은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내뱉은 말들로부터.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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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전후 일본 건축 - 패전과 고도성장, 버블과 재난에 일본 건축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조현정 지음 / 마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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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대로 된 건축서적을 만났다. 유독 안도 다다오와 쿠마켄고 일색인 국내 일본건축관련서 중에 단연 돋보인다. 읽는 내내 가려운 곳을 긁는 듯한 기분이었다.

단게 겐조 아라타 이소자키 등 국내엔 번역서 한 권 없는 상황에서 일본건축의 흐름과 전략을 따라가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치있는 책이다.

국내와 대조적으로, 일본건축은 끊임없이 세계무대의 흐름 속에서 헤게모니를 잡고자 분투한다. 그 배경에는 깊이 있는 모더니즘에 대한 인식과 극복을 위한 노력, 학제간 교류, 그리고 대안의 다양성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A가 이랬던 것과 달리 B는 이랬다.’는 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논의를 이어간다. 정반합의 과정으로 매끄럽게 전후일본건축사를 정리하였기 때문에 수월하게 읽힌다.

전세계적으로도 그러하듯 일본 또한 상징적인 2011년을 기점으로 담론의 죽음이 두드러지며 저자는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한 쿠마 켄고로 마무리한다.

‘구마의 범아시아주의에는 은연중에 일본 중심주의가 자리한다. 일본이 아시아의 변경에 위치하기 때문에 중심부 문화의 정수를 응축해서 보존한다는 식의 발언이 그러하다.’

국내 건축은 과거 일본이 수십년전 고민한 주제에 머물러있거나 그 뒤를 따라가기에 바쁘다. 한국과 현재 일맥상통하는 주제는 적극 참조하여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논의도 생성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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