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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제5판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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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글방 출판사( @kachibooks )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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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을 읽으며 가장 자주 떠오른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책이 어렵거나 낯설어서라기보다, 그 안에 깔린 인간관이 나와 잘 맞지 않았다. 마키아벨리가 바라보는 인간은 쉽게 배신하고, 이익에 따라 움직이며, 두려움과 욕망에 민감한 존재에 가깝다. 당시 이탈리아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되는 면도 있지만, 인간을 이렇게까지 불신하는 시선은 읽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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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생각하게 된 지점은 이 책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대한 고전으로 읽힌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고전은 반드시 편안해서 오래 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한 질문을 남기기 때문에 계속 읽히기도 한다. 다만 『군주론』을 현실적이고 탁월한 리더십의 책으로만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웠다.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인간의 약점을 계산하는 태도가 지혜처럼 여겨지는 순간, 책 자체보다 그 반응이 더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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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독서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이 책이 왜 여전히 읽히는지는 조금 알 것 같았다. 『군주론』은 우리가 바라는 세계가 아니라, 실제로 자주 마주하는 세계를 말한다. 좋은 말과 선의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관계와 조직, 정치의 장면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동의하지 않아도 읽게 된다.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 현실을 다시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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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까치글방의 강정인·김경희 번역본은 그 독서를 끝까지 붙들게 해준 판본이었다. 특히 상세한 주석과 역사 설명이 좋았다. 마키아벨리가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 왜 군주와 군대, 운명에 대해 이토록 집요하게 말했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탈리아와 유럽의 정치사가 생각보다 쉽고 흥미롭게 다가온 것도 인상적이었다. 고전 번역에서 주석과 해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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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필요한 사람과 상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하는 자리, 선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장면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책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을 불신하는 기술보다,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는 구조가 더 중요해지는 사회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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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군주론』은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다만 읽고 나면 현실을 보는 방식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 그 균열이 편안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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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복종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수필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9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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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 @moonyebooks )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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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시민 불복종』을 읽고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의외로 책 안의 문장보다 책 바깥의 질문이었다.
독서모임에서 소로라는 사람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뒤로 문장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좋은 말은 그 자체로 힘을 갖지만, 그 말을 건네는 사람이 어떤 삶을 지나왔는지도 완전히 떼어놓기는 어렵다. 메시지는 늘 메신저의 그림자를 데리고 온다. 그래서 어떤 문장은 더 깊어지기도 하고, 어떤 문장은 잠시 머뭇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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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민 불복종」이 던지는 질문은 쉽게 흐려지지 않는다. 부당하다고 여기는 국가의 일에 협조하지 않기 위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선택은, 지금 읽어도 꽤 낯설고 선명하다. 저항을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지갑과 고지서 앞의 결정으로 옮겨놓은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그 선명함 앞에서 곧장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려웠다. 그런 선택이 실제 삶 속에서 얼마나 넓게 가능할지, 또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로 허락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다.
🎭
이 책이 흥미로운 건, 그런 망설임까지 함께 품고 읽히기 때문이다. 소로의 주장은 단호하지만, 독자의 마음까지 단숨에 장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묻게 만든다. 나는 무엇에 동의하며 살고 있는지. 불편함을 피하느라 너무 쉽게 침묵하고 있지는 않은지. 양심이라는 말이 실제 선택의 순간에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지.
🌱
문예출판사 판본은 「시민 불복종」만 따로 놓지 않고, 「산책」, 「겨울 산책」, 「가을 빛깔」 같은 글들을 함께 엮었다. 그래서 소로가 말한 자유를 조금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다. 그의 자유는 단지 국가 권력에 맞서는 행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연을 걷고,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고, 자기 속도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 속에서도 이어진다. 정치적 저항과 사적인 삶의 감각이 느슨하게 연결되는 지점이 이 책의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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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판본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번역이다. 고전 산문은 자칫 멀고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데, 이 책의 문장은 사유의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읽는 흐름을 크게 막지 않는다. 소로의 단호함은 살리고, 문장의 결은 지나치게 거칠지 않게 다듬어져 있다. 덕분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대목에서도 문장 곁에 조금 더 머물 수 있었다.
✨️
결국 『시민 불복종』은 나를 설득한 책이라기보다, 내 안의 기준들을 조용히 흔든 책에 가깝다. 소로라는 사람에게 온전히 기대기는 어려웠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좋은 고전이 늘 편안한 확신을 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조금 불편한 거리감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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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마음
김미영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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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마음』| 김미영
이 도서는 클북 출판사( @clbook.slower )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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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지나간 일을 굳이 다시 꺼내야 할까 싶다. 그런데 『다시 쓰는 마음』은 그 기억들이 아직 우리 안에 남아,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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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미영 작가가 자신의 삶을 문장으로 다시 건너가는 기록이다. 어린 시절의 풍경, 가족과 이웃의 얼굴, 살아오며 받은 작은 친절들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전체 구성도 과거를 되감고, 오늘의 마음을 풀어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흐름으로 짜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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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담백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편안하게 읽히고, 누군가에게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에세이에 익숙하지 않아 재미를 선명하게 느끼진 못했다. 다만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따뜻함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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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북 #클북출판사 #다시쓰는마음 #김미영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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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 거기에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30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김보국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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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죔레는 거기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이 도서는 은행나무 출판사( @ehbook_ )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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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줄거리를 따라 읽는 것보다, 문장에 몸을 맡기는 일이 먼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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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 거기에》가 그랬다. 처음 몇 장을 넘기면서도 내가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 한 노인의 머릿속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혼잣말을 듣고 있는지 자주 헷갈렸다. 문장은 길고, 흐름은 느슨한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기묘하게 조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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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중심에는 91세 노인 커더 요지가 있다. 그는 자신이 헝가리 왕위의 정당한 계승자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설정은 단순한 기행담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를 둘러싼 추종자들, 정치적 망상, 군주주의적 환상, 노년의 고립이 뒤섞이면서 이야기는 점점 우스꽝스럽고도 불편한 풍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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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문체는 확실히 낯설다. 짧게 끊어 설명하기보다, 한 호흡 안에 인물의 망상과 세계의 불안, 농담과 비극을 함께 밀어 넣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 편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이 책의 중요한 감각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은 독자를 친절하게 안내하기보다, 혼란스러운 세계 안에 그대로 세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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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상 깊었던 건 번역이었다. 원서의 문체와 문장, 전체적인 흐름을 최대한 고민하며 옮겼다는 느낌이 강했다. 문장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그것이 번역의 어색함이라기보다 원문의 리듬을 살리려는 선택처럼 다가왔다. 주석 역시 단순한 보조 설명이 아니라, 작품을 다른 층위에서 읽게 해주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번역자의 정성이 책 전체의 밀도를 높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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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작가가 의도한 정치적 풍자와 상징, 헝가리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붙잡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서평 독서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여전히 꺼내지 못한 의미들이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해설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 작품은 혼자 읽고 끝내기보다, 누군가와 오래 이야기하며 천천히 풀어야 할 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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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문학이 반드시 명료한 메시지로 정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독자라면, 이 책의 낯선 리듬 속에서 오래 남는 감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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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거기에 #은행나무 #김보국 #독서모임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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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한나 아렌트 탄생 120주년 전면개정판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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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위 도서는 한길사( @hangilsa )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이 과거의 기록에만 머무는 책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책은 예루살렘에서 열린 아이히만 재판을 다루지만, 읽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지금의 사회로 데려온다. 역사 속 한 전범의 재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오늘의 언어, 오늘의 조직, 오늘의 복종을 생각하게 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오래된 책이면서도 낡지 않았다.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은 자주 인용되지만, 읽고 나면 그 말의 무게를 조금 다르게 느끼게 된다. 아이히만은 스스로를 대단한 악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끝까지 명령과 의무를 말했다. 그는 잔혹한 확신의 언어를 내세우기보다, 오히려 너무 익숙하고 사무적인 말 속에 머물렀다. 그래서 더 서늘했다. 악은 언제나 거창한 신념이나 노골적인 폭력의 얼굴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 책은 집요하게 보여준다.

책을 읽는 동안 한국 사회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자주 떠올랐다. 특히 계엄을 둘러싼 긴장과 혼란 속에서 반복되던 말들, 책임을 개인이 아니라 체계로 넘기고 판단을 위가 대신해주길 바라는 태도들. “나는 시킨 일을 했을 뿐이다”라는 식의 문장은 언제나 위험하다. 거대한 잘못은 소수의 악의만으로 생기지 않고, 생각하기를 멈춘 다수의 평범함 속에서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이 책은 다시 확인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남을 비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를 자기 자리로 데려온다. 나는 회사에서, 사회에서, 인간관계 안에서 얼마나 자주 내 판단을 남에게 맡기고 있는가. 나는 편한 쪽으로만 이해하고, 익숙한 세계 안에서만 옳고 그름을 결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아렌트의 책은 바로 그 어려운 태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번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은 일이 특히 좋았다. 각자 읽은 문장이 다르고, 불편했던 지점도 달랐지만,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아렌트가 당시 얼마나 큰 비난을 받았는지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는 누구보다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 점이 불편했겠지만, 동시에 그 점이 이 책의 가치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도 비슷하지 않을까.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생각을 멈추지 않는 자세 말이다.

이 책은 뚜렷한 결론을 주기보다 오래 남는 질문을 준다. 생각하지 않는 삶은 얼마나 쉽게 타인의 언어를 반복하게 되는가. 나는 얼마나 쉽게 확신하고, 얼마나 늦게 의심하는가. 넓게 본다고 믿으면서도 사실은 아주 좁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무거운 책이지만, 그래서 더 필요한 책이었다. 내 판단을 점검하게 만들고, 생각하는 일이 결국 시민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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