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가진 속성이 작가의 개성이나 재능에 의존하게 되면, 하나의 장치로서 작품 자체가 갖는 형식적 일관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 P7

그와 달리 진정한 창조자는 자신의 작품에 그것의 독립적존재를 확정하는 특정한 유기성을 부여하며, 이로써 그는 오히려솜씨를 부린 자로 인정받는 권위나, 작품의 정당한 후견인에게 주어지는 효력을 넘어서는 무엇을 얻게 된다. - P7

멘지스 다 호샤의 건축에서 높이 평가되는 것은 눈이 기록하고 지성이 이끌어간 가치들이다. - P7

어떤 장치나 질서를 이룬 체계가 하나의 예술적 실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들의 형식성을 정의하는 관계들이 그 건축의 구조와 그것이 등장한시대를 연결하는 의미를 일관되게 담고 있어야 한다. - P8

마치개성적인 몸짓과 결정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건축, 작가의 심리적특성을 그대로 내비치고자 하는 건축. 그런 건축이 갖는 물성에서는 역사적 의미를 드러내는 미학적 상태의 징후를 찾기 어렵다. - P8

장치를 형성하며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운 문제들을 덮어버리고자 건축가들이 이따금씩 찾는 방법이 바로 이런 ‘개성적인 특성’이지만, 비평가들은 종종 이를 예술적인 특성, 즉 마치 자신이‘천재’genio의 작품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보증으로 여기곤한다. 최근 형성된 예술과 천재에 관한 이런 개념은 비단 건축가뿐 아니라 건축주와 광고장이의 머릿속에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고 있다. - P8

역사적인구조에 보다 얽매인 유럽의 계획방식과는 달리, 그는 건축이 자연의 영역에서 수행된다는 것을 준거로서 인식한다. - P9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도시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물과 평야, 그리고 산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대륙이 가진 특별함은 그 지평선이 건축가들의 행위를 위해 이미 규정해둔 것들에 있다." - P9

각 사례에서 어떤 자연의 장소를 건축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하는 것은 바로 ‘본질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건축의지평선, 평온의 지평선." - P9

파울루 멘지스 다 호샤는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구조로서 자연 환경을 끊임없이 참조하면서, 위대한 모더니즘 건축가들의 전통을 회복한다. - P9

모더니즘 건축가들은 그들의 장치를 건축하면서 주변에 놓인 부차적인 특성이 아니라, 그 영역의 근본이 되는 요소들과 관계를 맺었으며, 그들의작품은 물리적 현실을 넘어 점차 보다 넓은 영역을 내포해가는 시각적 관계로 구성된 체계를 통해 세계와 관계한다. - P9

멘지스 다 호샤 건축의 질서를 보장한 것은 보다 다양한 상황을 표현하는 본성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신조형주의였다. - P9

동일성igualdad과 위계la jerarquia가 아니라 등가equivalencia와 상응la correspondencia 관계에 기초한 이 질서 - P9

거대한 지붕은 그것이 품고 있는 공간이 갖는 공공성을 드러내며, 지붕의 그림자는 이 개입 행위의 규모를 드러낸다. 또한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있는 이 박물관의 본질적인 모호함을 훌륭하게 종합하고 있다. - P10

질감 외에는 모든 물성이 소거된 무중력 상태의 표면은매장을 이룰 어떤 공간을 자신의 명확함과 정밀함을 통해 구조화하면서 감싼다. - P11

포르마 가구점 뿐 아니라 이 주택에서도 프로젝트가 참조한 것은 이웃한 건축물이나 그곳의 역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지의 한 조각 즉, 프로젝트 행위를 통해 그 위에 자취를 남길 지형의 일부였다. - P11

공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관습적인 것과 규범적인 것] 두 가지는 모두 역설에 이른다. 건축가의 주관적인 결정에 따라 설정하고 아무리 피하려 해도, 종국에 건축은 어쩔 수 없이 보편과 추상, 모든 이와 모든 곳에 공통적인 영역을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 P11

비단 멘지스 다 호샤의 건축 뿐 아니라, 여느 진정한 건축에서 작품의 정체성은 각 사안의 근본적인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는데 집중된다. - P11

프로그램은 해결 방안의 조건을 형성할 뿐, 문제의본성을 제시하진 못한다. 오로지 프로젝트만이 그것을 해결하고그 상황의 본질을 드러내며, 오로지 그 사안만이 가진 특유성에대한 건축가 나름의 방식을 정의한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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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춤토르 건축을 생각하다 페터 춤토르
페터 춤토르 지음, 장택수 옮김, 박창현 감수 / 나무생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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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터에 관한 귀한 번역임에는 틀림없다. 번역도 매끄러운듯하다. 그러나 얇은 책인데 커버가 두꺼운 양장본으로 출간할 정도의 내용은 아니다. 전체 책 두께의 거의 1/3이 양장본 두께다. 평소 책에 쓰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책 가격도 과하다.

줌터가 추구하는 적절함과 자연스러움과는 달리, 양장본이라는 과함과 중간중간 첨부된 이미지들은 글과는 연관이 없어 뜬 구름 잡는 느낌을 준다.

줌터의 말들은 그가 장인임을 감안했을때 별거 아닌 말도 와닿는 힘이 있었으나, 몇몇 내용들은 유아론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이라 가끔은 답답한 느낌마저 들게한다. 하지만 줌터는 말하려는 건축가라기보다 장인에 가깝기 때문에 말보다는 작품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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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춤토르 건축을 생각하다 페터 춤토르
페터 춤토르 지음, 장택수 옮김, 박창현 감수 / 나무생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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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하기 좋은책. 번역도 수월하게 읽힌다. 다만 내용과 연관없는 이미지들과 얇은 두께에 양장은 과하다. 줌터는 작품은 좋지만, 글로써 새롭거나 신선한 통찰은 없었다. 줌터는 다소 유아론적이고 폐쇄적인 개인의 감각과 경험에 의지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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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달의 빛과 그림자, 태양의 빛과 그림자, 우리 집 거실 램프가만든 빛과 그림자를 연구하다가 스케일과 치수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 P89

사건과 물체는 그 자체의 무게로 멈추거나 사라지거나 무너진다. 내가 무언가를 보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빛이 굴절하여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거나 형태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 P89

음예공간 예찬의 저자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이시야마테라로보름달을 보러 가려다가 보름달 관람을 위해 온 방문객들을 위해 대형스피커로 <월광 소나타>를 내보내고 절 곳곳에 인공조명을 설치한다는 소식에 즉시 계획을 취소했다. - P90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어스름한 빛은 물체를 포착하여 아름답게 반사한다.
준이치로는 그림자를 찬양하며 그림자는 빛을 찬양한다. - P92

경관은 역사를 포함한다. 사람은 언제나 경관 속에 살며 경관 속에서일해 왔다. 좋든 나쁘든 인간이 지구에 관여해 온 역사도 경관 속에 담겨 있다. - P95

한편 이와는 대조적으로 도시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현실감, 사람들에대한 인식을 자극한다. 도시는 인간의 작업이다. - P96

도시와 경관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도시는 나를 흥분시키고뒤흔든다. 나에게 크거나 작다는 느낌, 자존감, 자부심, 호기심, 흥분, 긴장, 성가심을 일으킨다.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 P96

반면에 경관은 내가기회를 주기만 한다면 나에게 자유와 평안을 준다. 자연은 다른 차원의시간을 지닌다. 도시에서 시간은 그곳의 공간처럼 압축적이지만 경관의 시간은 거대하다. - P96

최근에 지어진 현대 문화 경관의 오브제들은 그 자체의 내재 가치를 갖고 있지 않으며 자기가 속한 경관과 조화로운 관계를 갖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서 경관을 뒤덮고 있다. - P97

첫째, 경관을 깊이 봐야 한다. 숲, 나무, 잎사귀, 풀밭, 활기찬 대지를 응시하고 눈에 보이는 것에 사랑의 감정을 키워야 한다. - P98

둘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땅을 사용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전통 농업에서 배운 교훈이다. - P98

셋째, 인접한 환경을 고려하여 적절한 치수와 수량,
크기와 형태를 찾아야 한다. 그 결과는 조율과 조화 또는 긴장이다. 경관을 사랑하고 마음을 다해 경관을 응시하는 일은 올바른 균형을 찾는데 필수적이다.

부엽토의 두께가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하려고 노력한다. 초원에 툭 튀어나온 바위는 없는지, 지하에 거대한 바위가 있지는 않은지, 그 외에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흡족하다. - P99

건물을 계획할 때는 대지를 잘 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형에 변경을 가해야 한다면 원래 모습이 그런 것처럼 보여야 한다. - P99

경관 속에 무언가를 지을 때 건물의 자재가 그 경관에서 역사적으로 자란 소재와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P99

나는 장소, 소재, 시공의 관계에 특히 민감한 편이다. 소재와 시공은 장소와 연관성을 가져야 하며 때로는 그 장소에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관이 새로운 건물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 P99

지형과 소재 다음에는 형태가 있다. 나는 정확하고 선명한 형태를 좋아한다. - P99

어찌 되었든 내가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새로운 고저高低, 새로운좌우左右, 새로운 전후를 만드는 새로운 장소를 만들고 싶다면 경관에 대한 이해가 내 안에서 솟아나야 한다. - P100

결국 원목 주택이 완성되었다. 해발 1,500m에 위치한 작은 마을 라이스에 세월의 흔적으로 검게 변한 집들 사이로 밝고 환한 목재 주택 두 채가 한 집에 사는 형제처럼 나란히 들어섰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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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멘지스 다 호샤의 건축은 한눈에 우리를 동요시킨다. 시의적절한 출현, 공간 구조의 일관성, 조형성이 주는 만족감은 단지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창조적 행위에서 비롯된 결과물임을 여실히 증명하기 때문이다. - P7

그의 작품이 가진 엄격한 물성la materialidad에는 감정이나 개성의 표현을 격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어떤 작가적 행위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 P7

반면 그 작품에는 소박하면서도 강렬한, 다시 말해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곳을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어떤 ‘필연의 광채‘un halo de necesidad 같은 것이 어려 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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