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으면서 할머니가 말했다.
"이제 뭘 좀 안 모양이구나. 지붕 아래서 자고 배불리 먹으려면 그 정도 일은 해야지."
우리는 말했다.
"그게 아니에요. 일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사람을 구경만 하는 것은 더 힘들어서 그래요. 더구나 노인이 일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말이에요."
할머니가 비웃었다.
"개자식들! 내가 불쌍하게 보인다 이 말이구나?"
"아니에요, 할머니. 우리는 다만 우리 자신이 부끄러웠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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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으면서 할머니가 말했다.
"이제 뭘 좀 안 모양이구나. 지붕 아래서 자고 배불리 먹으려면그 정도 일은 해야지."
우리는 말했다.
"그게 아니에요. 일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사람을 구경만 하는 것은 더 힘들어서 그래요. 더구나 노인이 일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말이에요."
할머니가 비웃었다.
"개자식들! 내가 불쌍하게 보인다 이 말이구나?"
"아니에요, 할머니. 우리는 다만 우리 자신이 부끄러웠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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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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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씨, 내가 영업 비밀 하나 가르쳐줄까? 동생 같아서 그러는거야."
"뭔가요?"
"여기서는 절대 금방 떠날 사람처럼 굴면 안돼. 떠나는 사람들한테 사이공은 지쳤거든. 일주일 있더라도 이십년 있을 것처럼 행동해야 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자기, 자기 마음속으로는 어떻게 해야 여기서 버티는 줄알아?"
"어떻게 해야 버틸 수 있는데요?"
"내가 한 이삼일 내로라도 짐 싸서 한국 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 안 그러면 못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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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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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는 그렇게 양말 하나 벗지 않고 앉아 있던 산주 앞에서 경애가 느꼈을 모욕감을 떠올리며 조용히 분노했을 뿐이었다. 아마 경애가 그랬을 것처럼 움츠러들었다.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듯 마음이 오므라들었다. 기가 죽고 축소되었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이란 그렇게 함께 떨어져내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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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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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흥은 마치 한국의 어느 신도시를 옮겨놓은 것처럼 웬만한 상점들이 다 있었다. 치킨, 떡볶이, 햄버거, 미용실, 각종 보습학원과 부동산. 강이 없는데도 대로를 중심으로 한국처럼 강북과 강남으로 나뉘어 불리는 것도 같았다. 고급 빌라가 즐비한 이른바 ‘강남’과 경애가 사는 ‘강북’은 집세가 세배 이상 차이 났다. 이국의 공간에도 기어이 부려놓은 모국의 생활패턴을 생각하면 경애는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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