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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그리고 레몬사탕
박소을 지음 / 샘터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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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끝나도 좋아했던 마음까지 제때 끝나지는 않나 보다.


『얼음 그리고 레몬사탕』이라는 제목을 보면 입안부터 시원해진다. 파란 표지에 노란 레몬, 그 곁에 얼음까지. 그런데 박소을의 시에는 더위를 잊게 하는 장면만큼이나 누군가 때문에 열이 나고 마음이 축축해지는 순간도 많다. 시원할 줄 알았는데 자꾸 더워지는 책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별것 아닌 하루도 조금 달라진다. 「윤슬」의 들뜬 마음이 딱 그렇다. 숨이 차도 웃음이 나는 쪽으로 자꾸 달려가고 싶어진다. 그러다 「용해도」에 이르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내 단단한 모습이 허물어져도 괜찮을까 생각하게 된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숨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한 사람 앞에 같이 놓인다. 사랑이 어려운 건 이런 순간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는 건 그 마음을 말하는 데 어려운 준비물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수영장, 여름 감기, 땀, 냄새. 여름이면 늘 곁에 있는 것들이다. 「수면 아래의 온도」에서는 물속에 들어가자 주변의 소리가 멀어진다. 시끄러운 마음을 잠깐 쉬게 할 곳이 저런 데라면 좋겠다 싶다. 그러다가 「하절기 침수」에서는 이별한 뒤에도 자꾸 돌아오는 기억 때문에 다시 젖는다. 같은 여름인데 물속이 편안했다가, 물에 잠기는 일이 막막해진다.


「보관주의」라는 제목 앞에서는 살짝 웃음이 났다. 아끼는 마음에도 보관법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오래 꺼내두지 말 것, 뜨거운 곳을 피할 것. 상처받을 때마다 뒤집어 읽을 주의사항이라도 붙어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좋아하는 동안에는 적당한 온도를 지키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이 시의 시큼해진 마음이 귀엽다가도 아픈 건 그래서다.


이 책의 여름을 무조건 찬란했다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설레서 잠 못 든 밤도, 그만 생각하고 싶은데 자꾸 떠올라 잠 못 든 밤도 한 계절 안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연인이, 누군가에게는 멀어진 친구가 생각날 것 같다. 같은 시를 앞에 두고도 서로 다른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좋다.


가을이 오면 여름옷은 넣어둘 수 있는데 마음은 그렇게 정리가 안 된다. 아직 아쉬운 게 남아 있다면 조금 더 꺼내두어도 되겠다. 그때 좋았던 것까지 서둘러 치우지는 말자. 다음 여름에 이 시집을 펼치면 어느 페이지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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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교실 - 개정증보판
김규아 지음 / 북스그라운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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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그라운드( @booksground )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정우는 수학을 좋아한다. 답이 정확하고 시간만 충분하면 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과 점점 흐려지는 시력은 어떤 공식으로도 풀리지 않는다. 이 책은 ‘끝없는 밤’을 앞둔 아이를 서둘러 낙관하게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마음 곁에 오래 머문다.


해가 진 뒤 열리는 늑대 선생님의 음악 수업에서 어둠은 패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른 감각을 열어 주는 시간이 된다. 보이지 않게 되어도 삶의 연주가 멈추지는 않는다는 깨달음은 장애를 극복담으로 밀어붙이지 않아 더 단단하게 남는다.


정확하고 익숙한 일상은 따뜻한 색연필로, 불안과 변화는 번지는 물감으로 그려진다. 그림의 질감이 정우의 내면을 대신 말해서 독자는 그를 밖에서 관찰하기보다 그의 눈과 마음으로 장면을 통과한다.


개정증보판의 새 에필로그는 눈 내리는 개기월식 아래 정우와 늑대 선생님의 시간을 다시 잇는다. 어둠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빛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조용히 넓어진다.


상실을 다룬 어린이책이면서 이미 많은 것을 잃고도 돌아볼 틈 없이 살아온 어른에게도 권하고 싶다. 누군가의 밤을 대신 밝힐 수는 없어도 곁에서 함께 연주할 수는 있다는 사실을 오래 기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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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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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하다( @yyhdbooks )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살아온 열네 사람의 이야기를 ‘의젓함’이라는 말로 묶었다. 여기서 의젓함은 빈틈없이 점잖은 태도가 아니다. 더 많이 보고 더 멀리 생각한 사람이 타인과 자신의 몫을 외면하지 않는 책임의 감각이다.

김기석, 양희은, 박정민, 나태주, 애덤 그랜트와 애니 듀크까지 인터뷰이의 분야는 넓다. 김지수 작가의 질문은 답을 재촉하지 않고, 한 사람의 삶에서 오래 버틴 힘과 판단의 기준을 차분히 끌어낸다.

다정함이 마음에 머문다면 의젓함은 행동으로 나아간다. 갈등과 냉소가 빠르게 번지는 시대에 나로 살면서도 곁의 사람을 부축하는 법을 생각하게 했다. 의젓함의 요구가 때로 무겁게 느껴지는 것까지도 이 책이 남긴 질문이다.

좋은 어른이란 누구인지, 어떤 태도가 오래가는 힘이 되는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권한다. 책을 덮고 나면 ‘나는 누군가에게 의젓한 사람이었나’라는 문장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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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경험의 이야기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저녁달 편집부 옮김 / 저녁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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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달( @eveningmoon_book )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가 쓴 또 다른 여성의 성장기다. 크리스티는 가정부와 배우, 가정교사와 말벗, 재봉사와 간호사로 일한다. 일은 경력을 쌓아 올리는 사다리가 아니라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알아가는 경험이 된다.

각 일터에서 계급과 착취, 돌봄과 존엄의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은 크리스티를 다치게 하고 실패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여성들과 연대할 언어를 준다.

결혼을 생계의 탈출구로 택하지 않고 자기 판단으로 삶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19세기 소설인데도 오늘의 불안정 노동과 여성의 독립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다만 판본에서 개인 번역자의 이름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은 독자로서 아쉬웠다. 그와 별개로, 일이 사람을 어떻게 상처 입히고 가르치며 서로 연결하는지를 오래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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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 만화 클럽
허안나 지음 / 샘터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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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isamtoh )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전세 사기와 코로나,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지나온 마음은 제목처럼 완전히 파김치가 된다. 이 책은 그 시간을 억지로 반듯하게 펴지 않는다. 대신 오래 좋아한 만화와 함께 읽을 사람들을 곁에 놓는다.

『호박과 마요네즈』, 『룩 백』, 『루브르의 고양이』, 『주말엔 숲으로』 같은 작품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만화는 단순한 추천 목록이 아니라 슬픔을 견디고 다시 사람에게 연결되는 기억의 표지가 된다.

특히 ‘클럽’이라는 말이 좋았다. 혼자 웅크려 읽던 취향이 함께 말하고 웃는 자리가 되면서, 좋아하는 마음은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힘으로 바뀐다. 유머와 상실이 나란히 있어 더 진솔하다.

만화의 역사를 망라한 가이드라기보다 만화와 함께 살아낸 시간을 그린 그래픽 에세이다. 지친 날에도 계속 펼쳐보게 되는 최애 만화가 있는 사람, 취향으로 다시 연결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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