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5는 감상에 빠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눈에 힘을 주었다.
유일하게 자신이 일꾼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9였다. 9의 눈을 보고 있으면 반장5는 벌거벗은 것 같은 기묘한 수치심을 느꼈다. 그것은 일꾼일 때 느꼈던 수치심과는 다른 종류의 감정이 었다. 애써 잊으려 했던 기억들이 불쑥 생각나거나, 힘들게 겨 우 옮겨놨던 바위가 처음 위치에 되돌아가 있는 것 같은 무력감 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연히 9의 눈빛과 마주치면 먼저 눈을 피하는 것은 반장5였다. 21은 아무 생각 없이 반장5를 보고 있 다. 9에게서 눈을 돌린 반장5의 눈빛이 21의 눈과 마주쳤다. 잠시 멍해 있던 반장5의 얼굴이 빠른 속도로 일그러졌다.
개새끼가! 뭘 쳐다봐?
평소보다 과격한 반장5의 구타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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